잠시 멈춰버린 시간
정오의 겨울, 높게 떠 있는 해에도 따스함을 느낄 수 없는 추위. 아침의 날카로움은 사라졌지만 그 냉기만큼은 남아있다.
두꺼운 외투와 장갑, 목도리까지 준비하고 집에서는 난방에 전기장판까지 준비되어 있다. 그렇게 따스함을 어떻게든 구하면서 웃기게도 카페에서는 아이스를 시킨다.
한낮의 태양이 머리 위에 떠 있어도 그 빛이 따뜻함을 주진 않는다. 그저 아직까지 하루가 끝나지 않았다는 알림일 뿐, 햇살의 유무와 관계없이 차가운 바람이 불고 사람들이 느리게 움직인다.
사회가 멈춰버린 기분이다. 퍼석퍼석 눈을 밟으며 움직이는 사람들, 눈길에 천천히 움직이는 차들, 하늘에서 나풀나풀 떨어지는 눈, 모든 것이 천천히 흐른다.
정오의 겨울에 나는 세상의 멈춤을 느끼기 위해 제자리에 멈춰 섰다. 가만히 고개를 젖혀서 하늘을 봤다. 얼굴 위로 하나 둘 떨어지는 눈의 차가움에 다시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겨울에 적응해 나가는 요즘, 나는 이 멈춤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다. 두꺼운 옷에 무거워진 몸을 옮기며 이 고요한 시간에 숨을 고른다.
정오의 겨울은 아무렇지 않다.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