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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겨울

따뜻함을 그리다

by 정다훈

오후 3시의 겨울은 해의 존재를 빛으로만 가늠할 수 있다. 이미 너무 익숙해져 버린 추위는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찾아 나서는 것은 따뜻함이다.


따뜻함을 원한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열심히 찾지 않았다. 겨울마다 하던 습관들로 자연스레 생겨나는 온기들을 모으고 모아서 작은 불씨를 몸속에 품고 사는 것이다.


이 시간은 따뜻함을 그리워하며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는 그런 시간이 아니다. 그 따뜻함을 직접 그려내는 시간이다.


아이스가 아닌 핫으로 시킨 음료, 두터운 옷, 히터, 손난로 같은 당연한 방한 용품부터 시작해서 누군가와 나누는 짧은 안부 인사와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시간에서 새어 나오는 따스함을 직접 만들어 내는 것.


겨울의 한 때를 넘겨내기 위한 노력이다. 차갑게 얼어붙은 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가는, 단순한 얼음이 아니라 시원한 소프트콘을 만들어내는 그런 노력. 겨울의 햇살은 따뜻하지 않아도 그 빛을 남기고 나는 이 하루에 또 다른 빛을 남긴다.


따뜻함을 마냥 그리워하지 않고 스스로 자연스레 그려내는 지금의 모습은, 그동안 지나온 겨울들에서 배워낸 나만의 작은 불씨 모음이다. 나는 그렇게 겨울에 흔들리지 않는 법을 익혀왔다.


오후 3시의 겨울, 따뜻함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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