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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겨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by 정다훈

밤 10시의 겨울, 세상이 단단한 얼음막에 가둬진 지 오래됐다. 창밖에 부는 날카로운 바람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낮게 가라앉는 고요함. 이 시간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은 외로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나의 심장소리와 숨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고 한 번씩 강하게 부는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만 난다. 그 소리들은 자연스레 공허를 불러온다.


추위에 맞서기 위해서 외투를 여미듯 외로움 앞에서도 자세를 단단히 고쳐 앉았다. 시린 손끌을 녹이기 위해 입김을 불고 길어진 침묵에도 혼자서 아무렇지 않게 책장을 넘긴다. 나의 외로움을 문장으로 달랜다.


외로움은 겨울의 바람마냥 틈새를 파고들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다른 무언가에 열중하려 애썼다.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옷을 여며 끝내 앞으로 걸어갔던 나그네처럼,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나는 왜 이리 겨울의 외로움에 집착하게 된 걸까. 외로움은 어느 계절에든 찾아오는데 유독 겨울의 외로움이 신경 쓰이는 이유가 뭘까. 나는 알았다. 외로움이 그저 겨울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아니라 나에 대한 강한 시험이라는 것을. 추위를 견디듯이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다. 외로움은 추위와 매우 닮아있으니.


밤 10시, 강한 추위가 세상에 뿌려져 있는 겨울의 시간. 나는 이 추위에서 일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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