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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겨울

닿지 않는 말들

by 정다훈

하늘에 짙은 어둠이 내렸지만 아직 저녁 6 시인 겨울. 여기서 더 추워질 데가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저 빛만 내리고 있는 줄 알았던 햇빛은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따스한 온기를 조금이라도 주고 있었나 보다.


오늘 하루 나는 몇 마디를 뱉었을까. 셀 수 없다. 단 하루에도 내가 했던 말들을 모두 떠올리지 못하는데 하물며 지나간 시간들에 있었던 말들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개중에 나에게 상처가 되었거나 큰 위안 혹은 응원이 되었던 말쯤이나 기억나지 그 순간에 웃겼던 말들 따위는 금방 잊혀지기 마련.


말에는 굉장한 힘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그 말을 타인에게 전할 때는 항상 나에게 다가올 때를 생각하여 온기를 담아내야 한다. 내가 뱉은 말들의 냉기가 존재한다면 공기 중에 흩뿌려지지 않고 그대로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와 뾰족한 결정이 되어 꽂힌다.


내가 한 말들 중에 얼어붙은 말들을 다시금 마주한 순간이 있었다. 다른 이에게 뱉었던 말을 또 다른 이에게서 똑같이 전해 듣고 내가 전하지 못한 말들을 타인이 내게 해주지 못하는 순간까지. 그렇게 닿지 못한 말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평생이 모자랄 것이다.


힘들었던 하루의 끝에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얼어붙은 말들이 바닥에서 튀어올라와 나를 옥죄인다. 그 말들에 내가 담지 못한 온기와 진심을 찾고 잘못 담은 냉기를 후회한다. 지나온 다음에야 나의 말 매무새를 다잡아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분명 이건 나에게 매일 같이 주어지는 기회다. 다음의 내가 더욱더 따스한 말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줄 그런 기회.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어떻게 그 말들을 기억하겠는가. 또다시 얼어붙은 말이 나를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그 얼음 같은 마음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 낸 것이 지금의 시간, 저녁 6시의 겨울이다.


저녁 6시의 겨울, 나는 그 어떤 때보다 내가 뱉은 말들에 책임을 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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