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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겨울

by 정다훈

겨울의 마지막 한 숨이 너무도 깊어서 뼛속까지 울려 퍼진다. 나무에 매달린 한 서린 공기들은 나를 바라보는 것 마냥 온몸에 한기가 느껴진다. 세상에 드리운 정적, 이 추위는 나를 도망치게 만든다.


집으로 도망쳐 방으로 들어와 곧장 이불속으로 숨어들었다. 행여나 발가락이, 손가락이 새어 나갈까 봐 꾹꾹 눌러서 바람 들 곳 없게 만든다. 이 답답한 곳에서 느껴지는 나의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뜨거운 숨, 이 숨이 가득 차 답답해질 쯤에 거북이마냥 머리만 이불 밖으로 꺼낸다.


고개를 들자 얼굴을 파묻었던 베개에 스며든 눈물 자국이 보인다. 이제야 깨닫는다. 한 계절의 끝, 특히 겨울의 종말은 지난 한 해의 끝과 내가 견뎌낸 365일 모두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순탄한 날이 없었다. 개중 가장 가까웠던 겨울의 시간들은 너무도 척박했다. 삶의 굴곡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걸어오다 뒤돌아봐야 느껴진다더만은 왜 나는 걸으면서도 불편함을 느껴왔는가. 매일 같이 버티고 이불속으로 도망치고 다음 날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견뎌왔건만 끝내 마주하는 말은,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다.'같은 것인가.


고요한 정적만이 맴도는 새벽 1시의 겨울에게 묻는다. 나의 불안함까지 가지고 떠나 주기를. 다가오는 새해에도 변하지 않을 계절이지만 그럼에도 그 차가움에 나의 눈물이 얼어붙지 않기를. 끝내 버티어 흘려내리기를.


참혹한 고요함, 그 속에서 나는 끝을 맞으며 시작을 기다린다. 새벽 1시의 겨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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