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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긴 밤의 끝

안녕히

by 정다훈

겨울의 밤은 길다.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따스함은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그런 긴 겨울날의 밤. 창밖에 빠르게 드리운 어둠은 쉬이 물러나줄 생각이 없다. 나는 그 어둠을 피하지 않기 위해 방에서도 불을 끄고 있었다.


봄의 순수한 시작과 여름의 뜨거운 숨결과 가을의 쓸쓸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난 겨울의 외로움까지. 이 계절이 돌아가는 동안 내 삶의 1년을 채웠다.


가장 긴 밤은 이제 나를 시험할 것이다. 돌아오지 않을 내 한 살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지나온 계절들을 돌아본다. 돌아보고 다시금 묻는다. 이 책을 끝내는 것이 나에게 아무런 후회가 없을지. 끝내 마무리 짓는 것이 아쉽지 않은지.


깊어가는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히 떠오르는 기억이다. 선명할수록 명확하게 생각이 나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어떤 계절도 영원할 수 없듯, 결국에 흘러가는 시간에 지나온 삶 자체가 가진 의미를. 중요한 것은 끝내 이 한 살을 마무리 지었다는 것. 또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한다는 것.


겨울의 끝, 가장 긴 밤은 곧 있으면 가장 짧은 낮을 가져올 것이고 이내 생명의 재시작을 보게 할 것이다. 긴 터널을 지나 맞이하는 햇빛은 단순한 밝음이 아니다. 이 끝이 품고 있을 또 다른 시작에 설레기 시작한다. 언젠가 찾아올 나만의 아침에.


떠나가는 것에 서운해하지 않고 새로움을 맞이할 순간에 찬사를 보내는 겨울날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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