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선을 다하는 남자 Oct 12. 2023

퇴사를 결심한 내가 퇴사를 하지 않는 이유

도망친 곳에 낙원이 없는 이유는 방향성 없이 도망쳤기 때문이다.

- 최선을 다하는 남자



퇴사를 결심한 제가 지금 당장 퇴사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방향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연초에 생퇴사를 한 동기처럼 다른 시험을 준비할 생각이 없습니다. 또 언젠가 제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도 없습니다. 결국 지금 제가 퇴사를 하더라도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는 아직 제가 가고 싶은 회사에 들어갈 만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금 당장 들어갈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한다면 똑같이 전문성 없는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이 회사 안에서 느끼는 현타를 똑같이 느끼겠죠. 생퇴사를 하든, 이직을 하든. 지금 당장 퇴사하는 것은 저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퇴사한 동기들과 대화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다른 회사를 가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지금 다니는 직장을 떠나는 것 자체에 목적을 뒀기 때문에, 연봉이나 복지 같은 '외재적 동기'를 고려했을 뿐, 성취감이나 적성 같은 '내재적 동기'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지 않았으니까요. 이로 인해 동기들은 다른 직장에 가더라도 본질적인 문제(내재적 동기)를 해결하지 못한 채 똑같이 현타를 느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이 지점이 바로 퇴사를 결심한 제가 아직 퇴사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입사한지 얼마 안 돼서 어느 선배와 점심을 먹을 때에 나눴던 대화입니다. 그 선배는 저에게 지금 맡고 있는 직무가 잘 맞는지, 바꿀 생각은 없는지 물었죠. 그때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직무와 전혀 맞지 않지만, 바꿀 생각은 없다고요.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바꿔달라는 건 도망치는 것 밖에 안 되니까, 적어도 이 직무에서 배울 수 있는 걸 다 배우고, 나중에 직무를 바꾸더라도 '이 직무가 싫어서'가 아니라 '다른 직무가 해보고 싶어서' 바꾸겠다고요. 


퇴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와 정말 맞지 않지만, 퇴사를 하더라도 저는 '이 회사가 싫어서'가 아니라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서' 퇴사할 것입니다. 그게 바로 저, 최다남이라는 특'상'남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니까요. 


흔히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들 합니다. 저는 그 이유가 '방향성 없이 도망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없이 도망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다 보니, 현재 있는 곳에서 멀어지기만 한 것이죠. 동기들 중 누구는 생퇴사를 했고, 누구는 대학원에 갔고, 누구는 동업계로 또 누구는 아예 다른 산업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들은 떠나간 곳에서 저마다의 낙원을 찾았을까요. 그리고 제가 그리는 낙원을 무엇일까요? 


저는 현재 IT 회사로의 이직을 꿈꾸고 있습니다. 산업 자체가 유망하기도 하고,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과 유연한 근무형태를 봤을 때 제 성향과 가장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현 직장에서 신용카드와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다 보니, 뱅크샐러드 같은 핀테크 회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또 평소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보니, 우아한형제들처럼 '일 문화'에 대한 철학으로 자신들을 브랜딩 하는 회사에도 관심이 많고요. 직무로는 서비스를 기획하는 PM 혹은 콘텐츠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싶습니다. 문과를 나온 제가 전문성을 갖추면서 적성도 살리기에는 두 직무가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문제는 해당 산업에서 제가 원하는 직무를 맡기에는 아직 실력과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실력과 경험은 무작정 퇴사를 한다고 해서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요. 그래서 퇴사를 결심한 제가 아직 퇴사를 하지 않(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낙원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아직 방향을 찾는 중이거든요. 

이전 05화 무지성 퇴사가 답이 될 수 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