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가 '도망'이 아니라 '모험'이 되려면
퇴사 이유를 회사에서 찾으면 '도망'이지만,
내 안에서 찾으면 '모험'이 될 수 있다.
- 최선을 다하는 남자 -
'언젠가' 퇴사를 결심하고 낙원에 가기로 한 저 최다남이 어떤 낙원을 그리고 있는지, 낙원에 가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제가 그리는 낙원은 다음과 같은 회사입니다.
내가 그리는 낙원은
* 생계수단과 자아실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성장을 이루는
*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에 몰입하는
*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 자율과 책임 아래 구성원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는
* '내 사업'을 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 재택근무·유연근무제와 같이 근무형태가 자유로운
* 밥이 맛있는
아, 너무 이상적인가요? 같은 직장을 다니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항목들이겠네요. 결국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직장을 찾는 일이겠죠. 직장을 떠나 제 일을 하며 위의 항목들을 이룰 수 있다면 가장 좋을 테고요. 지금 다니는 회사가 제 성향과 정말 맞지 않다 보니, 일하는 방식과 이유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단순히 도망을 쳐서는 이상적인 낙원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망이란 현지점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목적이다 보니, 방향성 없이 그 순간 편리해 보이는 길을 선택하기 쉽거든요. 우리가 원하는 곳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때로 산도 타고 절벽도 넘어야 하는데, 다급하게 도망치는 와중에 '아, 내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저 절벽을 넘어야 해'하고 절벽으로 달려갈 사람은 없잖아요. 그냥 달리는 대로 갈랫길이 나타날 때마다 그 순간의 짧은 선택들을 해 나가겠죠. 그 짧은 선택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전혀 막다른 곳에 다다를 수도 있고,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곳에 도착할 수도 있겠네요.
따라서 저는 퇴사를 하더라도 '도망치듯' 할 게 아니라 '모험하듯'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있는 곳만 아니면 어디든 좋다는 식으로 떠나는 도망이 아니라, 제가 그리는 낙원에 가기 위해 기대와 리스크를 갖고, 방향성을 고민하며 지금 있는 회사를 떠나는 모험 말입니다.
아마 저는 이 모험을 평생 일하는 동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서른이니까, 앞으로 일을 30년 정도 더 해야 할까요? 그럼 모험도 30년 동안 해야겠네요. 내가 무슨 일이 하고 싶은지, 일하면서 얻고 싶은 게 뭔지, 나와 맞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그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험과 능력이 필요한지. 혹은 내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뭔지.
이런 고민들을 어떻게 단 한 번의 퇴사와 이직으로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또 일하면서 내가 원하는 낙원에 대한 생각도 계속 바뀌어갈지 모르고요. 뭐, 퇴사와 이직을 여러 번 반복하더라도 결국 제가 그리는 이상적인 낙원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앞선 질문들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방향을 찾아가다 보면, 가만히 앉아 불평만 늘어놓고 순응하는 것보다 분명 낙원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얼마 전 작년에 퇴사한 동기를 만났습니다. 그 동기는 클라우드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는 게 목표였는데, 결국 관련된 외국계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죠. 이직해서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처음에는 앓는 소리를 하더라고요. 이전만큼 '어디에 다닌다'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잘 몰라서 더 열심히 설명해야 하고, 스타트업이다 보니 대기업보다 복지도 좋지 않다고요. 그런데 전보다 훨씬 행복하대요.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또 일하는 방식이 자기 성향과 더 잘 맞는다고요. 무엇보다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할 때 눈이 빛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아, 이 친구는 이전보다 낙원에 더 가까워졌구나'라고요.
앞선 글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굳이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데 연연하며 매몰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회사보다 더 높은 차원에 존재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하면, 굳이 안맞는 회사에 나를 억지로 끼워맞출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거든요. 또 어떤 조직에 속해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더 관심 있는 일,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가능성을 아예 닫아버리는 건 너무 안타깝잖아요. 그렇다면 우린 직장을 넘어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마인드로 일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