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첫 운동회 때 우리 반에 불고기버거 20개씩 들어간 박스 2개가 들어왔다. 우리 반 친구 어머니께서 들여주신 거라고 했다. 아이들이 모두 그 친구에게 고맙다고 한 마디씩 하고 커다란 햄버거의 껍데기를 능숙하게 벗겨내 와구와구 먹었다. 나도 햄버거를 받고 친구들을 따라 엉성하게 껍데기를 벗겨냈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달짝지근한 소스가 화려하게 혀를 감쌌다. 소스가 껍데기 밖으로 줄줄 흘러 손에 다 묻었다. 야채를 잘 못 끊어내서 베어 문 입을 따라 양상추가 주욱 딸려 나왔다. 먹기 불편했지만 마요네즈와 불고기 소스에 잔뜩 절여진 달달한 고기가 진짜 맛있었다. 1학년 운동회, 이어달리기도 콩주머니 던지기도 처음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단연 첫 불고기버거였다.
이후로 엄마와 함께 장 보러 대형 마트에 갈 때마다 1층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나는 불고기버거의 냄새를 참을 수가 없었다. 달달한 소스 냄새가 계속해서 내 신경을 자극시켰다. 나중에는 주방 안에서 나는 소리까지도(띠리리 하는 기계음이 많이 났다) 불고기버거를 연상시키며 기분 좋은 소리로 다가왔다.
장 보러 나온 몇 날을 주저하다가 어느 날 패스트푸드점을 지나던 순간 엄마한테 말을 했다.
"엄마 나 지금 배고파."
"알겠다. 얼른 들어가서 김치볶음밥 해 줄게."
"그거 말고, 지금 배고픈데 저기서 햄버거 먹으면 안 돼?"
"안 돼. 저건 몸에 안 좋아. 다음에 먹자."
엄마는 햄버거가 몸에 안 좋다면서 다음에 사 주겠다고 말하며 서둘러 식당가를 벗어났다.
'그래, 다음에 오면 꼭 사달라고 해야지.'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얌전히 엄마를 따라갔다.
며칠 뒤 또 장을 보러 가는 길, 나는 엄마에게 이전 약속에 대해 말을 꺼냈다.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게 미리 못을 박아 둬야지.
"엄마, 오늘 집에 가기 전에 햄버거 먹고 가면 안 돼?"
"안 돼. 오늘은 빨리 장만 보고 들어갈 거야."
"엄마가 예전에, 담에 햄버거 사 준다고 했잖아."
"오늘은 안 돼. 너 자꾸 떼쓰면 다음부터 안 데리고 나올 거야."
별 수 없이 그냥 집에 들어온 뒤, 네 남매와 함께 엄마가 밥반찬으로 구워주는 냉동만두에 간장을 찍어 식사를 했다.
장을 보러 가는 날 동안 한 번도 엄마와 함께 불고기버거를 먹을 수 없었다. 나는 몇 날을 떼를 쓰다가, 엄마 입에서 돈이 없어서 안 된다는 말이 나오고서야 떼쓰기를 멈췄다. 나중에는 그냥 패스트푸드점에서 나는 달달한 소스 냄새와 기름진 감자 냄새, 차례가기로 올라가는 경쾌한 알림음 소리에 만족하고 말았다. 나중에 크면 불고기버거 세트를 일주일에 한 번씩 먹는 어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