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뭘까요?

신간읽기 프로젝트 12

by 홍유

옛날 옛날, 제가 어릴 때 유행하던 "최불암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최불암 선생님께서 유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시는 유머 시리즈이지요. "어? 나도 이거 아는데?" 하시는 분. 반갑습니다.


어느 날, 최불암 선생님께서 고뇌에 차서 길을 가고 계셨지요.

'도대체 삶이란 뭘까? 산다는 것은 뭘까?'

그렇게 가던 길에, 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답니다. 어느 포차에 적혀 있던 말.

"삶은 달걀"


그 유머의 한 대목이었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삶은 달걀과 감자와 호박>. 이 책을 보고 옛날의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지요. 삶은 달걀일 수 있지요. 감자여도 좋고 호박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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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달걀과 감자와 호박 / 안소민 / 옥돌프레스 / 2021.11 / 그림: 알라딘 인터넷 서점

이 책에는 많은 음식들이 나옵니다. 표지에 소개된 달걀, 감자, 호박도 있고, 감자, 파스타, 라면, 옥수수, 땅콩, 팥죽 등 많은 음식 끝에, 가리비가 나오네요. 삶에 대해서 뭐라고 소개했는지, 간단하게 첫 줄만 적어 드릴게요.


삶은 달걀.
겉모습만 보고 알 수 없어.


맞아요. 달걀이 잘 익었는지, 흰자가 얼마나 부드럽고 맛있는지, 노른자가 얼마나 고소했는지, 겉모습만 보고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완숙 달걀인 줄 알고 기대하면서 껍질을 벗겼다가, 반숙인 것을 알았을 때의 그 당혹함도 겉만 보고는 느낄 수 없지요. 삶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좋아했다가도, 실상은 그러하지 못해서 실망한 적도, 겉보기에는 별로였지만 막상 보니 축복 같았던 일도 있었지요. 그래서 <삶은 달걀>이 맞는가 봅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네 몸이 되고, 우리 자신이 된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그것 자체가 삶이 될 수도 있다는 이 소중한 생각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우리말의 <삶다>와 <살다>의 또 다른 형태가 <삶>이라는 공통 글자를 갖기에 가능한 이런 언어유희도 즐겁지요. 삶에 대한 귀엽고 깊은 생각과 함께 우리말의 즐거움까지 함빡 느껴볼 수 있는 귀여운 책을 만나서 오늘 하루도 재미있게 이어질 것 같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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