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언제든지 걷고 싶은 길

가을을 기다리며, 정동길

by 삼도씨
20220818_184944.jpg [탁보늬 님의 연주 over the rainbow 2022]

'덕수궁의 돌담길 옛날의 돌담길~'

처녀 시절 고모가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다.

그 길이 정동길이고, 그 길 옆에 있는 궁이 덕수궁이란 걸 서울로 이사를 온 뒤에야 알았다.


덕수궁은 임진왜란 이후 피난 갔던 선조의 임시 거처였으며, 고종이 머무르던 10년간 나라와 왕실의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났던 역사적인 궁이다. 이런 곳을 입장료 천 원으로 누릴 수 있다.

덕수궁에 처음 갔을 때 유독 석어당이 눈에 띄었는데, 그 건물만이 2층 전각으로 단청이 없었다.

마당 한편에 심어진 커다란 살구나무와 단청 없는 석어당, 그 둘의 조화가 더없이 보기 좋았다.

어반스케치를 처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석어당을 스케치하고 물붓으로 색을 칠하려는데

궁을 관리하시는 분이 다가와 물감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하셔서 그날은 펜 스케치만 하고 집에서 색을 칠한 기억이 있다.


정동길은 덕수궁의 돌담을 끼고 있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돌담과 덕수궁에서 자란 울창한 나무가 돌담 밖까지 뻗어 나와 아름답고 멋스러운 길로 사랑하는 것 같다.


은은한 정동교회 종소리는 못 들었지만, 화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고, 낙엽도 밟았고, 그림도 그렸던 길.

지난가을엔 그림을 그리러 갔다가 우연히 그 돌담길 밑에서 클래식 기타 연주자의 버스킹도 보았다.

단풍 든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유유히 떨어지고, 가을비가 공기까지 촉촉하게 만든 그 길 위에서 듣는 클래식 기타 연주는 정말 황홀했다.

이번 여름휴가 땐 시립미술관으로 장 미셜 오토니엘 전시회를 보러 가다가 덕수궁 돌담 밑에서 바이올린 연주자 탁보늬 님의 연주를 듣게 되었다.

도착했을 땐 마지막 연주라는 멘트를 하시며, Over the rainbow를 들려주는 데 정말 그날 그 공간과 음악이 주는 푸르른 감동이란 말로 설명하기엔 언어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이제 곧 가을, 아름다운 정동길에 낙엽 밟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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