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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도황리 Mar 18. 2023

상상한 것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의 광치기 해변

해변이 초록초록한 것이 실화?

[광치기해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성산비치 호텔에서 알려 준 간조 시간에 맞춰 광치기해변으로 갔다.

어제부터 불고 있는 거센 바람은 좀체 멈출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여행 내내 무겁고 거추장스럽던 롱패딩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했다. 그러나 롱패딩 틈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은 몸이 움츠러들게 했다. 애써 "겨울은 좀 추워야지. 이제까지 너무 더웠어"라는 말로 우리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도착한 광치기 해변 입구. 모래사장 초입에서 바라본 해변은 마치 초록이끼가 뒤덮인 것처럼 보였다. 너무 궁금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래에 붙어 있는 것은 파래와 같은 해조류였다. 부산에서 50년을 살았지만 이런 해변풍경은 처음이었다. 한쪽에서 바람을 가르며 말이 달렸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풍경 앞에서 거친 바람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빨리 일어나는 여행자가 풍경을 오롯이 독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린 그 여행을 통해 정확히 학습하고 복습했다. 우리는 좀 더 바다와 가까운 곳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사진을 찍고 계신 분을 만나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분은 제주도민으로서 본업도 있지만 취미생활로 시작한 사진으로 몇 번의 전시회도 하신 작가님이셨다.

그분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셨다.


" 여행 오셨나 봅니다."

" 네. 해변이 정말 아름다워요."

"  오늘은 해가 보이지 않지만 한 달에 두 번 정도, 해 뜨는 시간과 물때 시간이 맞는 날이 있어요. 그때 보면 정말 장관이에요."

" 아! "

" 정말 운이 좋은 날은 초록 해초 위로 하얀 눈이 살짝 덮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말 말문이 막힐 정도로 멋져요."

" 제주에 사시니까 그런 장관도 볼 수 있어 좋으시겠어요."

" 저도 그런 모습은 5년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 깝니다. 허허허"

" ㅎㅎ 제주사시는 분이 그러시면, 여행자들이 볼 확률은 정말 희박하겠네요."

" 그렇죠. 허허. 근데 저기 말은 타지 마세요."

" 사람이 타는 줄 몰랐네요."

" 승마 체험 하는 말인데, 자주 와서 보지만 저 말들은 제대로 먹이지도 않고 관리를 하지 않아서 말이 비루해요. 혹시 승마체험 하시려면 중산간에서 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 저는 그저 말들이 아침부터 운동하는 줄 알고,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 이렇게 추운 날 아침에 바닷바람 맞으며 달린다는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못할 짓이죠."

" 듣고 보니 그렇네요. 좋은 정보 알려 주셔서 감사하고, 멋진 작품 많이 찍으시기 바랍니다."

" 여행 잘하세요."


제주를 사랑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신 현지인과 짧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마치고 우리는 월정리로 향했다. 이제까지 제주에서 본 바다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월정리 바다는 또 어떤 아름다움을 품고 있을지 궁금해서 우린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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