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어깨너머로 보이는 바다
한라산 북동쪽 해안에 위치한 비교적 규모가 작은 월정리. 우린 그곳을 향했다.
그러나 겨울바람이 너무 거셌다. 월정리 바닷가에 도착했을 땐 모래와 바람이 만나 소용돌이치고.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걷기로 한 계획은 도저히 실행에 옮길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도로를 따라 걸었다.
하늘의 구름들은 순식간에 흩어지고 모여지고 또 흩어지고, 아직 서울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구름 쇼.
주인공은 구름이지만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것은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는 바람이었다.
이솝에 나오는 해님과 바람의 내기 이야기를 다들 알 것이다. 정말 우린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맞서 두꺼운 롱패딩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단추를 잠그고, 모자 끈까지 바짝 조였다.
그러나 추위와 별개로 바닷색감은 왜 그리 아름다운지. 기온을 내어주기 싫지만 자꾸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로 인해 얇은 마스크를 통해 벌린 입 안으로 차고 시린 바람이 슝슝 들어왔다.
그렇게 조금 걸었을까, 바다를 배경으로 웨딩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바다색이 정말 예쁘긴 하지만 그래도 그날은 12월 26일이었다.
인생에 아주 중요한 사진이라지만 그래도 어깨를 다 드러낸 신부를 보는 순간 얼굴이 찡그러졌다.
" 너무 춥겠다."
" 그러게. 롱패딩을 입은 우리도 이렇게 추운데..."
" 엄마는 내가 저렇게 한다면 어쩔 거야."
" 인생의 한 번뿐인 웨딩사진이라지만 저건 아니지."
" 단호하네. ㅎㅎ "
" 결혼사진만 보면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 밖에 안 날 걸 같다."
" 정말 이쁘긴 한데, 겨울엔 결혼은 안 해야겠다."
" 그나저나 신부가 몸살은 안 걸려야 할 텐데..."
보지 않아도 눈에 훤히 보이는 것 같은 신부의 시린 어깨 때문에 갈길이 바쁜데도 자꾸 눈길이 그들에게 머뭇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