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자아자, 화이팅!

홍제동, 개미마을

by 삼도씨


20220804_193840.jpg [빨래가 널린 마당 옆에 접시꽃과 초록 고추가 한창이다. 2022]


작년 빼빼로데이 때 일이다. 그림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홍제동 개미마을로 향했다.

11월은 밖에서 그림을 그리기의 관건은 추위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마을버스를 탔다.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데 오르막 길이 몸으로 느끼기에도 70도가 넘게 가팔랐다.

당장 담달이면 12월인데 눈이라도 온다면 썰매장을 개장한다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경사였다.


개미마을은 자주 다녔던 정릉과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이었는데, 나뭇잎 한 장 뒹굴지 않는 마을 길. 집마다 벽엔 예쁜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정릉 재개발구역은 올봄에 벽화가 생김)

마을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마을이 산 바로 밑이라 어슬렁거릴 여유가 없었다.

우리들은 그나마 볕이 드는 곳을 찾아서 옹기종기 앉았다.


" 지금이 2시 30분이니까 한 시간으로 타이머를 맞출까요?"


우리들 중 한 명이 말했다.

한 시간 안에 그리기 위해선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선 서둘러야 했다.


겨울 햇살의 따사로움은 30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휙 지나가버렸다. 손이 시리고, 발이 시렸다.

화우(畵友)들 중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계시기에 추위가 신경 쓰였다.

그래서 따뜻한 봄에 다시 오기로 하고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그림을 접었다.

Screenshot_20220730-224649_Instagram.jpg [정자에서 바라본 개미마을. 2022]

올해 5월, 벌써부터 한여름 같이 햇빛이 쨍쨍한 날 다시 찾아 간 개미마을.

여전히 동네는 정갈하고 조용했지만 작년 초겨울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집집마다 꽃들이 햇살 아래 반짝이고, 시선이 가는 곳마다 초록잎들로 마음까지 덩달아 싱그러워지는.


올 해는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홍제 개미마을과 정릉 재개발 구역 그리고 104 마을을 갔었다.

정릉 재개발 구역은 가난하지만 언제나 웃음이 넘쳤던 유년 시절의 우리 동네 같고,

104 마을은 공가라고 적힌 집들이 많이 보여 젊음의 뒤안길처럼 쓸쓸했고,

홍제 개미마을은 왠지 모르게 '아자아자, 화이팅!'이라고 외치는 가난하지만 패기가 넘치는 청년의 목소리가 느껴진다.


과밀 인구와 너무 올라버린 집값으로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 하기엔 꿈조차 버거운 현실. 부익부 빈익빈이 확연히 차이 나는 대도시인 서울이지만,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본 파란 지붕 아래 빨래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한편에 접시꽃과 초록 고추가 사이좋게 핀 것처럼, 서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사이좋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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