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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조이 Oct 10. 2023

체질음식만 가려먹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내 체질에 맞아야 특효약이 됩니다.

   종편채널에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바로 건강프로그램입니다. 성인병이나 난치병을 극복해 건강을 회복한 사례를 보여주고 무엇을 먹고 나았는지 소개해줍니다. 폐질환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구기차환을 먹고 좋아졌고 차가버섯을 먹고 암을 극복했다고 합니다. 같은 병증을 앓는 사람에게는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탈모에는 백하수오가 좋다든지 혈전이 막히면 뇌졸중이 온다든지 하는 얘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인터넷에 해당 기능식품을 검색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구입해 놓고 먹지 않고 계절이 지나도록 주방 한편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제품들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몸속 염증을 잡아주고 면역력을 강화해 준다 했는데 어쩐지 오히려 힘이 빠지고 속만 더부룩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어렴풋이 '나한테 안 맞나' 생각하며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차례대로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편도선염을 자주 앓았고  스스로 약골이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감기약만 먹어도 퉁퉁 부었는데 심하게 부었을 때는 신장내과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보통은 수술 후 1주일 사이에 아문다는 수술부위가 저는 항생제를 써도 아물지 않아 결국 흉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남들에게는 맞는 약이 왜 나에겐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유발할까?' 의사 선생님도 의아해하는 궁금증이 체질에 눈을 뜨게 했습니다. 결국 제 몸이니 제가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금음체질입니다. 체질은 8 체질 분류표에 의한 것인데 사상의학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금음체질은 다른 체질에 비해  양약이 맞지 않고 부작용을 유발하는 체질입니다. 면역력이 저하되고 몸이 약할수록 부작용에 대한 민감도는 세지고 건강해지면  민감도가 저하됩니다. 요즘 저는 감기도 잘 안 걸리지만 걸려도 감기약도 먹고 주사도 잘 맞습니다.) 


  사람들의 신체 크기나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내부 장기들의 크기나 성능도 다릅니다. 간의 크기나 부피는 체질에 따라 800cm3에서 1600cm3까지 2배가량 차이 납니다. 폐나 신장 역시 체질에 따라 크기나 그 기능의 원활함이 다릅니다.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에 비해 탄수화물이 주식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장은 더 길다고 합니다. 이러한 장부의 크기와 기능등이 8 체질을 분류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작용합니다. (8 체질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네이버카페 '8 체질 4 life' 찾아보시면 도움받으실 수 있습니다)


  일단 체질을 알게 되면 체질에 맞는 음식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 밀가루는 금음체질이 피해야 할 음식입니다. 외식이나 배달음식에서 쉽게 접하던 삼겹살과 파스타대신 제가 본능적으로 좋아하던, 그러나 식탁에 잘 오르지 않았던 생선과 채소가 제 체질에 맞는 음식이었습니다. 친구에게는 활력을 주고 건강에도 좋다는 커피가 저에게는 밤잠을 설치게 했습니다. 체질적으로 카페인 대사가 안 되는 몸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는데 저는 육식을 하면 소화가 안되고 힘이 빠졌습니다. 


  과식 후 힘이 빠지는 경험은 해보셨지요? 내가 활동하는데 써야 할 에너지가 소화시키는데 다 소진되기 때문입니다.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은 소화가 안되어 위장뿐 아니라 간을 힘들게 하고 대장에 오래 머물러 독소를 배출합니다.


   그런데 체질을 안다 해도 체질식을 늘 지키고 살 수는 없습니다.  세상은 온통 밀가루와 고기, 우유 베이스 음식들로 채워져 있고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할 때에는 내 체질만 내세우기 어렵습니다.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먹는 음식이 몸에서 어떻게 소화되는지, 영양을 공급하는지 독소를 내뿜는지 인식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음식 섭취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거쳐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없습니다. 이제 누가 어떤 약이나 식품을 먹고 병이 나았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 맞는 약이고 식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 식품을 찾았다면 그것은 행운입니다. 현미가 당뇨에 좋다는 것이 상식처럼 통하지만 현미가 소화가 되지 않는 체질에게는 소화불량만 유발할 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내 체질에 맞아야 특효약이 됩니다. 노안에 좋은 제품, 갱년기에 좋은 음식, 관절에 좋은 제품, 면역력을 향상하는 음식 다 좋지만 내 체질에 맞는 제품과 음식을 가려 먹으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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