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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라!

나만의 컬러를 찾고, 새로운 루틴으로 하루 하루 버틸 힘을 찾아간다.

by 김정희 Mar 26. 2025

이혼 후에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가장 먼저 타인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삶에

익숙해져야 했다.


이제 주어진 무제한의 자유에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가면서 하루 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처음엔 몸을 쓰는 힘든 일을 선택했을 때 나의 기상 시간은 4시 30분이였다. 


아침 해 뜨기 전에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관계로 깜깜한 어둠 속에 차를 몰고 고속도로로 나섰고, 일터에 가서는 이전의 나는 없었다. 


마치 신상 로보트 처럼 그 환경에 맞게 착착 일을 했다. 

웃고 떠들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새로운 것들을 알아갔다. 

하루 종일 걸어야 하고 기다려야 하고 손님들에게 상세하게 기술과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코스를 안내하는 일이었지만, 나는 정말 10년정도 일을 한 사람처럼 노련하고 다부지게 일을 해내었다.


그래서인지 초보지만 그 어느 누구도 내가 초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일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굉장히 열심히 일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중요했으며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중요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요령을 피우거나 진상 고객에 대한 험담도 하지 않았다.

가끔 당번으로 주차장의 휴지를 주으러 갈 때도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도 나는 그 일을 즐겼다. 

깨끗해지면 기분이 좋은 것이고, 열심히 일하면 일한 자체로 보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금액이 얼마인지도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내 자신이, 이렇게 열심히 일 하면서 살고 있다는 내 자신이 중요했다.


그러나 오래 할 생각은 아니었다. 

당분간 내가 안정이 될 때 까지만 하고자 했고, 그 일을 하면서 오랜 불면에서 해방이 된 것이 좋았고, 천천히 다른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쉬는 날에는 평일에 두, 세시간 정도의 산책을 다섯 시간 정도로 늘려서 아주 길게 무작정 걸었다. 

걷는 것이 그렇게 좋은 일인지는 살면서 처음 느껴보았던 것 같다. 

다행히 반려견인 대박이가 있어서 외롭지 않게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교보문고 근처로 이사를 와서 좋았던 건 10분 거리에 대형 문고가 있다는 것이었고, 

언제든지 책 구경을 갈 수가 있었다. 


예전에는 인터넷으로 책을 사곤 했는데, 서점에 가는 재미가 솔솔 했다. 

책을 꼭 사지 않아도 읽을 만한 책들은 많았으며, 강남이나 번화한 거리를 구경하기에도 좋았다. 


한번은 정말 급하게 책을 사야 할 일이 있었는데, 다행히 교보문고 앞 인사하시는 경비 아저씨가 대박이를 맡아 주신 일도 있었다. 당신이 줄을 잡고 있을 테니 언릉 책을 사라고 하는 아저씨에게도 동네 아저씨처럼 고마움을 느낀 일이 있었다. 적당하게 묶어 둘 데가 없어 난감하던 차에 그런 친절은 지금도 참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시간이 좀 나면 이사하면서 한꺼번에 같이 딸려왔던 수많은 잡동사니를 하나 하나씩 버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살면서 더 이상 쓸 일이 없는 물건들은 또 어찌나 많았던지.


낚시와 캠핑이 취미였던 남편의 짐이 가장 많았다. 창고 하나를 그대로 옮겨왔으니, 그 짐이 어마어마 했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그대로 밖에 내 놓았고, 내 놓자마자 사라졌지만, 아쉬워하거나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 


가능하면 물건에서 어떤 기억이 떠오르지 않도록, 대부분의 물건을 모두 다 버렸다.

그리고 혹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무조건 또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 

하루 한번이던 산책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기도 했지만, 우울감에 빠져 있는 것 보다는 몇 배로 현명한 방법이라서 피곤하고 지칠 때까지 걷고 또 걸었던 것 같다.


일하고, 씻고, 목욕하고, 산책하고 밥 먹고 자고 서점에 가고.

책을 읽고 짧게 나마 글을 쓰고 요리를 해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루틴을 만드는 건 단순히 하루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었다.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 나를 지탱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화려하거나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었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일상을 만들어 가는 동안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고, 그 안에서 내가 다시 살아갈 힘을 찾을 수 있었다.


일상은 꾸준한 습관들로 구성되지만, 익숙했던 것들을 놓고 새롭게 시작하려면 무엇보다도 작은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무슨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힘차게 나아가고 기여이 승리하는 그런 큰 포부는 없었지만, 작은 일상을 자잘하게 쪼개어 나를 위해 오늘 꼭 해야 할 일 한두 가지를 떠올리며, 그저 하루를 성실히 채우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대충 때우는 식사 같은 것은 없었다. 


일하느라 바빠서 식사를 거르면 몰 라도 시간이 나면 나를 위한 식사는 건강한 요소들로 가득 차게 준비했다.

이때쯤 생긴 습관이 아마도 요리를 하는 것 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식탁을 없앤 대신 나는 요리를 새롭게 시작했다. 그리고 제법 멋진 요리들은 SNS에 올렸다. SNS 친구들과 가장 많은 소통을 한 시기도 그 즈음 같다. 점차 그들과 하는 소통의 시간이 길어졌고 친구도 많이 생기고 차츰 이전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로 친구들이 채워지고 있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어떤 것을 보고 계절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를 실감하며, 그들의 고민은 어떤 것이고, 그들의 일상에 어떤 일이 있는지 함께 걱정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신기하게 도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처음엔 간단하던 요리도 점점 진화해서 김치를 하는 수준을 넘어 간장, 된장을 담그고, 온갖 각종 김치류는 다 섭렵을 하고, 명절에나 하는 음식을 평소에도 하면서, 점점 그들의 관심에 답을 하고자 한 것인지는 몰라도, 더 깊이 요리에 심취해서 많은 포스트를 올렸던 것 같다.


누구는 중독이라고 할 수도 있고, 누구는 너무 많은 시간을 SNS에 소비한다고 놀렸지만, 그것은 나름대로 건전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 중 하나였다. 


온라인의 인간관계란 그렇게 큰 시간을 소모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는 일이었고, 오히려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편견 없이 만나게 되어 좋았다고 생각한다.


건축, 경제, 주식, 과학, 광고, 마케팅.


몇 년 동안 눈으로만 그들을 보다가 실제로 오프에서 보기도 하고 친해진 사례도 많이 늘었다. 


실제 만나보면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1차 검증은 끝난 공식적인 관계가 많아서 사람들이 낯설지 않았다. 


나는 이전에 온라인에서만 친구였지, 실제 오프에서 만난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정말 좋은 친구들과 그룹들을 만났던 것 같다. 


새로운 루틴을 만드는 건 단순히 시간을 채우기 위한 일이 아니었다. 


흔들리던 나를 붙잡아 주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이라 기보다, 매일 꾸준히 조금씩 나를 돌보고 지켜 나가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점점 나만의 색깔을 찾아갔고, 비로소 그 속에서 살아갈 힘을 조금씩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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