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있으나 끈기가 부족한 나는, 반복해서 하는 일을 잘 못한다. 피아노도 배우다 말고, 우쿨렐레도 배우다 말고, 요가도 하다말고, 글쓰기도 꾸준히 하지 못한다. 타로자격증도 따고 꽃차 소물리에 자격증도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실력이 향상되려면 끊임없이 반복하고 연습해야 하는데, 중간에 나아지는 게 없으면 지지부진한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시작하다 결국 포기하고 만다. 어쩌면 나는 포기를 반복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 삶이 불행하거나 의미가 없는 건 전혀 아니다. 반복이란 말에는 땀, 노력이란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성공한 예술가, 사업가, 운동선수, 연예인, 과학자들은 언제나 수없이 많은 연습을 반복하며 그 자리에 올라갔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경지에 올라서려면 반복된 훈련, 도전, 연습은 필수인 게 맞다. 그러나 반복적인 행동이 주는 결실이 어디 성공한 사람들의 몫이기만 할까.
나는 30년 넘게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상을 차려주시던 엄마를 생각한다. 새벽 5시가 되면 안방 문을 열고 나오시는 엄마의 기척을 느꼈다. 그리고 부엌에서 들리던 달그락 소리. 조금 있으면 엄마가 일어나라고 부르시겠구나 생각하며 다시 잠이 들곤 했다. 그때는 몰랐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차리는 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를, 내가 얼마나 귀한 사랑을 받으며 살았는지를. 아침에 일어나시는 게 귀찮은 날도 있었으련만, 그런 날은 없었다.
아빠도 마찬가지로 결근 한번 없이 직장을 나가셨다. 그런 부모님 덕분에 나는, 우리 가족은 평온했고 행복했다. 그분들이 반복된 일상을 유지하신 덕분에 내가 살아갈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보니 위대한 것은 작은 것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인 성공을 가져다주는 기술이나 능력이 아니더라도 일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작은 행동이라도 반복해서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이 사회는 그런 반복을 해내며 살아가는 사람을 덕에 버티고 있는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