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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Oct 26. 2021

교사가 캔디를 내미는 이유

마음을 내밀다.

영어게임 퀴즈를 시간이다. 

"자, 다음은 상익이."


상익이(가명) 순서가 돌아왔다. 상익이는 영어 부진학생이라 힌트를 많이 주는 편이다.

"상익아, 답은 뭐지? (힌트) What do you___?"


답을 거의 다 알려줬는데도 상익이가 답을 모르는 모양이다. 상익이가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푹 숙인다. 순간 나도 당황해서 벙쪘다. 이틈을 타서 친구들의 야유가 쏟아진다.


"야, 그것도 몰라? 'What do yo think?'잖아."

"아니, 저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야, 진짜 몰라?"

"쟤, 몰라서 저러는 거야?"


상익이는 더욱더 움츠러든다. 얼굴이 벌게져서 작게 중얼거린다.

"What.... do.... you think..." 



나는 얼른 아이들을 중재시키고 서로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타이른다. 아이들은 저런 말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말이 아니라, 친구들끼리 장난치고 노는 말이란다. TV 예능에 보면 다들 저런다고... 



나는 잠시 수업을 중단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신규교사일 때는 부진 학생들에게 자주 화를 냈었다. 여러 가지 상처 주는 말도 많이 했다. 모질게 말하고 강하게 대해야 학습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지금처럼 공부를 안 하면 꿈을 이룰 수 없어!
기초지식이 없으면 사람들이 무시하고 얕볼 거야.
왜 노력조차 하지 않아. 자꾸 뒤처지잖아.
게임할 시간은 있고, 공부할 시간은 없는 거야?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는지.

나도 교사가 아니었더라면 절대 몰랐을 것이다.

학교에서 공부를 못한다는 건 학생 본인에게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다. 



학교 수업은 이해하기 힘들고 따분하지, 애들은 공부 못한다고 모둠 활동에 안 껴주지, 모르는 게 있어서 물어보면 그것도 모르냐고 친구들이 은근 무시하지,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왜 묻지도 않고 가만히 있냐고 선생님이 잔소리하지


그야말로 독 안에 갇힌 쥐 신세 아니겠는가. 가장 자존심 상한 건 친구들의 은근한 무시와 따돌림일 것이다. 선생님이 입이 닳도록 타일러도 아직 미성숙한 사춘기 아이들은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너무나 쉽게 내뱉는다. 6학년 교실에 와보지 않으면 모른다. 단체로 쏟아지는 야유와 빈정대는 말투가 얼마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지. 학습 부진 학생들이 게임에 쉽게 빠져드는 것도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그나마 즐겁고 마음 편한 건 게임뿐이라는 거다. 



부진 학생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모르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방과 후 부진학생 지도를 하기위해 상익이을 시청각실로 불렀다. 


"상익아, 숙제 꺼내보자. 다 해왔겠지?"


상익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교재를 꺼낸다. 

"다 못했는데..."


"그래... 깜빡했나 보구나. 그럴 수도 있지..."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미간에 잡힌 주름은 감출 수가 없다. 간단한 숙제인데도 매번 숙제를 해오지 않으니 속상하다. 하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다.


"다음에는 꼭 해오는 거다!"

"네..."

방긋 웃으며 상익이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다. 


"아까 영어시간에 애들이 뭐라고 해서 많이 속상했지? 그래도 정답을 잘 말해줘서 고마워."

나는 상익이에게 사탕 두 개를 내민다.


"다음에 만약에 숙제 다 해오면 사탕 더 줄게. 우리 열심히 하자!"

상익이는 꾸벅 인사를 하고 주머니 속에 사탕을 넣는다. 얼굴이 좀 더 환해진 것 같다.  


앞으로도 상익에게 사탕을 더 많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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