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맛본 원효대사 해골물
이구루, 이구루, 지도에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온다. 요쓰야, 재즈 킷사, 이구루라고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하니 ‘Eagle’이 나왔다.
아! 이구루!
빛바랜 포스터가 한가득 붙어있는 나선형 계단을 타고 뱅글뱅글 지하로 내려가니, 진지한 안내문이 맞이한다. 6시 이전에는 대화가 금지되고, 이어폰을 낄 수 없다는 안내문. ‘누군가 재즈를 안 듣고 이어폰을 끼고 있다 쫓겨난 적이 있는가 보지?’ 상상하다가 주인이 고집이 좀 있겠다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다행히(?) 여섯 시가 지난 시각이라, 여기저기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소리와 함께 재즈 음악이 들린다. 가운데 어려워 보이는 각종 음향 장치와 LP, CD가 꽂혀있다. 벽 쪽에는 무엇보다도 심혈을 기울였을 스피커 두 대, 그리고 그 가운데엔 헨리 마티스의 아트북 ‘재즈’에 실린 ‘이카루스’가 걸려있다. ‘노 포토’란다. 그리고 모든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곳엔 청록색 폭신한 카펫이 깔려 있는 것을 보고 눈치챘다. 카펫을 깔아 사람이 오고 나갈 때 의자 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는 거다. 나도 재즈를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너도 그렇게 하라는 근엄함 느껴졌다.
‘남들한테만 고집이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도 있구나. 이게 일본인의 코다와리(고집, 장인정신)라는 건가.’
간단한 요깃거리와 음료를 시키고,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재즈 문외한이다. 재즈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만화가 주호민의 재즈 밈뿐이라, 생각하려 할 때마다 피식하게 된다.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 해본다. 당연히 재즈도 아는 만큼 들리겠지만, 오늘 나는 아는 게 없어도 들리는 만큼 들어볼 요량이었다.
주문한 키쉬가 나왔을 때쯤인가, 내 테이블 건너편 한 남자가 눈을 감고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잘 다듬은 콧수염을 한 중년의 남자. 화려하지만 깔끔하게 다려진 디자이너 셔츠에 옆에는 허름한 가죽가방까지 놓여있다. 도쿄의 쟈즈 리스너란 이런 모습일까. 이 공간을 쏙 빼닮은 것 같았다. 나도 한번 따라 해 볼까?
오른쪽 벽에 걸린 마티스의 그림을 바라보며 잠깐 턱을 괴고 있다가 가만히 눈을 감아보았다. 다행히 내 옆 테이블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옆 테이블에 사람이 있는지 그런 걸 의식하고는 있었다. 눈을 감자, 좋은 배경음악처럼 듣고 있던 그 음악이 주인공이 되어 내 귀에 다채로운 소리의 집합으로 다가왔다. 심벌즈가 멀리서 가볍게 리듬을 세어주고, 색소폰이 리드하며 자신감 있게 리듬을 끌어간다. 색소폰이 노래를 끝내면, 이어서 피아노가, 그 후엔 낮은 음역대의 부드러운 스트링이 차례대로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등장해 메인 멜로디를 즐겁게 연주하다가 멋진 화음으로 끝을 낸다.
‘눈을 감으니 이렇게 음악이 다채롭게 들리는구나’ 감탄하며 눈을 살며시 떠봤는데, 나는 참지 못하고 현실 웃음을 터뜨렸다. 음악이 끝나고 보니 그분은 거의 헤드뱅잉을 하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엄격한 주인장과, 데이트 중 졸고 있는 남자, 그리고 그 앞에 눈 감고 미소 짓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내가 생각해도 웃음이 났다. 재즈를 사랑하는 도시 도쿄에서 잠이 부족했던 한 남자에게 새로운 음악 감상법을 배워간다.
그때 흘렀던 음악이 궁금하신가요?
바로 이 음악입니다.
Jsquad – New York Water Stri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