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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혜랑 Jul 08. 2024

네게로 핀 꽃

시절인연

네게 꽃으로 핀다

매달 다른 모습으로 네게 꽃으로 핀다

난 피고 또다시 진다 그리고 또 핀다


1월에 나는

차가운 대지를 밟고 일어나

수선화로 피어 네게로 갈 것이고


2월에 나는

온몸을 땅의 기운으로 감싸 안크로커스 되어

하이얀 눈을 뚫고 네게로 갈 것이고


3월에 나는

말랑말랑 오동통통 핑크빛 소녀의 입술

튤립으로 펴 햇살 안고 네게로 갈 것이고


4월에 나는

봄바람에 흩날리는 부드러운 벚꽃

향기 되어 네게로 갈 것이고


5월에 나는

손안에 꽉 찰 작약으로 피어

내 몸 하나하나 열고 네게 갈 것이고


6월에 나는

촉촉이 내리는 빗방울 머금은 소녀의 꿈 

수국 안고 네게로 갈 것이고


7월에 나는

내 밝은 미소 태양되어 해바라기로 널 밝히고

뜨거운 열정 내뿜으며  네게로 갈 것이고


8월에 나는

길고 곧은 자태로 널 곧추세워 줄 글라디올러스

한 여름 뙤약뼡도 마다하지 않고 피어 네게로 갈 것이고


9월에 나는

서늘한 바람 품고 가을의 고요함 담은

흐느적거리고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로 피어 네게로 갈 것이고


10월에 나는

쏜쌀같이 보낸 날 앞세우고 남은  

핑크뮬리와 꿈결 같은 날 안고 네게로 갈 것이고


11월에 나는

올 한 해 쏟아내는 아쉬움 휘몰아치는 추위에 끄덕 않는

묵직한 국화향 되어 널 안으러 네게 갈 것이고


12월에 나는

일 년 내내 이루지 못한 내 사랑의 곡소리에도 빛 날

붉은 심장 포인세티아로 네게 남을 것이다


난 이렇듯

같은 듯 다른 모습

네게 꽃으로 남고 싶다.

한 철 바짝 피는 시절인연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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