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떠나가지만 나는 여기 그대로
아프다, 이 가을이
단풍이 붉게 물든다고 해서 아픈 것이 아니라
지나간 여름의 아쉬움이 남아있어
그래서 나, 이 가을이 아프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기억들
추억되어 장롱 속으로 들어가기 전
뜨겁게 내리쬐던 그 햇살이, 그 짝사랑이
그래서 나, 이 가을이 아프다
늘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이제 빈 둥지에서 홀로 견뎌야만 하는 이 가을이
유난히 단풍이 빨리 물들고 더 선명하게 빛이 나지만
그래서 더 시리고 더 아프다고 말하는 단풍잎
바람에 떨어지며 속삭인다
"너도 나처럼 아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