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너라서 더 소중해!
메리 스티븐 카사트, <목욕하는 아이>, 1893.
욕조는 아기가 커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그림 속 목욕하는 아이를 보면, 조만간 저 욕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만 겨우 담글 수 있는 욕조는 자라 버린 아이의 모습과 반 비례한다.
다윤이도 그렇다. 벌써 100일을 맞이했다. 나와 만난 지 100일. 그동안 그녀의 외형은 상당히 많이 변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상상했던 아기의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일, 50일, 100일을 지나면서 점차 엄마와 아빠의 자식이란 것을 온 얼굴로 거세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눈을 볼 때마다 나와 닮았군!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다윤이가 컸다는 것은 욕조가 더 잘 보여준다. 100일 전에 사용했던 욕조는 이제 작아서 새로운 욕조로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 목욕을 시킬 때, 몸이 너무 작아 욕조에 빠질 것 같았던 그녀는 이제 욕조를 압도하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물이 튀어, 어쩔 수 없이 큰 욕조로 옮겨야 했다. 커 저버린 다윤이의 욕조를 보면서, 다윤이의 과거-현재-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1돌을 지나 점차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다윤이는 자신의 삶 속 욕조들을 얼마나 바꾸고 성장해 갈까?
메리 스티븐 카사트, <목욕 뒤에>, 1901.
사람도 각자의 욕조를 바꿔야 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작은 욕조에 살고 있다면 물을 담고 목욕을 할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할 욕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듯, 사람의 삶에서도 그 욕조는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다윤이의 성장을 욕조의 크기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듯, 삶의 성장은 인식의 변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각자만의 변화된 지점을 찾아서 보는 것. 전의 나와 오늘의 나. 내일의 내가 달라진 점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 내 인생의 욕조를 더 키우는 방법이자, 내 삶을 더 채워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과거의 욕조 사이즈에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 욕조 크기를 키워나가는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윤이도 아빠도.
다윤이에게 이것을 알려주기 위해 나부터 먼저 욕조를 키워나가자. 다윤아 100일 다시 한번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