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다 그러나 난 ‘땡기다’

#2. 소소한 시선이 닿는 순간

by 도슨트 춘쌤

어떤 상황에서 뜬금없이, 갑자기 확~ 땡기는 것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커피가 그렇다.

비가 내리는 날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기 싫지만 갑자기 커피가 땡긴다. 당긴다가 맞는 표현이지만, 나는 ‘땡긴다’라고 쓰고 싶다. 그만큼 나에게는 커피가 강하게 필요했다.


아내와 다윤이(나의 사랑하는 딸. 그렇다고 아내가 사랑스럽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가 밖으로 나간 지금, 오랜만에 혼자 집에서 일어나 커피가 확 땡김을 느낀다.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우산을 들고 나가 비를 맞으면서도 커피를 사러 가는 나의 모습. 왜 갑자기 커피가 땡겼을까? 커피 머신도 있지만 밖에 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배달앱’으로 커피를 시켜도 되지만 카페로 나가고 싶었다. 그렇다고, 카페에서 먹고 싶지도 않았다. 비를 맞으며, 커피를 사서 집에 들어왔다. 땡김은 이유가 없다. 내 속의 DNA가 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커피를 사서 한 모금 마시니, 마티스의 <이카루스>가 생각이 났다. 이 그림을 생각할 때 마다, ‘땡기다’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Matisse_Icarus.jpg 앙리 마티스, <이카루스>, 1946.


마티스는 말년에 병으로 고생했다. 더 이상 붓을 들고 그리기 어려울 지경이 되자, 넘치는 예술적 욕구를 분출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상당히 굶주려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콜라주이다. 프랑스어로 ‘풀로 붙이다’라는 콜레(coller)에서 나온 콜라주를 통해 마티스는 <이카루스>를 표현했다.

자신의 땡기는 감정을 콜라주로 표현한 마티스, 그는 이카루스에서 어떤 땡김을 받았을까? 이카루스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그는 미로를 만든 인물로서 아들 이카루스와 탈출하기 위해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탈출한다. 하지만 태양에 더 가까이 가고자 했던 아들 이카루스는 결국 탈출 도중 죽게 된다. 그래서 이카루스는 ‘욕심’을 뜻한다.


하지만 마티스는 다르게 봤다. <이카루스>의 심장 속 붉게 타오르는 붉은 색이 태양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그 주변의 반짝이는 노란색 별은 이카루스의 열망이 빛나는 ‘환희’이다. 마티스는 이카루스를 ‘욕심’을 부려서 화를 맞이한 존재가 아닌, ‘열망’을 드러낸 존재로 바꾼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망’을 이카루스에 투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비를 맞으며 커피를 사러 간 것도, 사실은 커피가 땡기는 것이 아니라 집을 벗어나는 그 순간의 쾌감 때문이었다.


비 오는 오늘, 비에 젖은 도로와 바람, 날씨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오늘 나의 DNA는 사실은 커피보다 비가 몸에 맞는 촉감을 원했나 보다. 가끔은 알 수 없는 땡김이 새로운 것들을 보게 할 때가 있다. 실컷 커피는 핑계라고 하면서 따듯한 아메리카노가 내 몸에 들어올 때 이 맛 때문이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티스와 이카루스처럼, 나만의 ‘땡김’을 향해 날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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