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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와 adhd는 어차피

오늘도 일탈합니다. 조금은 봐주세요. 위로가 필요한가 봅니다.

by 그림크림쌤

일반 아이들도 사춘기 시기에는 adhd처럼 변합니다. 실제로 뇌가 그렇습니다.

사춘기 시기에는 이성의 뇌라고 불리는 전두엽 가지치기가 일어나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두엽은 감정의 뇌인 편도체를 조절합니다. 편도체는 특히 부정적 정서를 주로 담당합니다. (사실은 정서 자체가 긍정보다는 부정의 가짓수가 훨씬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미 adhd인 아이가 사춘기까지 오면 전두엽은 더욱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남자아이면 더합니다. 남성호르몬은 편도체를 더욱 날뛰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고?

그러니까, '사춘기 adhd' 아이에게는 이성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말하려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통제해도 안 통한다는 것도 말하려는 거고요.

그러니까, 받아들이고 이해해 주는 수 밖에는 없다는 것 역시 말하려는 겁니다.




아이가 하교 후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다고 걱정을 하길래, 조금은 해도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과학적 근거도 덧붙였습니다.

adhd들은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게 오히려 자극이 줄어들어서 평온한 거라고. 그러니까 조금은 해도 된다고.


이 말들 중 어느 포인트에서 반감을 불러온 걸까?

갑자기 정색하며 대답합니다.


"난, 그래도, 게임은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났습니다.


아마 사실은 제게 '애가 폰만 잡고 있으니까 불안하지? 나도 그래.' 이런 단순한 말이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잘난 체하는 걸로 여겨져서 기분이 상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근데 전 저 마지막 말이 너무 많이 아팠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은 저도 제 아이가 게임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몇 년 동안 생각해 왔었으니까요.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실은 게임에 빠진 제 아이가 정말 한심하고, 심지어 미친 것 같다고까지 생각했었으니까요.

그 정도로 게임을 안 좋아하니까요.


게임을 안 하는 게 맞다는 단순한 사실을 제가 몰라서 과연 "조금은 해도 된다"라고 떠들고 다니는 걸까요?

사실은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임을 진정 모르는 걸까요?


저 말이 너무 많이 아파서...

다시 가슴에 웅덩이가 생기려고 합니다.

웅덩이 때문에 가슴속 습도가 올라가서, 자꾸만 비구름이 만들어지려고 합니다.


픕니다.

통제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정도의 극단까지 갔던 아이를 통제와 잔소리 없이 겨우겨우 온라인 세상에서 꺼냈기에...

더 아픕니다.

그 3년이라는 힘든 시간만큼 저 말이 너무 많이 아픕니다.


그녀 잘못은 없습니다.

단지 그녀에게 잘못이 있다면, 알 수 없는 아주 작은 뾰족한 마음이 생겨서 아주 작은 돌멩이를 약간의 신경질과 함께 던졌을 뿐이거든요.

그렇게나 작은 돌멩이에 맞았는데도 전 아플 뿐입니다.


그녀 잘못이 아닙니다.

하필이면 맞은 곳이 다 낫지 않은, 가장 퍼렇게 멍이 든 부분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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