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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 Jun 08. 2024

여름에 떠오르는 반찬

입맛의 성장_가지와 꽈리고추

요즘 날씨는 여름이다. 달력을 보면 아직 한 달은 남은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낮의 온도는 그렇지 않다. 그래도 좋다. 아침저녁은 선선한 초여름이다. 노을이 질 때쯤부터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어둠이 올 때까지 밖에 앉아서 친한 사람들하고 저녁을 먹으면 딱 좋은 계절이다. 주변이 산이면 더 좋고 도심 한 복판이어도 좋다.    


여름이 다가올 때쯤 상에 올라오면 쳐다만 보고 절대 먹지 않는 반찬이 있었다. 가지였다. 가지는 일단 모양이 별로였다. 색깔이 먹고 싶은 색깔도 아니었다. 언뜻 보면 플라스틱 같기도 했다. 그런데 가끔씩 상에 올라왔다.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부모님은 가지 무침을 잘 드셨다. 옆에서 여러 번 나에게 가지를 한번 맛보라고권하면 나는 열 번에 한번 정도 먹었다. 입에 넣어보면 역시 물컹거리는데 맛도 없었다. 고소함이라던가 상큼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삭하게 씹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맛으로 가지를 먹는지 잘 몰랐다. 가지맛은 무슨 맛일까 정말 설명할 수가 없었다.


가지와는 달리 내가  좋아하던 반찬은 꽈리고추 무침이었다. 꽈리고추는 맵지도 않고 쌀가루가 묻혀있어서 통통하고 부드럽고 식감도 쫄깃거리고 맛이 좋았다. 어쩔 때 매운 고추가 걸릴 때가 있었는데 먹으면 눈물 나게 매웠지만 대부분은 맵지 않았다. 밥을 물에 말아서 꽈리고추 무침과 먹으면 딱 좋았다. 하지만 가지무침보다 꽈리고추 무침은 상에 자주 올라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꽈리고추는 쌀가루에 버무리고 찌고 하는 게 조금 더 손이 가서였던 것 같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뜨거운 태양이 살짝 누그러지고 선선한 바람이 살짝 부는 저녁시간이 되었다. 나는 늘 그렇듯이 티브이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거의 다른 일이 없으면 할머니나 어머니 옆에서 저녁 반찬을 하는 걸 구경하는 게 일과 중에 하나였다. 할머니는 꽈리고추에 쌀가루를 버무렸다. 그리고 하얀 면포를 깔고 찜통에 쪘다. 옆에는 가지를 세로로 잘라서 같이 쪘다. 잠시 후에 뜨거운 김을 맞아서 한결 야들야들해진 꽈리고추와 가지를 양념장에 무쳤다. 


할머니는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지켜보고 있는 나에게 간을 보라고 가지를 하나 입에 넣어줬다. 그때 내 입에 넣어준 가지는 이제까지 내가 알던 아무 맛도 안 나던 가지가 아니었다. 참기름 냄새도 살짝 나면서 부드럽고 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꽈리고추보다는 못했지만 드디어 가지맛을 알았다. 싱거운 고구마 맛이었다.


어제는 이탈리아 식당에 갔더니 메뉴에 가지 구이가 눈에 띄었다. 날이 더워지면 가지반찬을 먹었는데 이제는 사시사철 가지를 먹을 수 있어서 계절을 느끼지는 못한다. 게다가 모든 계절에 먹을 수 있게 돼서 그런지 가지 맛이 심심하다. 식감도 쫄깃함이 덜하다. 조만간 밭에서 금방 따온 가지로 만든 가지 무침을 먹으러 시골에 놀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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