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은
폭풍우 속을 걸어야 한다
웅크린 나를 낚아채 높은 곳에
세워 두어야 한다
바람이 귓전을 할퀴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뜨거운 얼굴을 가린 해의
차가운 마음을 받아야 한다
혀뿌리와 목구멍에서
부딪히는 울음소리를 들어야 한다
일그러지는 미간의 한숨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알게 된다
그림자와 맞서는 나를 키우는 건
번개의 용울음이고
나를 밀어올리는 힘은
검은 바위의 웅성거림이다
투명한 영혼이
날카로이 스치는 소리
소리 속에 심어놓은 숲의
떨림까지 나를 데리고 간다
유유히
걸어가는 바람의 앞섶을
잡아당겨 당당히 세우는
손아귀에 고개를 떨구고
나는 갈 수밖에 없다
가야 한다
가서 기어코 서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