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센터에 가지 않은지 일주일째다. 게을러져서 그런가?
지난주엔 점심 저녁으로 식사약속이 이어져 피트니스센터로 운동하러 갈 시간이 애매해서 그저 골프연습장에 내려가 1시간 정도 있다 오는 것으로 보충했다고 핑계도 대본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피트니스센터를 안 간 이유는 따로 있다. "운동을 매일 해야 하나?"라는 회의감을 들게 하는 사건이 지난주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저녁식사 약속이 없는 날에는 피트니스센터를 거의 매일 저녁 8시에 가고, 약속이 있으면 점심시간대에 간다. 사람마다 자기의 시간대 활용 패턴에 따라 운동 루틴도 따로 있기 마련이다. 내가 주로 저녁 8시 이후에 피트니스센터에 가는 이유는 4년 전 오른쪽 갑상선을 적출한 이후로 체중이 느는 것에 대한 경각심의 차원도 있고 무엇보다도 2년 전 건강검진 때 받아 든 혈액 관련 지표들이 모두 경계 주의 숫자를 기록한데 따른 충격 때문이다. 그 당시 담당 의사가" 운동시간 패턴을, 저녁 식사에너지를 저장시키지 않게 식사 이후로 늦춰보라"는 권유를 했는데 그 이후로 계속 유지한 결과, 지금은 전 건강 수치가 턱걸이긴 하지만 평균치 끝자락으로 내려와 있다. 덕분에 중년 이후에 달고 산다는 혈압, 당뇨, 고지혈약을 아직 하나도 먹는 게 없다.
그래서 늘 자부심 아닌 자만심으로 체력관리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주 월요일,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 점심시간 조금 지나 피트니스센터로 갔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휠체어 한 대가 내려 들어온다.
"피트니스센터에 휠체어가 들어오다니!" 다소 의외의 모습에 눈길이 갔다. 그런데 휠체어 탄 사람의 얼굴이 낯이 익다. 피트니스센터에 다닌 지 2년 차가 넘는지라 대부분 사람들은 오며 가며 얼굴을 아는 정도는 된다. 대부분 운동시간 루틴들이 정해져 있기에 그렇다.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신 분도 내가 오후 시간대에 오면 만나던 사람이었는데 지난 연말부터 안보이셨다. 연배는 70대 후반쯤 되어 보이셨지만 근력 유지를 위해 여러 운동기구를 사용하시고 꼭 트레드밀도 올라서서 걸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휠체어를 타고, 그것도 배우자께서 밀고 피트니스센터로 들어오셨다. 나에겐 그 모습이 충격이었다.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셨는데 ---
운동에 대한 회의감이 한순간 확 몰려왔다.
그동안 오며 가며 마주쳐도 눈인사 한번 해 본 적은 없지만, 다가가 여쭈었다. "어르신, 빙판에 넘어지셔서 다치셨던 모양입니다" "아닙니다. 지난 11월 말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왼쪽 팔다리 움직임이 시원찮아서 걷기가 잘 안 돼요. 그래서 여기 트레이너한테 재활 운동 도움을 받으려고 왔어요" 휠체어를 밀던 사모님께서 한마디 거드신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지셨어요. 지난달 까지는 꼼짝도 못 했어요"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왼쪽 팔다리의 근력을 늘리기 위한 스트레칭과 운동을 차근차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운동을 왜 해야 하지? 지금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땀을 흘리고 있는 거지? 운동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지? 지금 저 어르신을 보고 있잖아? 운동해도 소용없는 거 아냐?라는 끝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리고 잠시 운동을 멈추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되짚어 보기 위해서다. 그 시간이 핑계 삼아 일주일째 흐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피트니스센터에서 하는 운동은 근력 향상과 유산소운동을 통한 신체 기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종이다.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같은 증상을 막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내 몸의 상태가 어떤지 철저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 몸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앞으로 어느 신체부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알고 예방하는 쪽으로 운동을 활용해야 한다. 피트니스센터에 와서 무조건 무거운 덤벨 들고 가빠 키우고 다리근육 키우고 숨을 헐떡 일정도로 트레드밀 뛴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장이 약하거나 무릎관절이 약한 사람은 뛰는 게 독약일 수 있고 척추뼈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데드리프트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뿐이다.
다들 그 정도의 상식은 갖고 피트니스센터에 와서 운동을 한다고 하지만 가만히 보면 매번 하던 운동기구에만 매달려 있다가 간다. 운동도 편식하듯 한다는 거다. 그저 오고 가던 관성에 따라, 왔다 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운동은 예방이고 조금 더 나은 활동과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한 활력소다. 운동과 에너지 섭취를 하는 섭생은 천칭의 양쪽 균형추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하면 건강이라는 저울은 망가진다.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먹는 거 조절을 못하면 말짱 꽝이다. 근육만 피로해질 뿐이고 관절만 상할 뿐이다.
내 몸의 현재 상태를 아는 것, 이 현재 상태에 맞게 운동을 하고 섭생을 하는 것, 그래야 나의 몸과 정신과 마음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
오늘은 다시 피트니스센터로 갈 거다. 인바디 체크 기계에도 올라서 체지방률이 얼마나 되는지 다시 확인하고 얼마나 줄여야 되는지도 기준점을 잡아 운동 수준을 맞춰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올해 건강검진 때는 MRI나 PET CT도 한번 찍어 내 몸 상태의 현주소를 알아볼 예정이다. 아프고 난 다음에 확인하는 것보다 미리 알고 예방하는 게 돈을 아끼는 지름길일 수 있다. 핑계 대지 말고 우물쭈물하지 말고 무조건 일어서 가야 한다. 움직임이 내 몸을 바꾸고 생각을 바꾼다. 내 몸에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프지 말고, 아프지 않도록 운동하자. 간단하다. 그게 돈 버는 길이고 노후설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