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녀석 군 입대날

by Lohengrin

어제는 비가 한여름 장맛비처럼 종일 내렸습니다. 막내 녀석이 군에 입대하는 날이라 날씨의 여운은 지금까지 계속 가슴 한구석에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어제, 막내 녀석이 군 훈련소에 입소를 했습니다. 증평에 있는 37사단 신병훈련소로 갔습니다. 저는 군 면제를 받은 터라 막녀녀석 군 입대를 보는 시각이 조금 남다릅니다.


저는 3대 독자라 제가 영장을 받을 당시 신체 건강함에도 6개월 방위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독자들이라 독자들에 대한 병역 구분이 없어졌지만 80년대만 해도 가족유지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존재했습니다. 거기다 더해 제가 소집 영장을 받을 당시 부모님 연세가 두 분 모두 60세를 넘긴 상태이고 3대 독자라 소집면제를 받았던 것입니다. 영장을 받고 친구들과 입대한다고 작별인사까지 했는데 입소 전날 소집면제 사유서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머리까지 밀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50대 중반을 넘긴 나이임에도 군복 입은 군인들을 보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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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입소 전날인 그저께 저녁, 막내 녀석이 짧은 머리를 하고 집에 들어섭니다. 다소 낯섭니다. 그래도 "짧은 머리도 어울리지 않냐"라고 한소리를 합니다. 그리고 어제 훈련소로 향했습니다.


2시 소집입니다. 서울서 증평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장맛비 오듯 하는 빗속의 길이라 그렇습니다. 도로 상황이 어떨지 몰라 10시 반쯤 출발했더니 증평에 도착하니 12시 반입니다. 적당한 시간입니다. 코로나 19가 만연하는 상황이라 훈련소로 바로 입소하지 않고 증평체육센터 광장 앞으로 입영 장소가 변경되었기에 체육관 근처 식당을 찾았습니다. 입소 전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가자고 했더니 기껏 검색한 곳이 '촌놈 밥상'입니다. 긴장해서 그런지 가볍게 먹고 들어가겠답니다. 그렇게 막내 녀석, 와이프 셋이서 막내 녀석 입소 전 마지막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끝내고도 시간이 남아 근처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더 보내고 집결장소로 갔습니다. 코로나 19로부터 훈련생들을 격리시키려고 하는지 배웅 온 사람들은 아예 차에서 훈련생들을 내려놓기만 하랍니다. 막내 녀석과 악수 한번, 포옹 한번 못하고 차에서 잘 다녀오라는 말 한마디로 이별을 하고 들여보냈습니다.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막내 녀석은 까까머리에 썼던 모자와 우산조차 차에 두고 정문으로 뛰어갑니다. 울며 갔을까요? 긴장된 분위기에 눈물 보일 정신조차 없이 뛰어갔을 겁니다. 흩뿌리는 빗방울이 눈물을 대신했을 거고요.


그렇게 특별히 이별의 이벤트도 없이 황망히 막내 녀석과 작별을 하고 나니 발걸음이 안 떨어졌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스포츠센터 바깥에서 먼발치로 훈련생들이 모여있는 모습이라도 보려고 서성입니다. 저도 멀리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쏟아지는 빗속에 우산을 받쳐 들고 다시 정문 쪽으로 다가옵니다. 300여 명 정도의 아들들이 신분확인을 일일이 하고 비 내리는 차양막 속으로 하나씩 도열해 갑니다. 너무 먼발치고 모두들 까까머리라 누가 누구인지 구별도 안됩니다. 그래도 그 속에 내 자식이 있겠거니 하고 서 있습니다. 신원확인이 끝난 훈련생들은 차량 한 대 인원씩 나눠서 탑승하고 신병훈련소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막내 녀석을 국가의 부름에 기꺼이 보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2시간여 동안 눈시울이 붉어져 있을 와이프를 뒷자리에 앉으라 했습니다. 물론 내 눈시울도 보여주기 싫어서였습니다.


훈련소 첫 날밤, 막내 녀석은 잠을 잘 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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