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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May 03. 2020

치열하게 사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Love yourself


 누가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굳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들판을 훨훨 날고 있는 새나 설악산 바위틈의 푸른 소나무로 태어나고 싶다고 대답한다. 대부분 의아해하면서 이유를 물어본다. 한번 살아봤으니 궁금할 것도 미련도 별반 없다. 또다시 태어나서 제도권의 삶을 사는 게 싫다. 초등학교 입학해서 대학교에 들어가기까지 인간 본성인 자유의지를 억누르고 누가 누가 더 본성을 버리고 참을성이 있는가를 시험하는, 말 그대로 끝없는 시험 속에서 다시 살고 싶지 않다.


 남북이 분단된 특수한 환경에서 비이성적인 군대를 다녀와야만 하고, 또 취업을 해서 자아실현이라는 거창한 이데올로기와 함께 미치도록 일하고 경쟁하며 살아가는 현실의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다. 물론, 중간중간 연애도 하며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요즘처럼 라일락꽃이 피는 봄밤의 설렘, ‘삶이 꽃이 되는 순간’ 화양연화도 있었지만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치열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매사 힘들게 살아왔는지 가끔은 후회될 때가 있다. 앞으로는 나한테 내가 더 잘해주고 늘 격려해 주고 싶다. 네가 옳다, 괜찮다, 괜찮다. 모두 다 잘 될 거야, 걱정하지 마라 하면서 토닥여 주고 싶다.




 “격정적으로 사는 것, 지치도록 일하고, 노력하고, 열기 있게 생활하고, 많이 사랑하고 아무튼 뜨겁게 사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



  결혼 후 처음 마련했던 주공 아파트 베란다에서 읽었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혜린의 일기에서 옮겨온 글을 모토로 살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존폐를 다투고 있는 싸이월드 대문 머리글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 글 중에서 내가 제대로 한  일이라고는 회사 생활하며 지치도록 일하고 노력하고 힘들게 생활해온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나마 운이 따라줘서 그래도 지금까지의 결과는 그리 나쁘진 않다. 학교와 달리 사회생활에서는 결과가 좋으면 모든 과정은 합리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대학교 입학시험 칠 때 전기 대학에 떨어지고 겨우 후기 대학에 합격을 했다. 학교에서는 어떤 일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지만, 역시 결과도 좋아야 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래도 누가 꼭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라고 한다면 대학 시절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해보고 싶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고 바로 휴교를 했기 때문에 이래 저래 제대로 된 대학시절을 보낼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개념 없이 신촌으로, 대학로로 놀러 다니며 짝 찾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던 것 같다. 사람이나 물건과의 인연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그땐 몰랐었다.


 결국 그렇게 찾아다니던 짝도 군대를 다녀와서야 복학을 하고 우연히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더 많이 읽었을 텐데, 나는 힘들게 직장 생활하면서 주말마다 닥치고 책 읽느라 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는 아내한테 걱정을 듣고 난 후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때 사오 년 읽은 인문, 사회과학 서적 때문에 지금까지 잘 생활해 왔으며 여러 가지로 많은 삶의 지혜와 도움을 받았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


“ 당신, 사회생활은 땅을 딛고 생활하는 건데, 그렇게 매일 책만 읽다 보면 관념적으로 변해 이상만 좇게 되는 거 아냐? “


영화 1987(2017)

 ‘시절 인연’을 미리 알았더라면 대학 시절 청춘과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짝 찾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입학하고 오월 그날에 휴교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내가 다니던 대학은 학생운동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 ‘1987’의 강동원처럼 나도 노동현장이나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들에게는 늘 빚진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지만,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러거나 저러거나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다. 이번 생에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 다음 생은 없다.


 부처님 말씀처럼 삶은 고행이다. ‘화양연화’처럼 삶은 각본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다. 인생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화살과 같다. 뒤돌아 갈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느리거나 빠르게, 또는 적당한 속도로 앞으로 날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 삶의 에너지가 소멸되면 땅으로 떨어지거나 아니면, 목표물에 명중되고 나서야 그 삶이란 화살의 수명은 다한다.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격정적으로 사는 것, 지치도록 일하고, 노력하고, 열기 있게 생활하고, 많이 사랑하고 아무튼 뜨겁게 사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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