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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양c Apr 18. 2022

Ep7. 지긋지긋한 말. "이 업계 좁은 거 알지?”

좋아. 오늘이다.
바로 오늘 회장이랑 담판 짓고 만다!!
지긋지긋한 회사.
나갈 때도 내 맘대로 못하는 현실이라니...

아인은 어젯밤 서 부장과의 술자리에서 평소보다 양호하게(?) 마신 덕분인지 지하철 출입문 창가에 비친 자신의 멀끔한 모습이 새삼 만족스러웠다.

남들은 힘들다 힘들다 하는 서울 지하철 출퇴근 길이지만 이른 아침 한강을 창에 품은 지하철의 정경은 아인에겐 알 수 없는 따뜻함을 주었다.

첫 출근 때도,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출근이 될지도 모르는 오늘도.


'또 모르지. 오늘이 마지막 출근길이 될 수도!

아닌가? 결국 이 판에서 이직해봐야 마포나 마곡이나. 그 언저리에서 맴돌려나..'


"크ㅏ톡!"


 오 차장:


본인은 친하다 생각해서인지 약간의 비아냥섞인 말투. 그래서 언젠부턴가 불편해진 오 차장의 연락. 늘 이런 식이다. 아인을 언제나 본인보다 못한 사람으로 내려다보는 말투가 깔려있는.

아침부터 이런 카톡을 받으니 아인은 산뜻했던 아침 한강의 행복한 기운이 다 흩어져 버리는 것 같았다.


 아인:


 오 차장:


 아인:

아인은 본인 살 길 찾아 '잘' 떠난 오 차장에 대한 원망을 약간 담아 가볍지만 묵직한 돌직구를 날려본다. 하지만 오 차장은 그딴 작은 조약돌 따위 신경도 안 쓴다는 말투로 말을 이어간다.


 오 차장:


 아인:


'하~ 이제 나도 모르겠다 정말. 아니 남들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사표 그냥 휙-던지고 잘만 퇴사하고, 이직하고, 연봉쩜뿌~! 하고 그런 거 같은데.. 이건 뭐 밤낮으로 여럿이 사람 숨을 못 쉬게 하네 정말...'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지하철이 정차하고 아인은 회사를 향해 가볍지만 묵직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생각해보면 그날은 이상하게도 무슨 일이 많았던  같다.


평소와 같은 지하철, 출근하는 직장인들, 역사를 가득 채운 가판 빵집의 고소한 냄새, 그리고 언젠가 한번 가보자고 마음만 수십 번 먹었던 3번 출구 옆 써브웨이.


"아인이 형!!?"


'그래.. 평소와 같은 뻔한 출근길이었.. 응? 근데 그 써브웨이에서 갑자기..김 대리가 튀어나온다고..?’


"김대리이이???

니가 왜 여기서 나와?"

반가움과 놀라움이 교차한 목소리로 아인이 말했다.


그래.. 그날 아침은 정말 이상하게도 무슨 일이 많았던 날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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