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SNS에 글을 올렸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글의 두 단락을 발췌해 올린 것이다. 글의 내용은 나이는 들어도 여전히 반성할 일이 자꾸 생긴다는 것과 반성할 줄도 모르고 생각이 유연하지도 못하고 고집만 센 사람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자는 글이었다. 그런데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시는 한 할아버지가 댓글을 남겼다. '쓸데없는 생각'. 참으로 간결한 댓글이었다. 나는 댓글을 보면서 웃음이 터졌다. 단순한 것 같지만 그저 단순하다고만 넘길 수 없는 댓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삶의 이치를 터득한 사람이 무심코 건넨 한마디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그분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은 말 그대로 쓸데없는 생각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 테다. 그래, 그것은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참으로 명쾌한 말이다.
살다 보면 가볍고 단순하게 살고 싶으나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잠잠히 내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무슨 생각들을 이토록 많이도 한단 말인가. 이런 생각에 때로는 당황스럽기도 하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담백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개 그런 생각들의 8할은 근본도 알 수 없는 것이라서 어디 가서 사본조차 뗄 수 없는 것들이다. 그저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것들일 뿐이다. 문제는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내가 가로막아 붙잡아 두고 있다는 데 있다. 마치 길에 나가 지나가는 아무 나를 붙잡아 두고 그 사람의 시시콜콜한 일들까지도 걱정하는 격이다. 쉽게 말해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늘 생각이 복잡하고 두통에 시달리고 밤에 제대로 자지도 못하는 것이다.
가장 한심하고 대책 없는 생각은 상대방은 전혀 그것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혼자서 1인 2역을 해가며 도무지 규정할 수 없는 장르의 모노드라마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생각들은 조잡한 삼류 소설도 되지 못하고 끝이 흐지부지 끝나 버리기가 십상이다. 이러한 생각들로 소설이라도 엮을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내용이 극 유치하고 비논리적이라서 이야기를 진득하게 끌고 갈 그 무엇도 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은 감정 배설에서 얻을 수 있는 카타르시스조차도 안겨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일종의 시간 낭비일 뿐이다. 반면에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먹을 것인지 스파게티를 먹을 것인지, 식사 후에 카페라떼를 마실 것인지 아니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것이지, 등은 소박해 보일지라도 오히려 삶을 견고히 지탱해주는 생산적인 생각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순간순간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쓸데없는 생각들을 떨쳐 버릴 수 있을까. 저명하신 스님이나 영성 전문가의 가르침에 따라 내가 실생활에서 행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먼저 눈을 감고 내 안의 생각들을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아, 이런 생각이 떠오르네’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 생각들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비난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런 생각이 왜 떠올랐는지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면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네’하고 또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생각을 관찰하면서 바라보다 보면 그 생각들은 결국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아, 생각들이 지나가는구나’하고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시간을 갖고 눈을 뜨면 이전에 바라던 단순한 삶으로 돌아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바쁜 일상 중에도 헛생각이 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상대의 말 한마디가 왠지 기분 나쁘게 들려서 저 사람이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인지, 아니면 내 기분을 망치려고 일부러 삐딱하게 말하는 것인지, 생각될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지금 자신이 상대의 말을 그런 투로 듣고 싶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달리 말해서 자신의 마음이 유연하지 못한 상태인지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상태에서는 상대방이 다른 어떤 말을 하더라도 자신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럴 때는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 바람을 쐰다든지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다든지 차가운 물을 한 잔 마신다든지 하면 감정을 환기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럴 형편이 아니라면 손을 펴서 뒷머리를 두세 번 쓸어내리거나 양어깨에서 먼지를 털어내는 동작을 하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의 마음 상태 때문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세상에 연습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 뭐가 있겠는가만은 연습하며 살다 보면 어느새 조금씩 편안해지고 더 나아진다고 생각하면 이것은 매우 의미 있고 생산적인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