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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May 25. 2023

'올바름'이라는 함정

일상에서 만나는 캐나다 사람들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순진하고 착한 편이다.

그래서 대부분이 법과 규정을 잘 지키고 서로 친절하게 예의를 지켜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편이다. 또한 제도적으로도 교과서에 나올 법한 ‘바른 ‘ 정책과 판례와 행정집행이 많고 더구나 고교교사 출신이 집권 자유당 총리가 되어서인지 최근에 그 사례가 부쩍 더 많아지고 있다.


사례 1. 테러범에게 거액 배상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법전의 문구대로만 융통성 없이 접근하다 보니, 2017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1명을 살해하고 다른 1명에게 부상을 입힌 캐나다 출신 테러범에게 수감 중 당한 인권침해를 배상한다며 약 100억 원을 국가세금으로 지급했다.

(참고로 그가 죽인 미군 전사자의 보상금은 정부 1억, 생명보험 4억, 총 5억 원 남짓이다.) 이러하니 소위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이 과연 진정한 정의인가 라는 회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사례 2. 원주민 기숙학교 과거사

원주민 기숙학교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캐나다 역사의 아킬레스건이다.

캐나다 건국 초기 정부의 원주민 정책은 소위 동화 정책이었다.

당시 백인들이 보기엔 원주민들의 삶은 미개하고 자립 능력이 없었다. 다행히 상호 관계가 모피교역의 협력자여서 서로 적대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은 영토를 두고 전쟁을 벌이는 원주민 말살 정책을 썼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별도의 캐나다 역사를 다룬 글에서 상술하겠다.) 협약을 통해서 생활비를 지급하고 농경과 목축을 가르치는 등의 정착 지원을 하는 한편 원주민 자녀들을 소위 문명화하고 빠르게 백인 주류 사회에 흡수시키기 위해 기숙학교를 운영했다.

또한 원주민들의 토속 신앙인 샤머니즘을 미신으로 보았기 때문에 기독교 선교를 위해서 주로 가톨릭 사제들이 학교 교육과 운영을 담당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인권침해의 소지가 많았다. 우선 부모로부터 강제로 떼어내서 입학을 시켰고 거의 감금상태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으며 사망을 해도 연고자에게 적극적으로 통보하지 않고 암매장을 했다.

통계에 따르면 1883년부터 100년 동안 15만 명 이상의 아동·청소년이 기숙학교에 보내졌고, 사망한 어린이만 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암매장지 발굴과 희생자에 대한 배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캐나다 수상과 가톨릭 교황의 공식 사과가 있었다.

이 모두 언젠가는 이루어져야 할 ‘진실과 화해’를 위한 역사의 정리이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고 오로지 현재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악마화하는 현상이 좀 아쉽다.


사례 3. 원주민 토지보상

백인들의 캐나다 정착은 미국에 비해서는 비교적 평화적으로 이루어졌다. 전쟁이나 학살, 강제 이주를 통해서 억지로 땅을 빼앗은 것은 아니고 보상과 협약을 통해서 백인들의 거주지를 확보하고 원주민 거주지역을 지정했다. 현재 원주민 거주지역에는 약 140만 명(캐나다 전체 인구의 4.3%)의 원주민이 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협약의 내용이 과연 공정했는가?' 그리고 '그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는가?'에 대한 의문과 문제제기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엔 다수의 원주민 공동체가 소송을 제기하여 꾸준히 수시로 보상을 받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4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1년간 56건, 총 $3,515,647,357(약 3조 5천억 원)의 배상이 이루어졌다.

또한 과거 백인 주거지의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던 원주민 보호구역이 최근에는 도시의 확장에 따라 도로나 주택지로 편입 개발이 되면서 거액의 토지 보상금을 받는 사례도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금전적 혜택이 원주민들의 삶에 얼마나 보탬이 되고 있는지에는 의문이 있다.

우선, '조상의 희생 덕분에(?)' 횡재를 누리는 사람들 중에는 일을 하지 않고 넘치는 시간을 그냥 빈둥거리며 보내거나

술과 마약으로 허송세월 하는 사람도 있고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을 하는 사람도 많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44살 이하 원주민의 주요 사망 원인은 자살이며, 젊은 원주민 남성이 자살할 확률이 백인 등 ‘비원주민’ 남성보다 10배 높고 젊은 원주민 여성의 경우 21배까지 높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원주민들이 아직도 아래 사진처럼 지역의 마을 단위로 토지를 공동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 'Legends of the Fall'이 촬영 무대였던 원주민 거주지역의 광활하고 멋진 풍경

이러한 금전적 혜택이 격오지에 있는 원주민에게는 미치지 못하여 원주민 아동의 60%가 빈곤하게 사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마실 물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거나 전기 공급, 주택 문제를 겪는 지역 별 빈부격차 문제가 있다. 또한 원주민 여성들의 빈번한 납치와 살해도 사회적 문제가 된다.

이처럼 원주민 권리 증진을 위한 각계의 노력이 계속되는데도 원주민들이 여전히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된 경우가 다반사다.


사례 4. 원주민 정체성 인정 및 지원

캐나다 원주민은 원래는 '인디언'이나 '에스키모'('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음)라고 불리었다.

그리고 백인들과의 혼혈은 메티스(Metis)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용어에 오류가 있으며(신대륙에 처음 온 백인인 Columbus는 자신이 '발견'한 땅을 인도의 일부라고 잘못 믿고 원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불렀다.) 인종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하여 지금은 '캐나다 원주민(Indigenous Canadians)'이라고 공식 호칭한다.

또한 이들의 촌락 공동체를 '최초 국가'(First Nation)이라고 부르며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하고 있다. 우선 캐나다의 일반시민보다 더 많은 면세혜택과 의료보장을 받으며 각종 경제활동에 지원과 특혜를 준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많은 이익이 생기는 Casino 도박장의 설립은 원주민들에게만 허용된다.

그리고 원주민의 종교나 문화, 언어에 대해서도 보호,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UBC 문화 박물관에 전시된 원주민 독수리춤 탈과 장식
Jasper 기차역 옆에 세워져 있는 원주민의 토템폴(Totam pole)-동물에게 정령이 있고 그들이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믿으며 자연과의 상호관계를 중시한다.
원주민의 전통 춤과 악기와 음악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축제 때 원주민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Banff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Jasper 안내 표지에 공식 언어인 영어, 프랑스어와 더불어 원주민 어로 원주민의 삶과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Vancouver의 한 초등학교 벽에 원주민 전통 회화가 심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정체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러한 지원이 원주민들의 자립에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해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사례 5. 마약 허용

Justin Trudeau는 2018년 자신이 수상으로 취임을 하자마자 세계 2번째로 대마초(마리화나)를 합법화시켜서 이제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대마초를 피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NDP(신민주당)가 집권한 BC 주에서는 2023년에 개인 소비를 위한 소량의 마약 소지와 사용을 합법화하고 인권과 안전한 투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부의 비용으로 마약 투여소와 과잉 투약 응급의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대도시 도심에는 마약 중독자들이 좀비처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공공 화장실에는 다음과 같은 마약 주사기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마약중독자와 그에 따른 과잉 투여 사망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 Opioid 과복용 사망자 수

사례 6. 탄소세와 환경보호

캐나다는 자원 천국이다.

그래서 내륙 Alberta 주에서 다량 생산되는 석유를 미국이나 아시아로 수출하기 위한 송유관(pipe line)을 신설 및 증설하려고 10년 전부터 추진했으나 환경단체와 일부 원주민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태이며 2019년에는 전국적으로 탄소세를 도입하고 그 재원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탄소소비 기반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려고 시도 중이다.

또한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고화력의 석탄을 매년 8백만 톤 이상 채굴하는 캐나다 최대의 노천광산을 곧 폐쇄할 예정이어서 그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례 7. 다양성 존중

캐나다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며 특히 소수 인종과 소수 성(性)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차별이나 불이익을 없애려는 노력과 지원을 많이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매년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LGBTQ(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or questioning ; 동성애, 양성애, 성전환, 특이 성애) 자부심 축제와

LGBTQ 축제에 참석한 캐나다 총리

시리아, 우크라이나, 타이티 등 세계 곳곳의 분쟁 및 재난 지역에서 온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들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는 정책이다. 그래서 캐나다 곳곳에서는 다양한 인종임을 쉽게 알 수 있는 복장을 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또한 최근에는 인권침해와 침공에 반대하며 반 중국 반 러시아 정책을 노골적으로 취하여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수가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되지만 지나치게 우대 장려되면 오히려 바람직한 전통적 가치가 흔들릴까봐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사례8 지나친(?) 복지

영국에서 시작되어서 1970년대에는 대처수상의 과제가 되었던 소위 ‘영국병’(일명 복지병, 무기력한 사회와 극심한 경기침체)의 한 원인이었던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하는 복지가 캐나다에서는 여전히 효력이 있다. 의료비가 대부분 무료이고 태어나면 보육수당을 받으며 나이가 들면 연금을 받고 장애인은 장애수당을 받고 극빈자는 기초생활보장을 받으며 집과 직업이 없는 노숙자에게는 무료 급식과 의복과 방한화와 숙소를 제공한다. 아래 건물이 캘거리 도심에 있는 노숙자 쉼터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놀고 먹으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이 꽤 많고.

또한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으니 그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최대 33%의 소득세 12%의 소비세 공시가 1.4%의 재산세 기타 탄소세 등을 내야하고 자유당 집권 이후에는 그것도 부족하여 적자재정으로 빚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다보니 일반 사람들도 굳이 필요이상으로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 무분별한 복지의 균형을 적절히 잡지 못하면 캐나다가 결국 사회주의 망국의 전철을 밟게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치는 말.

이처럼 ’ 무엇이 이로운가 ‘라는 ‘실리(實利)’보다는 ’ 무엇이 올바른가 ‘라는 ‘명분)名分)‘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에 기초한 여러 정책은 이론적으로 나무랄 것은 없다. 하지만 그 이상주의가 현실적으로는 국익과 경제발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의 소지가 된다.

이에 대해서는 급진적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우선은 손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발전과 환경보호에 이롭다는 주장도 있다. 반대로 전통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 통합에 장애가 된다며 원천적으로 반대를 하는 사람도 있고 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정파도 있어서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다만 캐나다가 한국보다는 이 '올바른' 정책에 더 적극적이라는 소개만 하고 나머지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그래도 굳이 내 의견을 밝히라고 강요한다면, 나는 조금 양비론같지만 실리와 명분의 조화를 도모하는 실용주의(pragmatism)가 마음에 든다고 자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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