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팅은 좁게는 마케팅의 영역이지만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다.
광고는 기업이 고객에게, 상품이 소비자에게 말하고 싶은 하나의 메시지를 온전하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며, 궁극적으로 공감을 얻어 목적하는 바대로 소비자로 하여금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려는 열망이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송신자가 수신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여 수신자의 행동변화를 일으키는 도식적인 구조가 형성되는 것과 같다.
사실, 초기 광고는 메시지에 별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 상품정보만 고지하면, 판매가 쉽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능가하면서 광고의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광고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고민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요컨대, 오늘날 우리 사회의 화두인 ‘차별화’가 문제시 되기 시작한 것이다.
광고에서 ‘무엇을 말할 것인지’를 알기 위해 ‘나 자신’, 즉 상품 자체를 파악해야 하고, 그를 위해 두 가지 차원의 시선을 유지해야 하며, 그 본질은 언제나 ‘사람’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모두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을 위한 핵심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광고에서 ‘소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착안한 방법이 있다. 소통을 하고자 하는 수신자, 즉 Core Target에게 몰빵하듯이 완전히 집중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수신자가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오직 '그,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살피고 경청한다.
가령, ‘30세~35세 사이의 기혼자 중 자녀가 있는 여성’을 주요타깃으로 선정하였다면, 이 범주에 해당하는 한 명을 지목하여 그녀의 직업, 일상, 생각, 감정, 취향 등을 아주 상세하게 조사하고 재현하여 그를 입체적으로 완전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광고에서는 ‘Target Profile’을 작성하는 것이다. 타겟 페르소나와도 같다.
그녀가 어떤 일상을 꾸리는 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등등 그녀에 관한 모든 가설을 설정하여 고려해 보고, 공감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그녀의 삶에 동화된 후에 우리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품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해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광고전략이 시사하는 바가 생각할수록 크다. 살면서 ‘나’를 알고, 파악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데, ‘왜 나를 알아야 하는가’라는 목적을 상기해 보면, 궁극의 지향은 바로, ‘당신’이다. 그래서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내가 당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나와 당신을 잇고자 하는 근원적 열망이 모든 존재의 내부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단 두 행의 시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전율을 일으켰을까.
결국, 우리 모두는 내가 원하는 ‘당신’으로 가는 길을 매일 고민하고, 그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한낱 개체에 불과한 존재일 뿐이다. 존재는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느끼고, 존재의 이유를 충족하게 된다. 이것을 위해 우리들은 매일 배우고, 인내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카피라이터로 살아가면서 감사한 일은 이런 존재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을 아프게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당신'을 향한 열망에 가득한 존재의 무한한 가능성 또한 벅차게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카피라이터가 하는 일이 커뮤니케이션을 향하는 일이라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 주는 일일 수도 있고, 좀 더 구체화해보면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소통과 관심, 그리고 그러한 것들의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신뢰나 믿음, 혹은 사랑과 공감(sympathy) 등이 우리 사회에 뿌리박도록 단단하게 엮어 주는 일일 수도 있다. 즉,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긍정적 영향을 주는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 일인가! 어떨 때는 내 자신이 한낱 장사꾼같다가도 이런 궁극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업의 본질을 떠올리면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가치 안에 나를 위치시키고 다시 소비자에게 말걸기를 시도한다. 우리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그 섬을 향해, 그 섬으로 가기 위해. 거시적으로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 사회와 현실이 조금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어지기를 열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