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육아에 대한 말들 중에 내가 가장 인정하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여러 의미가 복합되어 있긴 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하건대 아이들은 잘 때가 가장 예쁘다. 아이가 없는 친구들이 놀러 와서 아이가 자고 있으면 매우 안타까워하곤 한다. 하지만 모르는 말씀. 아이들은 무조건 잘 때가 예쁘다.
큰아이는 좀 많이 유별나서 돌이 될 때까지도 낮잠 재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물론 우리도 유별난 부모여서 낮잠을 안 자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언제나 항상 낮잠을 시간에 맞춰 자야 했고, 여행을 가서도 아이의 낮잠 스케줄에 맞춰 여행 계획을 짜야했다. 그래서 하루에 계획을 둘 이상은 잡지 못했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오전에 한 곳을 여행하고 숙소에 들어와 둘째가 자는 동안 큰아이는 물놀이를 하는 방법으로 철저하게 낮잠을 재웠다. 아이가 혼미한 상태에서 여러 곳을 스쳐 지나가는 것보다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또렷한 정신에서 한 곳이라도 즐겁게 여행하기를 원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고 있다.
동생과는 달리 큰아이는 안고 재워서 눕히면, 깨는 아기였다. 그래서 아기띠를 착용하고 두 시간 동안 벌을 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오죽하면 컴퓨터에 낮잠 재우면서 서서 볼 드라마가 잔뜩 저장되어 있을 정도였다. 돌이 지난 다음에는 아빠에게 안겨서 자기를 거부했고, 나도 시간이 없었으므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내는 한참 낮잠 때문에 힘들어하긴 했다.
둘째의 경우에는 이상하게도 밤중 수유를 하고 재우는 것부터, 낮잠 재우는 것까지 줄 곳 내 담당이 되었다. 엄마에게 안겨서는 안 자고 떼쓰던 아이가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지 마자 아빠에게 안기면 바로 잠들어 버리니 담당을 거부하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24개월이 지나서부터는 체력이 많이 늘어서 누워서 재우려고 하면 얌전하게 잠들어주지 않았다. 퇴근해서 오면 엄마는 자고 있고 아이는 눈만 감고 있다가 엄마가 잠든 후에 방을 나와서 놀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면 바로 나에게 잡혀 안기고 안긴 후 5분 만에 잠들어 버리니, 어느새 아내도 둘째도 내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믿지 않지만 우리 둘째는 37개월인 지난달까지도 안겨서 낮잠이 들었다. 몸을 살살 흔들면서 꼭 안아주면 이상하게 아이와 한 몸이 된 것 같은 일체감이 든다. 그래서 눕혀서 재울 생각은 잘하지 못한 채, 일 미터가 넘는 아이를 어린 아기 재우듯 안아서 재웠다. 어깨가 안 좋은 날은 차에 태워서 관광지 유람을 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들지 않으면 그냥 바닷가 산책만 하고 돌아오는 날도 있었지만 둘째를 재우는 일은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이의 푸근한 체온을 느끼고 아이 향기를 맡으며 조용히 서 있는 것은 좀 이상한 느낌이었다. 큰아이는 서운해할지 모르지만, 진정으로 아빠가 된 느낌이랄까, 가슴이 뭉클한 느낌이 있다. 물론 이런 감상적인 이유 말고도 의학적이고 이성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실제 낮잠을 잔 날과 못 잔 날은 아이의 상태가 전혀 달랐으므로. 마치 영국 신사와 한 마리 원숭이 같은 상태랄까.
그리고 아이가 잠든 동안 부모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한 달 정도 아내가 출근하고 내가 딸아이와 집에 있었던 때가 있었다. 아내가 출근하고서 내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아이의 낮잠과 아내의 퇴근이었다. 아이와 보내는 오전은 생각보다 길었고, 처음에는 좀 버거웠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공동 육아모임에 아이를 데리고 참여할 용기가 날 만큼 버거웠다.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좀 민망했지만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신나게 놀아준 후에는 이를 닦여 돌아오는 차에서 아이를 재우고 아내의 퇴근시간이 되면 아이를 데리고 버스 정류장에 가서 기다리거나 아내를 데리러 가기도 했다.
나에게는 길었지만 특별한 한 달이었고, 아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되었고, 처음으로 아이와의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느낀 시간이었다.
어제는 어깨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도저히 아이를 안고 재울 수가 없었다. 잠들지 않으려고 몸을 뒤트는 아이를 놓칠 뻔한 후로는 아이를 안고 재울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누나를 심판으로 눈 오래 감기 내기를 제안했다. 눈을 못 뜨게 둘째와 이마를 맞대고 큰아이의 감시 아래에서 눈을 감았다. 아이를 꼭 안고 있으니 곧 아이의 체온이 오르며 아이는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큰아이는 자기 할 일을 하러 가버렸고, 둘째는 아기 얼굴을 하고 잠들어 있었다. 그 무방비 상태의 이목구비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편안한 기분이 들어 다시 잠들 것만 같아서 나는 팔베개를 빼고 방을 나갔다.
오늘은 해도 뜨기 전에 일어난 아이를 재우기 위해 차를 타고 일부러 먼 거리의 마트에 갔다. 몇 초전까지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던 아이가 한순간 잠들어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를 안고 방에 눕히며 잠든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니 나를 닮은 것도, 아닌 것도 같고 가슴이 뭉클하게 따스해진다.
오늘 서귀포는 바람이 몹시 불고 있다. 아침에 해가 쨍하게 떠올라서 빨래 널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건조대가 바람에 날아다닌다. 그래서 아이가 자는 동안 빨래를 포기하고 일기를 쓰기로 했다. 큰아이는 엄마와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둘 다 조금 곤란한 얼굴이다. 둘째는 다른 날보다 일찍 낮잠을 자고 있으니 이른 저녁부터 피곤해할 것이다. 바람 소리가 몹시 나고 창문은 바람에 덜컹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있다. 큰아이의 구구단 외우는 소리가 경쾌하게 집안을 메우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