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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ug 14. 2021

비가 가르쳐 준 자유라는 의미

비가 자유를 주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밤에 잠을 설치게 됩니다. 그래서 신체가 더욱 피곤하게 느껴집니다. 인라인을 타러 한강둔치에 나갔습니다. 날씨가 흐리긴 했지만 비가 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이 조금씩 흐려져도 그리 걱정을 안 했습니다. 흑석동에서 달려 여의도 공원까지 도착한 후 준비했던 빵과 음료를 먹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흑석동을 향해 달렸습니다.


비가 가늘게 내리더니 갑자기 폭우로 변했습니다.


 결국 노량진에서 인라인을 접고 인도로 올라갔습니다. 처음에는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어차피 젖은 몸 걸어서 집에 가자는 생각이 저를 지배했습니다. 비 줄기가 커지다 보니 오히려 비를 더 맞고 싶어 졌습니다.  굵은 빗방울이  머리를 치고 이마로  흘러  눈동자로 들어갈 때 앞은 잘 안 보이지만 기분은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비에 흠뻑 젖었을 때가 초등학교 이래로 그리 흔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마음속으로는 비가 억수로 많이 올 때 미친척하고 맞아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남들 의식 안 하고 미친 듯이 비에 취해 있었습니다.


비가 얼굴과 옷을 적시고 젖은 옷이 몸에 닿았을 때 내 몸이 비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육체부터 정신까지 뭔지 모를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 이였습니다. 비를 맞고 걸어오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 세상이 비로 변해버렸고  나 또한 비와 같이 어울리고 있는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많은 시간 동안을 행동하지 못하고 남들 눈치만 보고 살아왔을까!! "  다른 사람들은 비를 피해 건물 처마 밑에 서 있거나 우산을 쓰고 거리를 걷고 있으나  오히려 나는 비를 맞으러 나온 미친놈처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비에 온 몸이 젖은 후부터는 오히려 비가 고여 있는 곳만 찾아 발로 차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남들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해도 그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젖고 뛰어 봤자 비 안에 내가 있는데 어쩌겠냐며 그냥 걸었습니다.


남들 의식하지 않고 자연이란 현상 속에 나를  맡기니 갑자기 자유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자유를 찾아 헤매고 그렇게 자유를 갈망하는 데 쉽게 자유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나에게 이렇게 갑자기 자유가 찾아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를 맞고 옷이 흠뻑 젖어 내가 비가 되었을 때 그리고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물이 고인 자리만 밟고 가는 나를 발견한 순간, 내가  자유인이 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 정도 산성비 맞는다고 걱정하는 것보다 비를 맞으며 자유를 느꼈던 것이 더욱 값어치 있었습니다.

 자신을 지금까지 너무 많이 버리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 속의 나는 정제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비 속에 자연인이었습니다.  자연인의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 이유는 몸을 때리는 비의 속도가 더욱 거세졌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에는 비를 맞고 미쳐보자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비를 맞기 전부터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의식하고 옷이 젖어 있는 나의 모습을 남들이 볼까 봐 두려워했었습니다. 거추장스러움을 벗을 때 자유를 느낄 수 있는데 그러질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늘 그렇게 살 순 없지만 자신이 지치고 힘들 때 그리고  마음을 씻겨 주고 싶을 때는 이렇게 미쳐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구나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비가 올 때 비를 맞는 것이 어렵다면  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며 답답했던 가슴을 씻어내리는  건 어떨까요. 다음에는 한번 아무도 없는 산에 가서 모든 옷을 벗고 비를 맞아볼까 합니다.

  "four seasons of life" 중  by woodyk


https://m.blog.naver.com/triallife/22233000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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