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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ug 18. 2022

내가 걸어가는 길이 맞나요?후배의 고백

진정성과 열정이 있다면 지금 너의 색을 지켜라.

회사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친하게 된 후배가 있다.


그 친구에게 첫 직장은 사회를 알아가고 조금씩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시간이었다. 회사의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접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특성들을 알아가기도 하고 작은 일을  해 나가며 조금씩 회사에서 큰 일을 맡아 책임자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CS의 총책임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늘 열정적 친구라 일에 푹 빠져 살아가고 있었고 늘 야근 모드로 자신을 단련하고 회사일에 진심이었다. 당연히 상사분들에게도 인정받으며 첫 회사에서 계속 자리를 잡고 다닐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퇴사를 하겠다고 말한다.


자신이 해 왔던 일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한 몫하고 자신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아보기 위해서도 지금의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선배 10년 이상을 다녀 보고 여러 업무를 해 가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문제없이 잘해 왔는데 그냥 뭐랄까 아직은 어린 맘인 줄 모르겠으나 좀 지금과 달라지고 싶네요.  인정받는다고는 하는데 평가와 승진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공채와 비공채의 간극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너무 한 곳에 안주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아는 분이 저한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연봉을 그 정도 받으면서 왜 그렇게 일하냐고 다른 곳 알아보라고요. 전  전혀 회사 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세상을 모르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알아보다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어요. 홍콩회사에 가서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홍콩으로 갑니다."


그리고 몇 년을 홍콩 생활을 하며 중국인들과의 힘든 업무들을 자신의 방식과 열정으로 헤쳐나갔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국내 복귀를 결심했고 한국에 들어와 취업보다는 자신의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대기업에서 오퍼를 받고 팀장으로 다시 입사를 하게 되었다.


입사 전에 전화가 왔다.


 "선배 고민이 되는데 이곳에서 나를 왜 뽑았을까? 업종이 다른데 나를 찾는 이유가 뭘까? "  회사에서 인력을 뽑을 때는 다 이유가 있다. 당장 인력이 부족하거나 조직 개편에 따른 상사의 지시 또는 새 조직 구성에 맞는 인재 선발,  전임자의 이탈에 따른 충원 등 입사를 하게 되면 이유는 명확히 알게 된다. 그래도 힘든 면접들을 뚫고 입사를 하는 것이라 어떤 이유에서든 잘 되기를 응원했다.


워낙 성실하고 열정이 넘치고 적응을 잘하는 친구라 걱정은 안 했다. 잘 다니는지가 궁금해서 점심을 먹으며 근황을 물어봤다.


"새로운 직장은 어떠니?"  


"우선 새로운 상사와 동료들. 후배들과 일하는 게 어색한데요. 뭐 홍콩에서는 정말 홍콩인과도 일했지만 본토 중국인들과도 일을 하며 말도 안 되는 일도 겪고 힘들게 일한 경험이 있어서  낯섦에는 오히려 어색하지 않은데 아직 저의 정체성을 정확히 찾지는 못했어요. 나에게 어떤 것을 원하고 내가 무엇을 해 주기를 원하는 건지 아직은 탐색 중이에요. "  


"매우 중요한 부분이네. 나의 정체성. 나의 미션. 나의 가치. 나의 본질. 그것을 찾아야 방향이 나오고 회사와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일치하며 업무의 성과를 낼 수 있으니"


"그런데 선배님 그거 아세요. 여기서 하는 일들이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보다는 워낙 많은 인원과 조직들이 글로벌하게 있으니 작은 거 하나가  무지 큰 비용이 집행되고 갑자기 별것 아닌 일들이 큰 프로젝트가 돼요. 예를 들면 간식 하나 사서 전 직원들에게 복지 차원에서 돌린다고 생각하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요. 몇억에서 몇십억까지도 생각해야 하니.  작은 것 같아도 규모 면에서 작은 게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작은 것 하나 결정도 너무 신중하고 업무가 진행이 느려요"


대기업들이 겪는 병들이 대기업병이다. 지금까지는 단계별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졌지만 조직이 무겁기에 빠른 전개의 업무가 어려워진다. 스타트업의 빠름을 쫓아가려 하지만 기존 형태의 조직에서는 힘겨워한다.


 "또한 원래 일할 때 티 내는 스타일도 아니고 자기 어필을 기름 바르듯 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여기는 너무 자기 잘난 듯 자기 PR과 어필을 잘하더라고요.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자신이 묻힐까 봐 더 스스로를 어필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있잖아요~ 재미있는 게 선배하고 다닌던 첫 직장에서 해 봤던 여러 자질구레한 일들의 경험이 그때는 이게 도움이 될까 생각을 했는데 희한하게도 지금에 와서 규모는 더 커졌지만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웃기지~ 해 본 사람과 안 해 본 사람은 달라.


그리고 규모를 떠나 해 봤다는 건 굉장한 힘이야.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네가 일할 때 진심을 담아서 일하고 열정 담아 일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게 쌓여서 지금 일도 잘하는 거지. 네가 건성으로 시간을 보냈다면 절대 넌 지금도 그 자리에서 헤매고 있을 거야. 그래서 너의 생태계는 다 연결되어 있어. 너의 태도와 습관. 자세들은 다 너의 생태계에 영향을 주게 되거든. 그만큼 내 것처럼 일을 했으니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해. 자기 어필, 자신에게 기름 바르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 나도 그게 잘 안 되는데 컨설팅사에서 온 친구들은 정말 뒤는 생각 안 하고 앞쪽에서 자기 기름 칠에 선수더라고. 그래서 어느 때는 회사생활하는데 저렇게 해야 되나 생각도 들다가도 반대로 누가 알아주겠어 이야기 안 하면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


 그런데 본질적으로 나도 그게 잘 안 돼.  네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너의 역사잖아. 그리고 그런 역사가 금방 바뀔 수도 없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기름칠한다고 해도 너는 그게 잘 안 될 거야.  조직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너 같은 진정성 있는 친구가 빛날 수도 있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너의 색을 버리지 말고 너를 믿고 지금처럼 걸어가.


너 스스로가 너를 배반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의 색을 몰라줘도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 우리는 지금까지 나쁘게 살아오거나 스스로에게 못된 짓 하며 살아오지 않았으니 회사가 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냥 나로서 의미 있는 것이니"


후배는 너무 자신의 색을 잘 만들어 왔다. 그 색이 다른 사람들의 색으로 덧칠되기보다 자신의 색을 지키고 자신의 색의 아름다움에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이렇게 훌륭한 후배가 어디서든 잘 되고 있고 자신의 삶을 고민하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어 다행이다. 그 후배가 고민하는 것이 지금의 나 일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이야기한다.


경쟁을 위해 나도 그들과 동일 해지는 것은 그리고 나의 색을 버리고 남의 색을 입는 것은 나라는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진정성 있게 열정적으로 살아왔다면 그 색으로 그 길로 당당히 걸어가는 것이다. 그게 당신의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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