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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Jan 24. 2024

프롤로그] 나의 잠옷 연대기

당신은 무슨 잠옷을 입고 있습니까? 


1. 여름 내내 입어서 헤진 반팔 티

2. 상하의 분리된 잠옷

3. 원피스 형태로 된 잠옷

4. 아무거나 입고 자면 그게 바로 잠옷

5. 안입고 잠


저는 3번 원피스로 된 잠옷을 고집하는 사람입니다. 집에 콕 박혀 있는 것, 그 중에서도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시간 보내기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잠옷은 매우 중요합니다. 재질도 물론 중요하지만 잠옷을 고를 때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바로 디자인입니다. 얼마나 공주 같은지가 제가 잠옷을 선택하는 제 1순위 기준입니다. 성차별적이고 고정관념적인 발언이지만 공주님은 역시 드레스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레이스 달리거나 꽃무늬가 있는 원피스 잠옷을 사랑합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이런 잠옷만을 고집한 것은 아닙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나에겐 이런 핑크색의 레이스가 어울리지 않는다 여겼습니다. 한때는 핑크색 옷을 입는 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들킬까 전전긍긍하던 때도 있고, 남들과 다른 취향인것이 부끄러워 그냥 남들처럼 무난하고 평범한 잠옷을 입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불현듯 내가 누구를 위해 잠옷을 입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누구에게 잘 보기이 위해서 입는 옷이 아닌 정말 오롯이 나를 위해 입는 잠옷마저 타인의 시선에 갇혀 있었습니다. 낮은 자존감이 고작 잠옷 하나에도 반영이 되고 있던 것입니다. 


저는 지금 그 누굴 만나도 당당히 공주님 같은 레이스 달린 꽃무늬 잠옷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잠옷이 바뀌어가면서 덩달아 성장한 제 자존감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려 합니다. 





브런치북 정식 연재에 앞서 작성한 글입니다. 함께 읽어주시면 전반적인 내용 흐름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https://brunch.co.kr/@jsy627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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