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근데 또 말릴 수는 없어서
*이전에 브런치에 썼던 '고등학생인데 로스쿨 가고 싶어요'의 확장판입니다.
올해 2월이었나? 엄마 친구분 따님이 학부 때 학교(나는 학부랑 다른 곳으로 로스쿨을 갔다)로 입학하게 됐다고, 로스쿨 가고 싶어한대서 또… 상담해주러 갔었다… ㅠㅠ 엄마 나 인터넷 닉네임 로스쿨오지마세요 줄인 건데ㅠㅠ 물론 이분도 어릴 때의 나와 마찬가지로 ‘변호사가 되고 싶긴 한데 그게 뭔지는 모르는’ 상태에 있었다. 변호사가 뭐하는지 아시나요 송무랑 자문이 있는대요 음음. 그리고 왜 그 학교 그 과를 가셨나요 반수하세요…? 까지 말하고 엄마한테 한 대 맞았다.
물론 반수는 농담인데(완전히 농담은 아님 학벌 높을수록 좋음), 애초에 고등학생일 때부터 진짜로! 변호사(검사 판사 기타등등!)가 되고 싶으면! 그때 고민했어야 하는데! 라는 지점이 있었어서 대학 입학도 안 한 후배님 앞에서 이것저것 후회파티를 잠시 하긴 했다. 내가 대학에 갈 때는 ‘이미 (로스쿨 인가받은 대학교의) 법학과는 없어졌는데 그렇다고 해서 로스쿨을 가서 변호사가 되려면 어떤 루트를 타야 하는지’ 고민하기에는 정보가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로스쿨 있는 대학교의 마지막 법학과는 08학번이고, 로스쿨 9기가 입학할 수 있는 가장 낮은 학번은 13학번이니 대강 09~13학번 사이 기준으로 이야기해보자. 09~10학번은 사시 막차를 탈지 말지 고민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11~13학번은 대체로 사시 고민 없이 바로 로스쿨을 고민하는 듯했다(내 주변에선 그랬다. 사람마다, 학교마다 달랐을 듯?).
나의 경우 애초에 대입 당시 법학과 선택지가 없었기에; 음… 무슨 과를 가야 나중에 로스쿨을 갈 수 있을까? 고민은 하는데 아무도 몰랐다. 왜냐면 애초에 로스쿨 입시를 해본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로스쿨 입시를 할 때에야 슬슬 상경계가 좋다느니, 외자공이 어떻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접했으니까.
그러니까 말해봅시다 로스쿨…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지를…
0. 들어가기 전에
나는 입시전문가가 아니다. 이쯤 되면 로스쿨 입시 관련해서는 대치동 입시전문가가 더 잘 알 수도 있다. 나는 '법학과는 없어졌는데 아직 로스쿨 아웃풋은 거의 안 나온, 그리고 사시존치론자가 엄청 많은' 상태를 접하면서 대학에 갔으니까. 그리고 지금의 입시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애초에 나부터가 SKY 출신도 아니고(근데 모두가 스카이 학부에서 스카이 로스쿨 가는 건 아니니까 어떤 지점에선 이걸 읽는 게 도움이 될지도), 로스쿨 친구들도 별로 없고, 있는 친구들도 다 트위터 친구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로스쿨 제도 전반이나 변호사 사회 전반이 어떻구나 하는 식으로 이해하면 안 되고, ‘아 이사람은 이랬어서 이런 말을 쓰는구나 이게 진짜인지 검색해봐야지~’ 식으로 읽는 게 가장 좋다.
그리고 로스쿨 자체가 이제 갓 10년을 넘긴 제도이기 때문에 그 기간 내내 아주 출렁여 왔다. 내가 갓 로스쿨 입시를 진지하게 접했을 때(아마 2015년? 그 전에는 '언젠가 준비하지 머~' 하고 대충 학교 다니고 휴학하고 이거저거 해보다 말다 뒹굴곤 했다) 친구는 내게 “로스쿨 입시는 생물과도 같아서 작년에 붙은 사람과 같은 스펙의 사람이 붙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고…”라고 했었다. 그리고 나는 9기(=2017년 입학)인데, 우리 학교만 해도 갑자기 10기부터는 입시 경향이 확 바뀌어 있었다. 그동안에도 어느 학교가 어느 스펙의 지원자를 선호하게 될지 또 바뀔 수 있다. 그러니 이걸 읽는 고등학생 독자분이 계시더라도 대학 진학 이후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가 없다. 며칠 전에도 뉴스 보니까 홍카콜라 아저씨(…)가 사시부활 로스쿨폐지 얘기하드만;
(딱히 여기서 다룰 이야기는 아닌데, 로스쿨 폐지하고 사시 부활한다고 해서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거니와, 변호사 사회 내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사시부활이 좋은 생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진짜 제대로 고민하려면
(1) 나는 무슨 변호사가 되고 싶은가?(기업법무 특허 어쩌구부터 공익변호사 기타등등 진로는 다양함 '그냥 돈 많이 벌고 싶은데요'도 가능은 함 근데 돈 많이 벌 거면 다른 진로를 먼저…)
(2) 그러려면 무슨 전공/무슨 자격증을 가지고 진입하는 게 좋은가?
(3) 그러려면 고등학교 때 뭘 해놔야 하는가?
순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내가 제대로 고민하고 있는 게 맞나? 현실에 부합하는가? 까지 고민하면 최고!)
*이하 단어설명
법학사: 법학과 나온 사람
비법학사: 법학과 아닌 학과 나온 사람(경영학과 국문과 화공과 이런 거). 흔히 법학 공부 안 해본 비법학사를 ‘쌩비’라고 부른다. 쌩으로 비법학사라고.
사시출신: (이 글에서는)사시 준비하다 로스쿨 간 사람. 무튼 사시 준비한 적 있는 사람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사시는 1차(객관식) 2차(서술형) 3차(면접)로 이루어져 있는데, 3차는 크게 의미가 없어서 언급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탈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음). ‘사시 2차 준비한 적 있는 사람(=1차 붙음)’은 수험법학 공부 좀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고, 단순히 1차만 준비하다 만 사람은 큰 의미가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검클빅(클검빅): 검찰 로클럭 빅펌. 흔히 말하는 ‘좋은 진로’.
외자공: 외국어, 자격증, 공대.
1. 학벌 중요한가요?
네! 나는 내가 나온 학교를 좋아했는데, 로스쿨 입시할 때만큼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항상 그런 것도 아니고 언제나 여러 가지 변수는 있기 마련이지만, 대체로 특이한 스펙이 없으면 자기 학교 위로는 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그리고 어딜 가나 통계를 보면 서울대부터 시작해서 쫙… 요즘도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ㅇㅇ대 로스쿨 어떤 이들이’ 시리즈 기사를 보면, 어딜가나 서울대 출신은 많다. 아 진짜 비서울대 서러워서 살겠냐; 그리고 학교에 따라서는 자교 출신을 잘 뽑아주는 경우가 있는데(=A대 학부 나온 사람을 A대 로스쿨에서 많이 선발한다는 뜻), 그런 걸 생각해보면 역시 상위 학부를 가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잉 학부 별로인 사람도 있네?’ 싶을 때가 있겠지만 그들은 특이 스펙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를테면 '오잉? 이런 학교에서 이 로스쿨을?' 싶은 사람들이 보일 텐데, 이 사람들이 알고보니 의사나 회계사일 수도 있다는 것.
참고로 외국에서 대학을 나온 경우는 어떻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해외학부를 선호…까진 아니더라도 잘 받아주는 경향이 있는 학교, 아닌 학교가 있는 것 같았다. 메가로스쿨 같은 곳은 자료가 워낙 많으니 상담을 받아보면 유용할 듯하다. 이제 이미 오래된 기사가 되어 버렸지만, 계속 말해온 'ㅇㅇ대 로스쿨 어떤 이들이' 시리즈를 보면 약간 감을 잡을 수는 있다. 근데 내가 9기인데 10기하고도 워낙 입시 양상이 달라져서, 이 글의 독자들이 로스쿨 입시를 할 때 과연 어떨지는 모르겠다.
2. 학과/학부는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법학과 가야 하나요?
아니요! 인서울 기준으로만 생각했을 때, 상위권 학교들은 로스쿨 인가를 받고 법학과가 사라졌으니 꼭 법학과 가겠다고 학교를 낮출(그럴 리 없지만…) 필요는 없다. 비인가 학교라도 법학과를 고를 필요가 없는 것이, 어차피 들어가면 법학과 출신이라고 해서 변시 준비하는 데에 유의미하게 차이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ㅠㅠ; (어차피 이 글의 독자들이 대학 진학할 때쯤엔 ‘사시 2차 준비했던 사람’이 없겠지만, 우리 땐 ‘사시 2차 준비한 게 아니고서야 법학과 출신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글고 나도 학부에서 수업 몇 개 들어본 수준(대학 가면 알겠지만 수업 몇 개 듣는다고 유의미한 지식이 생기진 않는다…)의 쌩-비법학사였지만 사시 준비 안 한 법학사들이랑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까 내 학점이 더 높은 경우도 많았고, 쟤는 법학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과 출신인데 왜 저렇게까지 잘하냐… 싶은 케이스도 있었고. 1학년 때 제일 학점 좋기로 소문난 3명 중 2명이 비법학사였던 듯. (물론 이들이 로스쿨 입학 전에 법학 공부를 했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솔직히 이건 나도 아직까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로스쿨 준비하는 사람들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는 특이스펙이 없는 경우에는 ‘상경계/비상경계’로 나누는 것 같았다. 근데 상경계라고 해서 유의미하게 유리한가 하면 그들에게 안 물어봐서 모르겠다; 근데 만일 취업하면서 기업법무/증권사 사내변호사 같은 걸 생각하고 싶으면 상경계 나오는 게 좋겠지. 나는 저런 일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ㅋㅋㅋ 왠지 저런 일자리가 돈 많이 주는 것 같아서ㅋㅋㅋㅋ 조금 후회했다ㅋㅋㅋㅋㅋ 후술하겠지만 애초에 공대를 나오는 것도 좋다.
참고로 내가 대입할 때 유리한 진로 중 하나로 제시되는 건 철학과였다. 리트 볼 때 좋다고. 근데 진짜로 리트 대비하기에 좋은 과목이 있는 것 같긴 했다. 근데 그럼 그 과목만 청강하면 되는 거 아닌가?
3. 변호사 되면 다들 김앤장 가나요? 판사/검사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요?
1) 김앤장 등 ‘빅펌’: 아 아니라고! 변호사시험 붙고 나서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 만났는데 보자마자 “너 그럼 김앤장 가는 거야?”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잠깐 설명하자면 김앤장, 태평양 등 흔히 6대/10대 로펌으로 불리는 큰 펌에 가려면 일단 좋은 학교 들어가서 좋은 스펙 갖춘 다음에 좋은 로스쿨 들어간 다음에 학교를 다니면서 ‘얼리 컨펌’을 받는 게 주된 루트인 것 같다(변호사시험 붙어서 변호사 된 후에 취직을 하는 게 아니라 학교 다니는 중에 회사가 학생 찜꽁해두고 졸업하자마자 바로 일 시킨다는 뜻). 조금만 더 설명하면 방학 중 '실무수습'을 그 회사로 신청해서 합격해서 2~3주 정도 다니다가 컨펌이 되면 야호 감사합니다^^ 하고 있다가 변시 붙자마자 일하는 식인데, 요즘은 간혹 변시 떨어지는 케이스도 생긴다고 한다. 이건… 대학 다니면서 알아봐도 충분하다. 나중에 경력직으로 가는 경우도 있나본데 이 또한 생각이 없어서 모르겠다. 빅펌은 ‘특이스펙’을 갖춰야 가기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건 후술하기로.
(*참고로 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가 1768명인가 그 부근이었다. 저 사람들이 다 빅펌 들어갈 리가 없잖아요!!! 대부분은 작은 펌에 어쏘(대표님 밑에서 일한다는 뜻으로 알면 됨)로 들어가거나, 사내변호사로 들어가거나, 공공기관으로 가거나, 그냥 바로 개업하거나 한다. 일괄적으로 다들 어떻게 된다~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움)
2) 판사: 법조일원화(이건 도저히 설명 못 하겠음 이런 식으로 검색합시다 지금은 몰라도 됨) 도입 이후로 연수원 졸업하고 바로 판사! 검사! 변호사!로 진로를 정하는 게 아니라, 판사가 되려면 경력 10년(물론 바로 10년으로 바꿨다가는 판사도 못 뽑고 판사 되려던 사람들 다 ??? 되므로 과도기에는 3년, 5년, 7년 같이 조금씩 차이가 있음)을 쌓아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얼마 전에 법원이 자기들 입맛대로 어린 판사들 뽑고 싶어서 그 필요 경력을 5년으로 바꾸려고 하다가 이탄희 의원 등이 노력해서 부결시켰다. 무튼 지금 고등학생인 사람들이 판사가 되려면 변호사 되고 10년간 변호사 경력을 쌓아야 할 텐데, 지금까지의 가장 좋은 루트는 ‘로클럭’을 하고 나서 몇 년 다른 일을 하면서 경력을 쌓는 거라고들 했다. 한국말로는 ‘재판연구원’인데, 판사 밑에서 검토보고서 쓰는 직업이다(근데 왜 이런 직업이 갑자기 한국에 생겼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법조일원화 작업 하신 분들도 딱히 그 이유는 말씀 안 해주시던데;). 이건 로스쿨 다니면서 중요한 수업 몇 개 듣고 자기소개서 쓰고 시험 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제 브런치에 후기 있으니 보세용.
3) 검사: 로스쿨 다니면서 검찰 실무수습, 관련 수업, 시험 응시 등으로 진행된다. 관련 수업(검찰실무) 후기 있으니 보세용.
그리고 각 경우마다 특이스펙이 있으면 좋다.
4. 자꾸 얘기하는 특이스펙이 뭔가요?
듣기로는 빅펌 가려면 ‘외자공’이 중요 요소라고 하더라. 외국어 자격증 공대. 그러니까 외국어 하나 이상을 원어민급으로 잘하거나, 특이 자격증(의사 회계사 등), 공대 출신이거나. 물론 여기서의 외국어는 영어 프리토킹이 된다, 일본어 JLPT N1 있다 같은 수준 이상의 무언가이고, 자격증은 의사 회계사 수준의 자격증이 있거나 하는 것들(이를테면 공인중개사는 이거라도 있으면 좋으려나? 하고 변호사 되고 나서 따는 사람들은 좀 있는 것 같은데, 이걸 가지고 취업에 유용하게 썼다는 이야기는 딱히 못 들어봤다. 그리고 노무사는 어차피 로스쿨 갈 거면 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학교 다니면서 JLPT N1 봤다가 떨어진 나로서는 쩝…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이과 선택해서 공대 갈 걸 하는 생각이 이제와서 들기도 한다… 쩝스바리. 수학 선행학습을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쩝쩝…
(*근데 난 빅펌 준비 안 해봐서 모른다 히히 진짜로 가고 싶으면 열심히 찾아보세용. 진짜 갈 만한 사람이면 이것만 믿고 다른 글 안 알아보진 않겠지;)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나는 로클럭 지원을 했었는데 거기서도 자격증 있으면 쓰라고 했다. 아 아무것도 없다고요!!!
5. 그래서 변호사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아 이걸 먼저 썼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변호사는 여전히 소송 제반 업무를 하는 사람이다. (소액소송에서의 가족 같은 일부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역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소송서류 들여다보면서 저놈은 저에게 갚을 돈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소멸시효가 지났는데 무슨 돈을 이제 와서 달랍니까. 이런 이야기들을 써서 법정에 들고 가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것만 하는 건 아니다. 회사들이 저희 다른 회사랑 계약할 건데 이 계약서 괜찮아요? 하고 물어보면 그것에 답해주기도 하고(이게 ‘자문’임), 사내변호사로 들어가서 자문 업무를 하기도 하고, 공공기관에서 일하기도 하고, 공익변호사로서 시위현장에… 앗 아니…(농담인데 완전 농담은 아님)
무튼 생각보다 다양한 일을 한다. 솔직히 나도 민사소송 재판 나가는 것, 친구들 잡혀가면 접견 가는 것 정도만 생각해 봐서 몰랐는데 변호사들은 정말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니 여러분도 변호사 되고 나서 다양한 일을 해 보세요(?).
6. 기타 등등
(1) 탈출레버 생각하기
사실 '변호사가 정말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 진로를 로스쿨만으로 잡아둘 필요는 없다……. 나는 로스쿨 가기 전에 수많은 탈출레버들을 당겼다. 원래 전공(법학 아님)으로 대학원을 갈까 하다가, 취준(이것도 이런저런 업계를 고민했다)을 할까 하다가. 근데 로스쿨만 준비하는 게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법학 적성’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만일 로스쿨이 아니다 싶어지면? 이 길이 아니다 싶어졌는데 취업준비를 전혀 안 해둔 상황이면?
어쩌다 알게 된 분은 취준을 하면서 로스쿨을 병행해서, 좀 유명한 대기업에 붙었다가 로스쿨을 갔다고 들었다(옆에 앉아있던 다른 사람이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물어봤다). 그걸 들으면서 든 생각은, '아 나도 저렇게 해서 회사 들어갔다가 몇 년 다녀보고 내가 무슨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고민할걸'이었다. 나는 변호사가 된 때부터 지금까지도 내가 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서 계속 고민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송무를 하고 싶은 건 맞는데 전업 공익변호사를 할 건 또 아니고 개업을 하자니 그게 지금은 아닌데 그럼 나중에 개업 준비할 때까지 뭘 어떻게… 꺄악!
그리고 학부 때부터 로스쿨 때까지 가끔씩 연락드리는 선생님이 계신데, 듣기로는 사시 오래 준비하시다가 그냥 대학원 가서 강사 생활 하시는 것 같았다. 이 분께서 수업 중에, '로스쿨이나 대학원을 갈 거면 알바라도 괜찮으니 일을 좀 해보고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내가 공부를 하고 싶은 건지 일을 하고 싶은 건지 고민할 수 있으니까'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결국 나는 일을 안 해보고 로스쿨을 갔지만(…) 저 이야기는 꽤 오래 기억에 남았다. 요즘같이 '대학 졸업하자마자 바로 로스쿨 가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추세에는 남들에게 권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로스쿨은 학문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빡빡 공부해서 실무로 나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고), 그냥 일을 해도 되는지 공부를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기에는 매우 유효한 조언 같았다.
…근데 쓰다 보니 이건 고등학생에게 할 말이 아니라 대학교 저학년한테 할 말인 것 같다…
(2) 학비를 댈 수 있을지 약간 고민하기
예전에 아주 거칠게 쓴 학비 관련 글이 있다. 근데 아마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감이 잘 안 올 거고(고등학생의 가용재산과 알바부터 대외활동까지 여러 수입지출이 있는 대학생은 상당히 다를 듯), 대학 가서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긴 하다. 그리고 대학에 가 보면 어쨌거나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게 되다 보니 조금 더 감이 잡힐 것 같다. 집에서 생활비를 대줄 수 없는 경우에는 생활비나 책값 정도를 좀 벌어놓고(혹은 마통을 고민), 장학금이 안 나올 것 같은 경우에는 국공립대부터 사립대까지 고민한 후에 졸업 후 몇 년에 걸쳐 학비를 갚아야 하는지 고민하고(다만 로스쿨들이 장학금을 주긴 준다. 근데 갑자기 안 주는 (욕)들도 있으니 나중에 찾아보기).
(3) 기타
우리 때까지만 해도 사시 장수생 분들이 많이 계셨어서 나 정도면 진짜 응애응애하고 다녔다(*당연히 나는 최연소자가 아니었음;). 근데 갈수록 어린 분들이 많이 들어와서 어… 어; 하고 어느 순간 갑자기 나이 든 느낌이 들더라고. 이것이 무슨 뜻이냐면 머리 쌩쌩 돌아가고 학점 좋은 어린 사람들이 앞으로 계속 로스쿨로 몰릴 거라는 뜻이다. 또, 그런 사람들과 갈수록 낮아지는 변시 합격률 아래에서 피튀기는 경쟁을 해야 하며, 적체인원들을 어떻게 해소할지 법무부와 다퉈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은 '지방대 로스쿨 자교우대를 믿고 ㅇㅇ대를 쓰는 게 나을까요'하는 익명질문이 들어온 적 있었는데… 가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는 것도 고민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냥 재수하기 싫어서 갈 수 있는 학교를 골라서 가버렸다. 근데 이 학교는… ㅋㅋㅋㅋㅋㅋ 사실 고등학교 입시를 하면서 '자교우대 받기 위해서 이 학교를 가야지', '이 학교 로스쿨 합격률이나 이 학교 분위기가 어떤지 알고 가야지' 같은 걸 알기도 어렵거니와, 위에서 말한 대로 입시가 어떻게 변할지는 또 모르는 일이다(방통대 로스쿨 도입 이야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아직도 사시부활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니). 깊이 파고들면 별의별 것을 다 고민해야 하거니와 대강 생각하면 아무 것도 생각 안 하고 가도 되는 것이 로스쿨 입시니… 아주 간단하게 얘기하면 그냥 대입 열심히 하고 대학교 가서 학점 열심히 챙기라는 게 전부다…….
7. 끝
이 글은 '그러니까 진짜로 오지 마세요', '서울대 아니면 준비하지 마세요'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가 고등학생 때, 대학교 저학년 때 뭘 고민했으면 좋았을지 생각해본 것들을 간단하게(?) 적어본 것이다. 이거 읽고 다 까먹어도 상관 없다. 어차피 고등학생이 이걸 다 알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궁금했던 사람들 한 번 읽고 넘기라는 거니까 너무 열심히 읽지 마세요! 그리고 궁금하다 싶으면 구글에 검색해서 크로스체크하기!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