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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Oct 19. 2020

깜박, 챙겨야 할 물건을 놓고 왔다

성공적인 등원과 출근을 위한 여정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예상하는 비용을 측정하기 위해 여러 업체를 통해 견적서를 받곤 한다. 인생에서도 견적서를 받을 시기가 다가온다. 내가 얼마나 값어치있게 살았는가. 무얼 빠트리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최근에 그 견적서를 받고나니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올해 결혼생활 5년!) 조금 더 똑똑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결론을 맺었다. 정말이지 수치에 약한 내가 결혼 후 철이 들기 시작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만의 스트레스 퇴치법!이 생긴 거같다.


 올해는 특히 운동을 하며 나를 다독거리고 있다. 상반기에는 일주일에 2~3번은 홀로 아침에 뒷산 등반​을 해봤다. 명상을 배워보지 않았지만 몸과 마음에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었다. 5월 중순 이후, 주 2회 수요일과 금요일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발레 파워플레이트를 배우고 있다. 출퇴근하면서 등하원하니 나의 개인시간을 내려면 오로지 점심시간만이 개인시간으로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추석 때 교통사고 휴우증으로 생긴 목스크 통증을 줄이고 바른 자세를 위해서 시작했는데, 짧은 시간에 근력 키우기에 효과적인 운동이라고도 한다.


 진동이 느껴지는 기계 위에서 몸의 중심을 잃지 않고 팔과 다리를 쭉쭉 허공에 찔러댄다. 발레 스트레칭은 땀이 많지 않는 내게 제격이이었다. 운동을 한 후 온 몸이 흠뻑젖으면 제대로 운동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처음에 허벅지가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스무번 이상 수업을 참여하다보니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대로 몸이 알아서 정확한 동작을 취하고 있다. 순전히 건강을 목적으로 시작한 운동이라 몸무게 줄이기에 대한 기대감은 낮지만 꾸준히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5~6월에 집중적으로 운동을 해서 몸이 가벼워졌는데, 지난 7월 아이와 목욕을 함께한 후 화장실 바닥에 미끄러져서 팔뚝이 바닥에 쓸렸다. 한동안 팔을 들 수 없을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운동을 한 달 정도 쉬었다. 중심을 잃지 않은 운동을 배웠는데, 그날 아이가 목욕 후 갑자기 내 목과 팔을 잡으며 안겨서 중심을 잃어버렸다. 몸의 추를 놓치니 마음의 추도 놓쳐버렸다. 그 이후 내 기억력이 약해진 거 같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렸나요


 등원과 동시에 출근, 집을 나설 때 내 양손에는 짐보따리가 가득하다. 차키와 휴대폰, 회사출입증 등 내 소지품을 담는 출근용 미니백과 회사에 대출한 책이나 아침신문, 텀블러, 다이어리와 즐겨쓰는 펜, 아침음료 등을 넣어둔 에코백에서 아이 등원가방까지. 매일 필수로 아침에 챙기는 가방은 3개, 월요일에는 낮잠이불을 넣어둔 가방까지 4개다.


 오전 8시 반, 이제 현관을 나서야한다. 전날 저녁에 물컵과 여벌옷은 등원가방 안에 미리 챙겼고, 아이가 입을 외출복도 미리 골라서 준비완료. 마스크까지 착용완료! 아이를 잘 달래서 현관 밖을 나가야만 성공적인 등원길의 여정에 오를 수 있다. 외출할 채비를 갖추고 현관에서 아이의 표정을 보니 뭔가 이상하다. 내 마음이 급해서 재촉하는 나의 손길과 다르게 아이의 행동은 다소 느릿느릿. 허겁지겁 그에에게 달려가서 엉덩이쪽의 바지를 내리고 기저귀 상태를 본다.


 익숙한 냄새. 역시나 그 분, ‘응가님’이 오셨다. 그 상태로 카시트에 태울 수도 없으니 신었던 내 신발을 내던지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젠 한 손으로 못 드는 13킬로그램의 아이 몸무게에 밀려서.. 비틀비틀거리며 겨우 안고 욕조 안으로 모셨다. 큰 일을 마치고 아이 옷을 다시 입힌다. 바깥 날씨는 싸늘한데 이마와 등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우리 출발한다, 출발 특공대~!!”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를 부르며 큰 소리치며 차시동을 걸었는데, 문득 뭔가 잊어버리고 나온 거 같다.


‘아뿔싸... 운동 상의를 잊어버리고 나왔네'


평일 점심시간에는 일주일에 두번씩 짬을 내서 운동하고 있는 만큼 그 날만은 양 손 가득 짐이 넘친다. 기본 4개 가방을 챙겨야하는 것. 운동하러 가는 날에는 운동용 가방에 속옷과 샤워제품, 상하의 운동복, 손수건, 목욕타월, 예비용 마스크까지. 모두 챙겨야하는데 늘 잊어버리는 물건이 생긴다. 휴대용 유모차가 여러 가방을 들어주는 짐꾼 역할을 대신해주어도 소용없다. 달력에 아침마다 챙겨야 할리스트를 메모하여 체크해도 내 머릿 속의 한계.


 ‘오늘만은 기어이 가고만다’


 운동상의를 챙기지 못했던 그날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업에 꼭 가기로 내 자신과 약속한 날이 어떻게든 결석하기가 너무나 싫었다. 결국 수업가는 길목에 운동용품을 파는 가게에서 운동상의 티셔츠를 샀다. 결국 그 날은 나와의 약속을 지켜냈다. ‘내가 이렇게 예뻐보일수가...’ 연말까지 꾸준히 해내겠다라고 마음을 되새긴다.


 운동상의 말고도 휴대폰 또는 아기가방을 깜박 잊고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그 많은 짐들 속에 내가 챙겨야할 것은 분명하다. 무얼 잊어버리든 등원과 출근할 때 ‘서두르지 않은 마음’. 그 서투른 마음 때문에 잊어버리는 물건이 늘어나고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생기고 만다. 윽박지르며 아이를 재촉하면 출근 후 마음이 매우 무겁다. 운동상의를 챙기지 않아도 임기응변하여 운동을 잘 마친 날도 있지 않았는가. 내일은 조금 느긋하게 준비하여 아이를 마음을 잘 달래주며 등원해야겠다. 그래야 내 출근길도 가벼워질테니.


아이를 잘 달래서 현관 밖을 나가야만
성공적인 등원길의 여정에 오를 수 있다.
무얼 잊어버리든 등원과 출근할 때
서두르지 않은 마음.  그 서투른 마음 때문에 잊어버리는 물건이 늘어나고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생기고 만다.

등원•출근길에 자신의 낮잠이불가방이나 내 에코백을 먼저 챙겨 들어줄 때가 있다. 현관 앞에 놓인 아침신문을 꼭 챙겨주는 기특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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