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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Aug 04. 2021

지속해야 역사성을 띤다

버텨야만 성장한다


지난 6월에는 휴대폰 사진첩에 노을 사진을 가득 담았는데, 7월에는 너무 무더워서 밤 9시가 넘어서야 습한 기운이 달아갔다. 그렇기에 노을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꽤 무덥고 습한데 비해 하늘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림의 한 폭같은.. 눈으로 보고 즐기기만 하다가 잠시 짬 내서 맑은 하늘과 구름을 담아보았다. 확실히 내 눈보다 카메라가 이 멋진 풍경을 못 담고 있다는 걸 자각했다. 뭐든 내가 보는 눈과 내가 접하는 청각, 촉감, 맛, 향을 느껴봐야 한다. 내 취향을 알려면, 내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내 몸을 통해 반응해봐야 한다. 간접적으로 아는 체험은 한계가 있다.


영화배우를 체험한 감독이 그 세계의 여려 면을 이해하고 연출하는 것처럼.. 단면을 모습이 아닌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그려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런 콘텐츠를 난 참 좋아하는 거 같다. 그래서 인터뷰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가득 찬 이유도..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애기한 현장에 내가 서 있는 착각이 들 때가 있으니 말이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에 들어선 것처럼. ‘뭐든 직접 만들고 듣고 먹어보고 느껴보고 맡아야.. 경험해봐야만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7월 들어 새로운 리추얼이 생겼다. 매일 #불어3문장쓰기  를 시작했다. 연초 몇 번 시도하다가 그만두었는데, 하반기를 시작하면서 늦게라도 올해 이 리추얼을 이어오고 싶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어렵게 배워온 이 언어를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잊지 않은 걸 보면.. 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학 자격증을 따는 것은 아니다만, 내 시야의 확장이 필요했기에 온라인 기사 중 관심 많은 문화면에서 골라 세문장 이상 필사해보았다. 매일 필사하고 공부한 계정도 하나 만들었다. 올 상반기에 만들어두고 사용하지 않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musee_interview('인터뷰의 미술관'이란 키워드)로 만들어봤다.


이 리추얼은 아침시간보단 잠자리에 들기 전, 짧게 30분에서 길게 2시간가량 시간을 내어본다.. 확실히 글쓰기 리추얼보다는 쉽다. 프랑스 기사 중 눈에 들어오는 예술문화 관련 기사를 읽고 해석하고 모르는 단어나 숙어를 찾는 정도.. 따라 읽어보고.. 며칠 지나면 낯선 단어와 문장도 눈에 잘 들어온다.  리추얼 한 덕에 7월에 열리는 미술관의밤(@nuitdesmusees), 칸영화제(@festivaldecannes), 아비뇽연극축제(@festivaldavignon), 오레보주르 (비)문학축제(@oh_les_beaux_jours)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했고.. 20대 기억 속의 잊지못할 추억의 키워드였던 파리 오페라 발레단(@balletoperadeparis), 외면 일기를 썼던 존경하는 미셸 투르니에 작가, 유튜버 본뉘 (@bonne_nuit89)이 언급한 쉘부르의 우산, 가수 카를라 브루니(@carlabruniofficial).. 그리고 프랑스 도자기로 알려진 아스티에 드 빌라트(@astierdevillatte)와 카르티에 재단(@fondationcartier) 통해 파리에서 열리는 데미안 허스트(@damienhirst) 작품 전시까지도 알게 됐다.


'살롱다트'(salon d’art, 예술의 방) 리추얼을 이어왔으니 한 달간 30일간의 키워드가 생겨버렸다.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일은 쉽지 않고, 그 시간을 되찾기가 어렵다. 우린 매일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에.. 불어공부 리추얼로 나는 과거의 20대 때 나를 만나는 기분이다. 그때 좋아했던 것들을 지금의 시간에 즐길 수 있고, 찾아볼 수 있다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것. 유형적인 자산이 아니라 무형적인 에너지를 채우는 지적인 양분을 채우는 거 같았다.


불어공부를 하면서 느낀 게, 오늘은 더 많이 공부하고 싶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할 수 있어야 하고  내일은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규칙적인 운동이 몸의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는 것처럼, 리추얼은 내적 근육 즉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운동과 같았다. 며칠 전, 얼떨결에 참여한 인터뷰 영상을 오늘 살펴봤다. 그때 남긴 내 말을 되새겨봤다.


“회사에선 회사의 직함이 있고

집에서는 아이가 (내게) 부르는 직함이 있고

리추얼을 통해서 나다운 제 이름을 얻게 되었어요.”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해 연가를 상반기 중 3~4월에 집중적으로 많이 썼었다. 그땐 이리 코로나가 장기전일 줄 모르고 잠시 쓰면 상황이 나아질 줄 알았다. 그렇게 상반기에 몰아 썼던 연가로 하반기는 꾸역꾸역 일상을 버티고 있었다. 아이의 두 번째 생일을 맞은 날, 큰 결심을 했다. 매일 리추얼을 통해 글쓰기를 단련하기로.. 2016년 3월에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4년 반의 글 편수보다 리추얼을 시작한 2020년 9월부터 1년 채 안된 10개월간의 글들의 양이 2배 더 많았다.


시간이 지나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실행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는 것도. 나다워지는 삶도 어찌 보면 꾸준히 나를 노출하고 내가 가진 면을 여러 차례 보여준다는 것. 나다워진다는 건 내가 가진 역할과 직함을 내던지고,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비해 나를 위한 연가 등을 쓰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육아는 지난해보다 더 힘들지만(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내 마음은 전보다 많이 내려놓았고, 나다워지는 콘텐츠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21년 하반기에는 내가 그리고 기획한 이야기들을 주체적으로 해볼 참이다. 연말에 포도송이처럼 결실을 맺기를 바라고 있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덧붙어 리추얼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이달 들어 리추얼을 시작한 지 11개월을 맞으면서 내가 하는 것이 옳은 건지, 제대로 가는 것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었다. 리추얼 한 지 100일을 맞이한 시간과  200일의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냥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리추얼을 하고 난 이후, 삶의 변화가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패배감에 두려움일까. 어떤 두려움 일지 나 또한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을. 그런 점을 스스로 알고 행동으로 실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한 것을 느낀다. 리추얼을 해서 두려운 것보다 리추얼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그런 것인지도.  '워킹맘'의 시간활용법과 연결되어 있었다. 지속적으로 나만의 리추얼 방법대로 나를 이끌어 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진짜 내 역사가 세워지는 거니깐.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지속하고.. 버티는 게 가장 어렵다.
버텨야만 성장한다.

*문화기획자에게 중요한 키워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열정, 몰입, 기록, 역사, 지속성입니다. 2008년 제 자소서에 적힌 문구를 소개합니다. “어느 프랑스 음악인의 인터뷰를 본 적 있었습니다. 기자는 그에게 “당신의 삶에서 가장 큰 야망은 무엇입니까? “묻자 , 그는 “ 죽을 때까지 오로지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라고 답했습니다. 만약 제게 묻는다면, “열정이 깃든 세상의 펜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도전하는 것은 삶을 대하는데 가장 긍정적인 자세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문화기획을 하는 이에게는 끝까지 그 분야에 몰입하겠다는 창작자의 열정 있는 마음가짐을 읽고 그들이 이 창작 과정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록을 통해 자신만의 역사와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가 쌓여야만 그 사애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문화기획자들은 관찰을 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올해 초 니팅클럽서울(니터모임)에서 '문화기획자' 소개를 한 나의 자기소개서 발췌>


2006년 파리에 머물 때 미술관과 박물관에 다녀오며 마음에 든 엽서들을 수집했었다. 그림 전시처럼 책상 앞에 붙인 엽서들. 15년이 지난 취향과 지금의 취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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