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책길의 여유 Oct 01. 2023

작은도서관에서 아침을

출근길 

작은도서관에서 아침을 연다. 와~ 이 얼마나 매혹적인 말인가!
 
 지난 2년 동안 COVID19로 인해 닫혀있던 활동들이 하나, 둘씩 도서관에서도 대면 활동이 시작하게 되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준비와 필요한 절차로 주 4일을 계속 도서관으로 출근하여 활짝 문을 열게 되었다.
 
 오랜만에 아침 출근길, 등굣길의 많은 사람들과 동참하게 되었다. 남부터미널에서 탑승 후 교대와 고속터미널역을 지나고 나니 전철 안이 넉넉해졌다. 자연스럽게 귀에 이어폰을 꽂고 아침 루틴을 시작했다. 벌써 330일째 하는 영어공부다. 마치 자기계발에 열심인 아직 한창때인 젊은이인양 이 루틴을 꼭 지키고 있다. 하루 해야 할 챕터를 하고 나니 벌써 내려야 할 경복궁역에 다다랐다. 
 
 도서관 가는 방향인 경복궁역 3번 출구로 총총걸음으로 빠져나왔다. 곧바로 걸어 나가면 가로수들이 눈앞을 가로막아 저절로 건너편으로 눈길이 간다. 무심코 던진 눈길에 낮으막한 건물 사이로 산이 보였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언듯 언 듯 보이는 골목 사이로 산의 자태가 조금 더 가까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렇게 시내 한가운데 있는 산은 인왕산이다. 볼 때마다 '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래전에 지은 낡고 낮은 건물들과 심심하지 않게 하기라도 하려는 듯 뜨엄 뜨엄 현대식 건물이 무질서하게 섞여있는 거리풍경이다. 
 
 작은도서관까지는 가까운 거리이다. 짧은 거리임에도 쉬엄 쉬엄 가라는 듯, 멈춰서 둘러보라는 듯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들이 번번이 발목을 잡는다. 말 잘 듣는 모범생처럼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둘러본다. 볼 때마다 골목길 안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골목과 골목 사이로 보이는 오래된 한옥들도 이 거리가 주는 매력의 아날로그 감성의 한몫을 차지한다. 골목의 유혹적인 자태를 못내 뿌리치고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다잡아 앞으로 향한다.
 
 슬쩍슬쩍 눈을 돌리면 어디서 본듯한 작은 상점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거리의 상점들은 거의 작은 규모들이다. 아기자기 하게 전시된 상품들은 대부분 옛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감성의 상품들이다. 들어가 봐야 할 것은 의무감에 고개를 빼고 보면서 마지못해 스쳐 지나친다. 그렇게 걷노라면 어느새 눈앞에 성큼 다가오는 잘생긴 산, 청와대를 품고 있는 아담한 북악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참 잘생겼다!
 
 이제 작은도서관이 있는 주민센터에 다다랐다. 입구에 앉아 체온계 안내를 하는 주민분과 목례로 인사를 하고 체온을 재고 오늘도 무사함을 감사히 여기며 계단을 거쳐 2층으로 올라간다. 불이 꺼져 있는 작은도서관이 어서 문을 열어달라고 속삭인다. 자신 있게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어젖히고 벽에 붙어있는 스위치를 눌러  사방을 밝히고 모든 창문을 열어 놓는다. 컴퓨터를 부팅시키고 대출 반납 일력표를 자연스럽게 변경한다. (한동안 할 줄 몰라 마구마구 헤매었었다)
 
 책상 서랍 안에 있는 열쇠를 들고 건물 입구에 있는 반납함에서 지난밤 혹은 아침 일찍 넣어둔 반납 책들을 들고 와 반납 처리를 하면 비로소 작은도서관의 일이 시작된다.
 
 산책하듯이 느릿 느릿 효자동 거리를 걸어 향긋한 책 향기의 작은도서관에서 달콤한 커피 향과 어우러진 나의 아침이 참 좋다!
 

이전 18화 오래된 희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