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보를 좀 알아보자니 숙박업은 소방법이나 공중위생 관련 법규 때문에 허가제인데, 최근에는 그 허가를 잘 내주지 않아 허가된 숙박업장 매물이 귀하여 버리기가 아까운 아이템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누군가 새로 모텔을 하고 싶어도 허가받기가 어려워 희소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젊은 사람들도 찾을 법한 세련된 요즘 스타일의 모텔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또 그렇게 리모델링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들지 알아보아야 했다. 민준은 숙박업 커뮤니티에서 찾아본 숙박업소 전문 인테리어 회사와 건설업계에 있는 친구의 인맥을 통해 다른 업체 한 곳과도 미팅을 잡았다. 대략적인 개요와 비용을 알아야 시부모님도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팅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성공사례와 인테리어 사례는 아주 멋있었다. 빨간 페인트칠 외벽에 촌스러운 옛날식 간판, 내부에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오래된 카펫이 복도 전체에 깔려있고, 실내는 20년이 넘게 밴 담배냄새와 촌스러운 꽃무늬 벽지로 가득한 시부모님의 모텔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다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문제는 역시나 비용이었다. 배관공사와 화장실부터 해서 전체를 뜯어고쳐야 했기에 억 단위로 들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업체들은 최소 7억은 들 거라고 했다. 입이 떡 벌어졌다. 은행에서 그 건물의 가치를 보고 그 거금을 대출해 줄런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 정도의 큰돈을 들여 몇 년이면 그걸 다 뽑을 수 있을까? 정말 공사를 해서 세련된 요즘 스타일 무인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되면 지금 내는 것보다 더 많은 숙박비를 내고서라도 사람들이 그곳을 찾을까? 우리도 전혀 확신이 없는데 시부모님은 대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몇 년째 안 팔리고 있는 그 건물을 그냥 몇 년 더 기다려 지하철이 들어서고 파는 게 나을까? 시부모님은 그 모텔을 두고 늘 입버릇처럼 “우리 죽으면 다 너희 건데..." 라고 하셨지만, 그건 너무나 먼 미래의 일이기도 하고, 전혀 와닿은 적이 없었다.
한편 그러는 사이 민준은 빌라 하나를 더 낙찰받았다.
문제는 개인 명의로 주택을 3채 사게 되면 취득세가 중과되어 6억 이하 주택의 경우 무려 8%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2억이 조금 넘는 빌라를 사며 취득세만 1,800만여를 내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 빌라를 산 것은 그 빌라의 가치나 주변 시세가 최소 3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민준을 믿고 싶었지만 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높아지는 취득세율 때문에 개인 명의로는 더 이상은 주택을 살 수 없었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그다음 스탭은 법인을 개설하여 법인 명의로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민준과 친분이 있는 대학 후배 중에 세무사가 된 후배가 있었다. 후배를 만나 휴직하고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는 이야기를 하며 세무 조언을 들었다. 우리 부동산 중 가장 큰 가치가 있는 신축 아파트를 매도할 때 양도세를 내게 되어버리면 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기에 비과세 받을 수 있게 세금 관리를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이제는 세무사를 만나볼 시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몇 년 만에 만난 후배와 그간의 이야기를 하며 생각지 못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투자는 결국 얼마나 절세를 잘하냐의 문제로 이어지는데 시부모님 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텔을 시부모님 사후에 상속으로 받게 되면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내야 하고, 지금부터 증여의 형태로 밑작업을 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만약 선배 말씀하신 대로 모텔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건물 가치가 더 올라가서 그 이후에 증여나 상속받게 되면 세금을 더 내야 해요. 리모델링하기 전에 일정 부분 증여를 먼저 받아 공동소유 하면 선배가 경영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도 있고, 세금도 훨씬 적게 낼 수 있죠. 사실 이 상속, 증여가 제 전문분야니까 언제든 말씀하시면 제가 내려가서 한번 말씀드려 볼게요."
과연 자식이 먼저 부모님 재산을 증여해 주십시오 하는 게 가능하긴 할까, 시부모님이 과연 이 이야기를 어떻게받아들이실까 굉장히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다. 시부모님은 십여 년 전부터 전국 여기저기 사 두신 땅을 묵혀두고 계시기도 했다. 그린벨트로 묶여 아무것도 못하는 토지를 헐값에 사놓기도 하셨고, 기획부동산에 당하여 제주 신공항 예정지 부근이라며 제주도 땅의 공유지분을 내 명의로 사주시기도 했다. 내 명의로 된 그 땅은 무려 8명이 분할하여 소유한 것으로 8명 모두의 동의가 없으면 처분할 수도 없는 땅이었다. 나는 1,800제곱미터 중의 330제곱미터를 소유하고 있었고, 지난 10년간 그 땅에 대한 재산세 명목으로 매년 2만 원가량을 내고 있었다. 환경오염과 지역경제부흥, 서로 반대되는 제주도민의 첨예한 찬반논란으로 제주신공항은 오랫동안 난황을 겪다가 최근 고시계획이 발표되었다. 시어머니가 10여 년 전 속아서 산 그 땅은 공항예정지와 20분이나 떨어져 있었다. 그 땅을 현금화하려면 공유물분할소송을 걸어 경매로 넘겨야 했다.
모텔 리모델링과 제주도 땅, 그리고 우리가 산 빌라 두 개, 점점 더 나이 들어가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떠안게 될 이 모든 문제들까지 과연 우리가 잘해나갈 수 있을까. 남편이 휴직한 지 6개월 차, 고민은 점점 더 깊어만 갔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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