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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 May 15. 2021

60대 아버지의 손목에 갤럭시 워치를 채워드렸다.

건강해지시길 바라는 작은 선물



얼마 전 어버이날, 아버지에게 갤럭시 액티브 2 워치를 선물했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익숙하신 세대이시지만, 이번에는 내가 무리를 해서라도 꼭 채워드려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부모님은 코로나로 인해 작년 건강검진을 올해 초에 받으셨다. 어머니는 평소에 운동도 자주 하시고 워낙 야채를 좋아하셔서 큰 걱정이 없었지만, 아버지는 술도 좋아하시고 과거에 당이 조금 있어서 걱정이 됐다. 안 그래도 근 몇 년간 아버지의 배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한 달 뒤,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의 검사 결과는 심각했다. 혈압, 고지혈, 콜레스테롤, 당 등 각종 수치들이 위험을 가리키고 있었다. 같이 검사를 받으러 가신 어머니 말에 의하면, 처음 보는 건강검진 의사가 정색을 하며 “아니, 이렇게 약을 많이 드시고 수치가 안 좋은데 관리를 하나도 안 하십니까?”라고까지 했다 하셨다.


돌아오신 아버지도 적잖이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가족들이 몸에 안 좋으니까 술도 좀 줄이시고, 밥도 적당히 드시라고 해도, 아버지는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괜찮아”라고 말하시며 버티셨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보고 나서 당신께서도 사태의 심각함을 인지하신 것 같았다.




결과가 나온 지 며칠 뒤, 평소처럼 운동을 하고 온 나에게 엄마가 조용히 물었다.


    “네가 차고 있는 시계... 얼마니? 많이 비싸니?”

    “웬 시계?” 너무 급작스러운 말이라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응. 요즘 너 차고 다니는 시계... 그거 아빠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나는 작년 말 애플 워치를 샀다. 체중이 많이 불어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함께 사용하면 요긴하게 쓸 것 같아 구매했었다. 그 덕분에 체중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계속 운동을 하라고 자극을 주고, 운동에 필요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여주어, 강도와 시간을 효율적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이런 모습을 함께 운동할 때 종종 보셨다. 요긴하게 워치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시고, 검사 결과가 좋지 않은 아버지에게도 워치를 사드리고 싶으셨던 것이다.


    “전자제품은 내가 잘 아니까, 내가 잘 알아보고 사드릴게”

    “네가 돈이 어딨다고...”

    “어버이날 겸사겸사 사면되지. 그 정도 돈은 있어, 너무 걱정 말아!”




어머니 말을 듣고 갤럭시 워치에 대해 알아보던 중 심부전 등을 알 수 있는 심전도 측정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낙상으로 이어지면 저장된 긴급 연락처로 사용자의 위치와 상태를 보내준다고도 했다. 그때 아버지가 했던 말씀이 불현듯 기억났다. 


    “사실 아빠 집안사람들은 60살 전후에 다 죽었어...”


아버지가 건강검진 결과에 적잖이 충격을 받으셨던 이유는, 집안 내력상 현재 아버지 나이 즈음에 가족들 대부분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 결과를 더욱 받아들이기 힘드셨던 것이다. 특히 아버지는 혈압, 심전도 등 순환기 결과에 예민하셨는데, 가족력의 대부분이 심장병이었다고 하셨다.


그 생각이 든 순간 '이건 꼭 사드려야겠다' 결심했다. 조금 가격이 나가는 제품이었지만, 아버지의 위험 순간을 조금이라도 미리 알려줄 수만 있다면, 가격이 뭐가 중요하겠나.


그리고 어버이날 저녁, 부모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아버지에게 갤럭시 워치를 선물해드렸다. 집으로 돌아와 워치 설정을 해드리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내 옆에서 묵묵히 설명을 들으시며 워치를 쳐다보고 계셨다. 별말씀이 없으셔서, '너무 어려우신가?' 생각하고 최대한 자세히 설명을 해드리고 방에서 나왔다.


    "네 아빠 기분 엄청 좋은가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말했다.

    "응? 아무 말씀 안 하시던데? 너무 어려우신가 봐..."

    "네 아빠는 마음에 안 드는 선물은 인상 팍 쓰면서 '이런 걸 왜 사냐' 하면서 잔소리하는 사람이야. 지금 아무 말도 없이 저렇게 가만히 쳐다보는 건 기분이 정말 좋은 거야. 잘했다."


그렇게 어머니는 잘 생각했다며 고맙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어머니 말대로 워치가 마음에 드셨는지, 매일매일 새로운 기능에 대해 나에게 물어보기 시작하셨다. 전날에는 워치로 전화받는 방법을 물어보시고, 그다음 날에는 운동 기능을 물어보기도 하는 등 질문 폭격이 시작됐다.


너무 많이 물어보실 때도 있으셔서 종종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잘 넘기고 있다. 선물을 마음에 들어하시는 모습도 좋고, 더 자세히 알려드리는 만큼 잘 사용하셔서 건강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아버지는 오늘도 워치에 대해서 물어보고 계시지만, 나는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해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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