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되고 싶은 것
보란 듯 이름 있는 회사에 취업하는 게 목표였던 20대의 나는, 입사하고 싶은 회사의 목록은 있었지만, 그곳에서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은 없었다. 회사 입사를 위한 자기소개서 질문 목록에는 ‘1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회사 홈페이지를 뒤지고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니며 그 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에게서 답을 찾아야지. 너를 들여다봐야 하는 거야.”
나에게 멋진 직장인의 기준은 TV 속에 나오는 커리어우먼이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모든 것들을 능숙하게 해내고, 모든 동료들과 유연한 관계를 맺어가며, 상사의 부당한 지시도 감내하고 이겨내는, 그런 모든 면에서 능숙한 캐릭터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렇게 어렸던 나는 회사가 원하는 내가 되어야 TV 속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 되어야만 승승장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회사가 원하는 일을 하고, 회사가 좋아할 만한 일을 찾아 하고, 회사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런 직장인이 되어갔다.
10년의 시간을 보내며 나의 꿈은 흐릿해졌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회사의 피드백에 따라가는 삶은 겉으로는 능동적으로 보였으나, 어느새 내 꿈은 ‘정년퇴직’이 되어있었고, 회사의 지시와 인사발령에 따라서만 내 삶이 변화하고 움직일 수 있는 굉장히 수동적인 형태로 흘러갔다.
어딘가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지금, 곧 새로운 출발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뎌야 하는 지금. 나는 이 순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다. 분명한 ‘나’를 알고 있어야 더 이상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회사의 목표에 나의 목표를 끼워 맞추는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난 10년의 사회생활을 돌아보며 나의 가장 큰 취약점을 알게 되었다. ‘인정(認定)’과 그것을 원하기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던 ‘비교’.
나는 늘 인정에 목말랐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고 인정할 줄 몰랐다. 기준은 항상 업무를 지시한 상사, 선배에게 맞춰져 있었다. 그들의 눈높이를 맞춰,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업무를 해내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들의 인정을 받았을 때, 나는 만족했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였을 때, 나는 어느새 스스로를 실력 없는 사람으로 간주하였다. 내가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이루어갔던 과정과, 지혜를 발휘해 해결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만족할 줄을 몰랐다. 내가 맡은 일의 결과를 평가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 되지 못했고, 늘 상사, 선배, 윗사람, 관계자들이 되어야 했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제2의 사회생활을 앞두고 있는 나는, 더 이상 타인의 인정에 목매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하게 되는 일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시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 평가하여 만족감을 얻거나 실망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 누군가의 피드백을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것에 휘둘려 내가 얻은 그 과정에 대한 보람은 잃지 않도록 단단해지고 싶다.
‘사회적 인정’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커다란 보상이 된다. 물론 나 역시도 지난 10년 간의 사회생활을 하며 그 ‘사회적 인정’을 통해 배우고 성장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길 꿈꾸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저 ‘사회적 인정’만을 쫓았던 나는 그것이 사라진 순간에는 한없이 나약하고 공허해졌다. 일에 대한 재미를 잃고, 내가 속해있던 조직에서의 내 존재에 대한 의미를 잃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사회적 인정’을 쫓던 나는 항상 누군가와 나 자신을 ‘비교’하며 쫓아다니고 쫓겨 다녔다. 나 스스로 만들어둔 기준과 틀 안에서 나 자신과 누군가를 비교하며, 좀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더 돋보이고자 노력했다. 그 채찍질은 나를 금세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 홀로 해왔던 비공식적인 비교가 실제 회사에서 연말 포상이나 승진의 문제로 공식화되었을 때, 나는 크게 기뻐하고, 또 매우 슬퍼했다.
그렇게 나는 10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점차 나의 꿈도, 나의 목표도, 나의 만족감도 점점 잃어갔던 것 같다. 앞으로의 나는 아마 더 긴 호흡으로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일을 통해 더 큰 성취감과 만족감을 맛보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 성취감과 만족감은 타인을 통해 얻을 수도 있겠지만, 매 순간 나 자신을 점검하며 내가 가장 먼저 맛보는 법을 터득해 내야겠다.
나는 더 이상 회사의 목표를 내 목표로 삼고 그 방향만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나만의 분명한 목표를 세워두고 그것을 향해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타인의 평가에 전전긍긍하지 않도록,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나를 채찍질하지 않도록, 내가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타인을 나를 인정하고 평가하는 사람이라 인식하지 않고, 더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비교해야 하는 경쟁상대로 인식하지 않아야겠다.
오히려 사회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배울 점을 발견하고, 그들이 건네어오는 일에 대한 칭찬은 그 타이밍에 맞는 적절한 조언이라고 여기고, 그들이 건네어오는 지적사항은 나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며 그 조언과 기회를 통해 내가 한 뼘 더 성장하게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지금, 나는 더 이상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찾아 그곳에 나를 끼워 맞추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어떤 사회인이 되고 싶은지를 분명하게 찾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세워 낼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버킷리스트.
□ 새로운 사회생활 속에서 나는 어떤 목표를 두고 일을 해낼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 가지 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