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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 박사 Jun 18. 2020

다시.. 우리 가족 완전체

출국#5 가족이 모두 영국에

우여곡절 끝에 집을 구해 두고 나니 아내와 아들이 영국으로 오는 날이 찾아왔다. 모든 것이 어색할 아내와 5살 배기 아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인 민박을 예약했다. 나름대로 가장 괜찮은 시설을 갖춘, 런던 중심부와 근접한, 사장님의 한식 요리 솜씨가 일류 주방장에 버금간다는... 엄선하고 엄선해서 내 기준에 최고로 훌륭한 민박집에 2박 3일간의 예약을 마쳤다. 혹시나 해서 공항 픽업 서비스까지 신청을 해두고, 픽업 나가는 분과 같이 히드로 공항으로 가기로 얘기를 다 해두었다.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히드로 공항에서 혹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을까, 그렇게나 많은 외국인을 처음으로 본 아들이 놀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억수같이 내려 런던 시내가 침수가 된 날이었다. 비가 많이 오기로 유명한 날이지만 그렇게 많이 내리는 경우는 드문데, 하필.. 그 날.. 우리 가족들이 영국으로 오는 날,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곳곳 도로들이 통제되면서 차는 엄청나게 막히고, 비행기 도착시간은 어김없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우리가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비행기는 도착했고, 민박집 직원의 예상 도착시간을 훨씬 넘겨서 히드로 공항 근처!!! 에 도착했다. 핸드폰도 없이 그 넓은 히드로 공항에서 어찌 가족을 찾는다는 말인가?


공항 앞에서도 차는 꽉 막혀있고, 참다못한 나는 차에서 뛰어 내렸다. 갓길 위를 미친 듯이 뛰었다. 가족들이 이국 땅에서 나를 만나지도 못한 채 방황하고 있을까 싶어 발을 동동 굴렀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더 이상 못 뛰겠다 싶은 지경이 되었는데도 발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항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바로 앞 에스컬레이터에서 아내와 아들이 웃으면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타이밍도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맞을까?


민박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차분히 오늘 있었던 일들을 각자의 관점에서 늘어놓았다. 공항에 내리니, 온 세상이 자기 것이던 개구쟁이 아들이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하더니, 엄마 바짓가랑이를 꼭 붙들고 떨어지지를 않더란다. 생전 처음 보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의지할 곳은 엄마밖에 없었던 것이다. 긴 입국심사 줄에 서서 짜증이 났을 법한 아내도 아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던 터라 나에게 연락할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입국심사대에서는 뭘 자꾸 물어보고, 아무리 서류를 보여줘도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이으면서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공항에 나가자마자 마치 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에스컬레이터 앞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예상 못한 런던 시내의 침수가 우리의 재회를 완벽히 맞추어 준 시계추가 된 셈이다.


가족과 함께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자연사박물관이다. 아들은 또래들보다 공룡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고, 차라리 자동차에 열광하고 있던 시기이긴 했지만, 공룡 뼈를 실제로 보고 다른 흥미로운 볼거리들이 눈 앞에 펼쳐지면 많이 즐거워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들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아내도 당연히 흐뭇한 맘이 생길 거라 착각(?) 했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아침 일찍 가서 줄을 서지 않으면 엄청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후기가 많아 가족들을 보채서 아침 일찍 자연사박물관을 향했다. 그런데 이게 왠 걸? 우리가 맨 앞에 있었는데도, 우리 뒤에 선 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여유롭게 출발했을 텐데.. 게다가 공룡을 본 아들도 그다지 즐거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무서워하는 느낌이랄까? 자연사박물관은 완전 실패였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 (공룡뼈로는 3살 배기 아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 출처 : BBC News >


아들의 적응을 위해 준비한 또 다른 코스는 레고 랜드였다. 아무래도 놀이 공원에 가면 낯선 영국이 좀 친근해질까 싶어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레고 랜드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터였다. 물론, 아들은 신이 났다. 쫓아다니는 엄마 아빠는 아랑곳없고 그저 놀이 기구를 타고 사진을 찍고 행복해했다. 우리도 덕분에 긴장을 많이 풀었다. 

런던 레고랜드 (출처 : 구글 이미지)


하루 정도 런던에 더 머물면서 맛집도 가고 카페에 들러 차도 마시고 하다가 우리의 보금자리가 있는 Bath로 왔다. 기차역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 들어가니 이제 끝난 건가, 아니 다시 시작인 건가 하는 묘한 느낌에 긴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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