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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Mar 11. 2024

숯가마에서 구시렁

몇 년 만에 숯가마에 왔다

몸속에 쌓인 찌꺼기를 빼고 싶어서다

의도치 않게

듣기 싫은 소리를 듣고

보기 싫은 사람들을 보다가

몸에 짜증 노폐물이 많이 쌓였나 보다


한적한 야외  낮은 산자락

여름밤에는 개구리울음소리만 가득한 곳

낮 공기가 시원하다


중온 가마 안으로 들어갔다

숯 냄새가 뇌 속으로 스며들었다

수건을 머리에 얹고 땀을 기다리다 오분을 못 참고 고온 방으로 향했다

구석에 빈자리가 보여 안쪽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악,

 못찔렸는지 따가웠다

얼른 밖으로 뛰어나왔다

나막신을 신지 않고 들어갔다가 발 다 델뻔했다

' 화상위험 / 나막 착용필수'

이젠 입구에 있는 글도 안 보이나 보다

정신 차려야겠다


며칠 전 참석했던 강연에서

깨어있는 시민이 되자! 했는데...


2층 휴게실은 삼면이 거울이라 시야가 시원하다

읽다 가져간 책을 마저 읽고는

에필로그,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을 훑어본다

나도 버킷리스트를 다 해보고 지구를 떠나고 싶다


을 덮고 탁 트인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

밭고랑 사이사이에 푸릇푸릇 새싹이 보인다

쑥인가 보다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참 푸르다

오늘따라 온 하늘이 푸르다


4월이 되면 내 마음에도 희망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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