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별 Jan 04. 2021

간판에 ‘지인금지’라고 적고 싶어요

친구들에게 개업을 알리지 못한 이유


오지 마 오지 마 간판에 지인 금지라고 쓸 거야~


 개업하고 매우 자주 사용한 문장. 찾아주는 그 마음이 고맙지 않아서가 절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고마워서'이다.


 친구가 좁디좁은 가게 보자고 멀리에서 오는 것이 미안하고, 가까이 살더라도 코로나 뚫고 일부러 나오는 것이 미안하고, 코로나 집콕 생활로 들어갈 돈도 많은데 일부러 지갑을 여는 것이 미안하고, 얼굴만 보고 가야 하는데 나를 위해 시간을 소비해달라 하는 것이 미안하다.

 매일 통화하던 사이라 내가 바빠진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업하고 한참 뒤에나 "사실 나 창업했어" 전했다.


 “사실 창업을 했지만 (뭐어? 언제? 무슨 가게? 왜 얘기 안 했어?) 작은 가게라 앉을 곳도 없어. (그래도 내가 가봐야지!) 아냐 아냐 주차도 어렵고 코로나도 위험한데 일부러 움직이지 마~ 네가 일부러 오면 바로 보내기 너무 미안해질 거야. 보내기 미안해서 문 닫고 따라갈지 몰라. 그러니 오지 마. 전화만으로도 진짜 진짜 고맙단 말이야!"


 나야말로 창업 아니었으면 걱정 많은 성격에 무조건 집콕이었을 것이다. 정작 나도 그런데 코로나를 무릅쓰고 오라기는 정말 미안한 일이다. (결국 사람 대신 손편지 담긴 택배가 도착하는 일도 종종 있다.)


절친인데 어떻게 안 올 수 있냐?

 장사나 사업을 시작한 분들께 지인에게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마음을 비우려 하지만 아무래도 서운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 친구 매출은 진짜 매출이 아니다. 친구의 지갑이 열리는 것은 나의 시작에 대한 응원의 의미이지 고민하고 노력한다 해서 지속적으로 더 늘어날 '진짜 매출'이 아니다.      


 "축하해 대박 날 거야" 하는 축하 메시지나 가게를 싹 쓸어가는 통 큰 구매나 고마운 우정인 것은 같다. 이렇게 단순하게 결론을 내고 '내가 팔고 있는데도' 찾아오지 않는 친구 생각보다 '나를 몰랐음에도' 찾아온 고객 생각에 집중하며 '나 때문에' 더 자주 찾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편이 낫다.


장사를 하며 친구가 필요한 순간이 많다.


 "열심히 하는 모습 예쁘다" 토닥여주시는 어르신 이야기. 겨울철 손 보습에 힘쓰라고 핸드크림을 선물해주신 고객님 이야기. 바로 이어 마스크 속 입술 보습 챙겨야 한다며 립밤을 선물 받은 이야기. 너무나 무례하시지만 일단은 참아본 근처 가게 사장님 이야기. 거리두기로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아웅다웅하는 아이들 이야기. 어머님 편찮으신데 자주 가보지 못해 일상 마음이 어려운 이야기.


 수다로 털어놓지 않으면 내 안에서 부풀어져 뻥 터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친구가 있어 감사하다. 친구 아니었으면 고객님 손 잡고 줄줄 떠들지도 모를 일이다.


 '절대 오지 마' 해놓고는 막상 얼굴 보면 너무 반가워 눈물 고일 것 같지만 여전히 말한다.

 "몰랐구나! 우리 집 간판에 지인 금지라고 쓰여 있어!!!!"


오면 눈물날 것 같단 말이야!







이전 01화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