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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May 31. 2021

류큐인을 만나러 갑니다

만 1살 아이와 오키나와 준비

우리나라는 밖에 나가면 차디찬 두 손이 시려서 입김을 불어야만 되는 시기가 되었다. 한겨울의 매력도 있겠지만 추운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겨울에는 따뜻한 곳을 찾게 되는 나와 아내는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나라라 여러 곳을 찾아보면서 여행 갈 곳을 골랐다. 지도를 펼쳐놓고 괌, 사이판, 오키나와, 타이완,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생각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멀지 않지만 가족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이번에도 지난번 홍콩, 마카오 여행처럼 외삼촌네와 함께 여행을 하기로 해서 대가족이 움직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 포함해서 9명이 움직이는 여행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많았다. 일단 전체가 움직이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좋아야 했다. 그리고 단순 휴양이 아닌 뭔가 구경하고 찾아갈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했다. 음식은 말할 것도 없이 호불호가 없는 전체적으로 수준 있는 곳이어야 했다. 일단 온난한 지역을 가고 싶어 했으니 후보에 오른 나라들 중에서 문화적인 이해도와 먹을 것, 이동거리, 편의성 등을 고려해서 선택한 것은 오키나와였다.


일본 오키나와는 내가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에도 가고 싶던 꿈의 장소였다. 일본 뉴스에서 보면 항상 겨울에 야구선수들이 훈련 캠프를 가는 따뜻한 지역으로 겨울에도 온도가 20도를 넘는 날씨여서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가고 싶은 곳이었다. 그리고 음식도 맛 좋은 것들이 많았고, 류큐 왕국이 있었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었기에 볼만한 곳도 많았다. 마지막으로 제 2차 세계 대전에 일본 영토였지만 본토에서 차별받고 강제 희생이 된 역사가 있었고, 현재는 미군 기지가 있어서 다른 의미의 차별을 가지고 있는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여행을 같이 가는 가족들은 일본이라고 했을 때 불안한 마음을 가졌다. 왜냐하면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에 큰 사고가 있어서 이에 대한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여행이어서 우려가 있었지만 오키나와는 도쿄에서 거리를 잰다면 1,500km 정도 떨어져 있고, 가까운 가고시마여도 약 550km가 차이나는 거리에 있어서 일본 본토와는 정말 멀리 떨어진 지역이고 푸른 바다 한가운데 있는 진주 같은 섬이기 때문에 이번 여행지로 결정되었다.


오키나와는 역사적으로 아픔이 많은 지역이다. 류큐 왕국이라는 독자적인 나라가 있었고 류큐 사람들이 살던 고유한 지역이었지만 중국 명,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면서 책봉받던 국가이기도 했으며 1609년 일본 사츠마 번의 공격을 받고 그들에게 또 다른 조공을 바치는 아픔이 있었다. 그리고 일본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 강제 합병되기 이른다. 류큐 왕국은 아스라이 사라지고 오키나와 현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일본 제국 아래 하나의 지역으로 편입되는데 이들의 최대 아픔은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태평양 전쟁으로 미군의 공격 전에 일본에서 옥쇄를 강요하여 집단 자살하도록 하거나 단순한 총알받이로 사용하려고 했던 일이 있었다. 본토에서 떨어진 특성상 우리나라 제주도와도 자주 비교가 되기도 한다. 제주도 역시 육지라고 부르는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고 예전에는 탐라국이라 부리던 고유한 국가가 있었다. 백제 시대부터 한반도의 영향을 받기 시작해 고려시대 이후에는 완전한 지방으로 간주되어 조선시대에는 전라도의 관할 아래 제주 목사가 파견되었다. 당시 험준한 바닷길 때문에 귀양지로도 유명했다.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전쟁 대비로 땅굴도 많이 파놓았고 이후 내부적인 강압에 의한 큰 아픔이 있던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주도를 보면 오키나와가 생각나고 오키나와를 떠올리면 제주도가 그려졌다. 45년 해방 이후 48년 미군정기를 거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어 그 영역 안이던 제주도와는 달리 오키나와는 1972년까지 미국의 점령을 받았고 지금도 미군 기지가 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사람들이 일으킨 전쟁인데 그 끝나지 않는 피해를 제일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 사람들이 받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일본 유학 당시 대학 수업에서 오키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교수님께서 오키나와는 본토 방송이 나오지 않아서 녹화해서 보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아열대 기후의 최전선으로 열대 기후의 모습도 보이고 있는 오키나와는 연중 내내 따뜻한 날씨를 자랑한다. 한 겨울에도 온도가 20도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대신 우기라서 비가 많이 내린다. 한여름인 7, 8월에는 상당히 후덥지근하면서 9월부터는 종종 태풍이 올라와서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한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겨울은 따뜻하지만 비가 자주 내려서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했다. 혹시나 비 때문에 아이가 감기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키나와는 대중교통이 발달된 일본 본토와는 달리 지하철도 없고 버스를 타는 것은 많은 인원이 움직일 때 불편했기 때문에 자동차 렌트를 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처음 렌트를 해서 다니게 되어 걱정이 되었다.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국제 면허증이 필요했기 때문에 경찰서 민원으로 면허증을 발급받았다. 처음 발급받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으로 미리 찾아보고 갔다. 사진과 면허증 제시하니 바로 발급해주기 때문에 발급이 어렵지는 않았다. 종이로 제작된 1년 기간의 국제 면허증을 손에 쥐니 벌써 여행 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미리 렌트카 회사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했다. 인원이 나와 아내, 아이, 어머니, 남동생, 사촌 여동생 2명, 외삼촌, 외숙모까지 9명이었기 때문에 두 대의 차량을 예약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통행이 반대 방향이라 이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 그래도 천천히 운전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떠나게 되었다.


내가 제일 기대했던 것은 오키나와의 문화, 기후도 좋지만 요리였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가기 전부터 몇 가지 먹어야 할 요리들을 찾아보았다. 오키나와 요리는 제주도와 겹치는 것이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주의 돼지 국수처럼 오키나와의 소바였다. 유명한 오키나와 소바처럼 돼지고기를 활용한 요리가 많은데 그것은 일본 본토가 불교의 영향을 고기 섭취를 금지하거나 자제했던 것과 달리 오키나와는 딱히 그런 풍습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바를 비롯해 라후테라는 동파육 비슷한 돼지고기 조림이 있고 고야 참프루라는 고야와 두부를 활용한 채소 요리가 유명하다. 술로는 아와모리(泡盛)라고 수입한 안남미를 가지고 만든 증류주가 있다. 오키나와의 토양은 석회암 지대로 논농사에 적합하지 않다. 이건 현무암이 많아서 논 농사가 어려운 제주도와 비슷하다. 그리고 맥주로는 오리온 맥주가 로컬 맥주로 유명해서 어느 식당을 가도 이 오리온 맥주가 있었다. 제주도에 한라산 소주가 있다면 오키나와에는 오리온 맥주가 있는 셈이다. 


더운 날씨 속에서 며칠 생활할 것을 생각하니 다들 기분이 좋았다. 특히 오키나와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가고 싶은 일본 여행지 중 하나였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배냇머리가 길게 자란 아이는 여전히 어딜 가는지, 무얼 하는지 모르지만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어서 예전 홍콩, 마카오를 갈 때처럼 아기띠는 필요하지 않았다. 걷다가 힘들어하면 안아주고 하는 때라 아이에게 있어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가기 때문에 이 역시 기대가 되었다. 아내는 일본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이번이 첫 일본 여행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전적으로 나에게 통역이나 진행을 맡긴 상황이라 홍콩, 마카오에서 가이드 역할을 한 아내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 여행을 이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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