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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디아이 Apr 21. 2024

사랑을 대하는 태도

동공의 흔들림을 감춘 결혼 10년 차 남편이 대답했다.

프로이트는 사랑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없는 존재다.'

연인 사이나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서도 자기중심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 문장을 보고 남편에게 질문을 건넸다.

"나는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나 생각해 봤어. 지지하는 배우자로서 인간적으로서 사랑한다고 생각해.

그러나 이따금씩 나의 편의를 위해 당신을 변화시키려 들었던 잣대를 생각해 보면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고 볼 수 없네. 당신은 프로이트의 말처럼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해?"


동공의 흔들림을 감춘 결혼 10년 차 남편은 대답했다.

"나는 진정으로 사랑해. 프로이트가 사랑을 모르네~ 프로이트 불쌍하다."


이욜~웃으며 잘 빠져나갔다. 그러고선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 한다.

남편에게 사랑은 분석의 대상이 아닌 상대의 질문 의도를 파악한 태도가 다였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책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에 대해서 정의했다.

사랑이란 '빠지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라고. 능동적인 방식은 '주는 사랑'이고 비생산적인 사람들은 주는 것을 가난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물질적인 관점에서도 부자의 의미는 '갖고 있는 자'가 아니라 '주는 자'가 부자라고 했다. 예컨대 남녀의 육체적 사랑으로 이뤄지는 성 기능 조차 자기 자신을 서로에게 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어머니로서의 기능 역시 탯줄을 통해 아이에게 영양을 주고 젖과 체온을 주는 사랑이고,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적절한 모유를 공급하지 않으면 유선염이라는 제2의 고통을 겪기도 한다. 모유를 주는사랑 안에 자기중심성이 배제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환경호르몬 노출 정도에 따라 엄마의 모유에 중금속 외 나쁜 물질이 검출된다. 엄마는 아이에게 모유를 줌으로써 독성이 배출 되고 아기는 지상 최대의 영양을 공급받으서도 일면 독성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부모의 사랑이라는 굴레 속에도 독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랑이라 착각하고 줄 수 있는 인간의 독성을 나열하면 이기심, 질투, 탐욕 등이 있을 수 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부모는 또한 사랑을 알기 위한 노력할 수 있는 존재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2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사랑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다.


"다 자식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

-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신의 탐욕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녀의 감정이 무시된 채 부모의 욕망이 끊임없이 요구되고 그에 따르는 보상을 바라는 심리가 있을 수 있다. 한 단계 나아가 자식이 꼭 잘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잘 되지 못된 삶은 잘못된 삶이라는 근원적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냥 살아가는 것도 잘 사는 것이다.


"딸 한테 이런 말도 못하니?"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부모는 자식을 자신의 감정 배출 용로로 사용하는 이기심이다.


"칠칠치 못하게 물건을 맨날 잃어버리고. 회사 생활도 이런 식으로 하니?"

물건을 맨날 잃어버리는 사람은 없다. 자녀의 취약점을 전체로 싸잡아 매도하면 부모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만족감을 매수할 수 있다. 심지어 존스홉킨스대학 정신과 지나영교수는 성인 ADHD를 앓으며 물건을 실제로 자주 잃어버리고 다녀도 자신의 장점들을 극대화시켜 사회생활 잘하고 있다.



둘째, 사랑은 타당성이 없더라도 상대의 '내적언어'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너는 언니를 도와주려는 마음이었는데 몰라줘서 도리어 화가 났어?

언니한테 내 의도는 도와주려는 마음이었다고 엄마랑 같이 말해보자."


"나는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해. 프로이트가 사랑을 모르네~ 프로이트 불쌍하다."



반대로 상대의 비난 안에 내적의도를 생각해 보고 좋은 언어방식으로 이끌어준다.


"칠칠치 못하게 물건을 맨날 잃어버리고 다니고 사회생활도 이런 식으로 하니?" 


"나중에 더 큰 것도 잃어버릴까 걱정되서 하는 이야기지? (본래 욕구꺼내기)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까지 해서 비난하니 기분이 좋지 않네 (타인이 아닌 내 감정 중심)

미래의 나는 잘 챙기고 성장할 거라는 믿음이 있으면 좋겠다.(긍정적 기대)

내게는 버겁게 느껴지는데 다음 번엔 물건을 함께 챙겨줄 수 있겠니?" (해결방안)


코다가족이고 농인의 아내인 구본순의 동화에세이 <지수>에서도 내적언어가 잘 표현되어 있다. 수어를 할 수 있는 비장애인 지수와 청각장애인 준호의 언어가 '내적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술로 건네는 소리 언어로는 전달 과정에서 억양이나 말투로 속마음을 감추거나 술수를 쓸 수 있다. 그러나 수어는 마음을 그대로 옮겨 상대에게 전달하고 직역할 수 있다. 여과없이 전달되는 직역은 낯선 영역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아래는 지수와 준호가 남이섬에서 데이트를 하며 수어로 대화할 때 주고받은 문장들이다.


사람들이 지수와 준호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우리, 대화, 모르다, 아마]

지수는 수어로 하는 대화가 무슨 암호라도 되는 양 말했다.

[사람들, 나, 농인, 착각, 아마, 맞다?

[하하, 맞다, 다른 사람, 신경, 필요 없다, 둘, 중요하다]

[나, 농인, 자존감, 있다]

[농인, 자존감?, 무슨, 뜻?]

[농인, 창피, 없다, 농인, 자부심, 있다]

........

준호는 지수를 빤히 바라봤다. 지수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음, 오늘, 부터, 일, 일?]

준호는 밝게 웃으며 지수의 손을 꼭 잡았다. 지수와 준호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인간을 사랑하는 고귀한 속성보다 자기중심적인 속성이 더 커져서 드리울 때 나타난다. 에리히 프롬의 설명으로 어린아이의 사랑은 '나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로 성장하여 사랑을 주고 받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러다 점점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워지고 즐거워지는 때가 오면 자아도취와 고독과 고립이라는 감방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했다. 장녀로서 나의 과거를 따라가 보면 '나'라는 감정은 억눌린 채 부모와 타인의 감정부터 헤아리도록 흘러갔다. 먼저 사랑을 '받기'보다 '주기'를 강요받았던 역기능적 환경에서 자란 '착한 아이'는 부모에게 받아들여지고 의존적이게 되었다.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어린아이 단계의 사랑 원칙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작고 무력하며 병들게 된다고 했다. 몸은 '주는 사랑'의 단계인 어른이지만 유아적 단계로 상대에게 사랑을 주기를 강요하는 형태인 것이다. 자녀에게 바라는 보상과 조건적 사랑도 같은 맥락이다.

TV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장녀를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나보다 타인의 중심으로 살아온 한국의 장녀 특징적인 점들을 나열하며 그들이 과연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고 살아왔을까 라는 의문을 던졌다.


장녀가 아니라도 장녀의 역할이 부여 된 책임감의 정도에 따라 내적 의도를 존중받지 고 살지 못한 가짜 자아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왜 힘든 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언강생심 '진정한 사랑'의 단계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여 기초를 세우고자 하는 아들을 위한 해결책으로 많은 심리학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의 어두운 면을 회피하지 않고 드러내어 정면대결할 수 있는 용기를 장착해야 한다고. 마음이 사랑의 자양분으로 충만했을 때 비로소 타인에게 사랑을 건네줄 수 있다. 사랑은 조상으로부터 배울 수 있거나 책으로라도 배워야 가능한 영역이다. 의사가 기술없이 사랑의 마음으로만 환자를 수술 할 수 없다는 말처럼 사랑도 지식과 훈련이 있어야 함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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