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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디아이 May 08. 2024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 과정 2

무의식의 세계에 담긴 내 어린시절의 놀이를 떠올려 재능 찾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연인이나 배우자를 만나는 일과도 같다.

운명의 만남도 사랑이고 함께 있으면 평온하고 나의 시간을 내어주게 되는 사람도 사랑이라 믿는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전자와 같은 운명적으로 딱 맞는 일을 찾기 원하는 사람을 '적합 이론가', 후자와 같은 관심이 가는 어떤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재밌어지고 그 분야에서 파생된 일로 발전되는 사람을 '개발 이론가' 라고 했다. 한국사람 다수는 김경일 교수 포함 개발이론가가 많고 김경일 교수 또한 자신의 분야 안에서 끊임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미래를 기대했다.


그런데 만약 평소 극단생활로 배우활동을 하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의 일은 무엇일까?

이 배우의 일은 극단생활 플러스 아르바이트의 총합이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여러 아르바이트 경험은 배우 역할에 영감이 되도록 뒷받침 해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을 하다가 좋은 마케팅 아이디어가 반영 돼 판매율이 높아졌다면 일이 재밌어질 수 있다.

그러다 일의 편의점 비중이 늘어나서 추후 편의점 사장이 될 수도 있다. 혹은 단역이지만 꾸준히 연기를 하다가 한 감독의 눈에 띄어 흥행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연기에 도움되는 여러가지 경험은 생활 연기에 큰 덤이다.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는 개인 회화 작업에 목마른 교수의 생계를 뒷받침 해준다. 이 교수의 일은 개인작업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의 총합이다.


어린시절 내가 좋아했던 놀이가 무엇이었는지 거슬러 올라 가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땅에 있는 자동차를 하늘로 날리며 씽씽~ 하고 노는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이는 꿈을 꾸는 듯한 알파파가 많이 나오는 시기다. 그 시기는 아이의 잠재력과 욕구를 무한히 펼쳐볼 수 있는 무의식의 세계다. 자연을 숨쉬고 섭취하는 인간은 절기 별로 주어지는 햇볕, 바람, 물과 흙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면역과 놀잇감을 제공하는 최적의 선생님이자 친구다. 연령 대 별로 느끼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생태의 이치를 느끼기에도 하루가 모자르다. 4세가 느끼는 산수유 새싹과 7세가 느끼는 새싹은 다르다. 4세 때 느낀 경험을 기반으로 7세에 달리 느낄 수도 있다. 시기는 꼭 4세가 아니어도 마음 먹으면 출발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릴 때 일수록 좋고 10세 전 일수록 더 좋다. 심지어 뱃속 태교때부터 였으면 고맙다. 인생을 살다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고통의 순간이 올 때 어릴 때 나누었던 꽃과 까치와 식물과의 추억으로 돌아가 마음을 내보이고 쉴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첫째 아이가 돌이 안 됐을 때 문화센터 수업을 등록했을 때다. 첫 의도는 집에만 있던 미친머리 산발을 탈피하고 기분전환하려는 목적이었지만 결제 용이 생각 나 아이에게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종용하고 푸쉬하는 나를 깨달았다. 


EBS 다큐 프로그램 <퍼펙트 베이비>에서는 환경 설정을 달리한 아이의 놀이 실험을 했다.


1. 여러 놀잇감 중 아이가 자유롭게 선택한 놀이

2. 선생님이 제시한 놀잇감 2가지 중 아이가 선택한 놀이

3. 선생님이 제시한 놀잇감


연구 결과 1 - 2 - 3 순서로 아이의 놀이 몰입과 자기효능감이 높았다.

아이는 외적 압력이 아닌 내적 동기로서 몰입하고 배우고 성장한다는 뜻이다. 



자기 일에 정진하는 사람은 일의 종류를 떠나 순수한 열정과 빛을 지닌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다른 분야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게 되는데 그건 상대가 내 분야를 잘 알아서가 아니다. 업을 통틀어 인생을 관통하는 통찰과 지혜로 다른 영역마저 현명한 판단을 내릴거라 믿기 때문이다. 내가 몸 담은 일이 가장 미약할 때 몰입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창대하게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다. 더 이상의 권모술수는 없다. 주식도 마찬가지지 않나. 단기투자자는 예외지만, 하찮아 보이는 주가에도 그 기업의 가치를 보고 기다려 주고 좋아해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투자 성공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첫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대안학교 설명회에서 선생님의 인상적인 설명을 들었다.

한 선생님은 자녀가 20살이 되었을 때 아무 신분이 없는 상태를 부모가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라고 했다. 그 말은 20살이 완벽한 전공을 설정하는 인생의 종착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신의 일을 찾아나가는 여행은 본인 스스로가 설레이고 기쁘고 충분히 괴롭기도 한 훈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고 엉뚱하지만 창의적인 질문이 많은 아이였다.

극단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느리고 산만함을 갖고 있어 ADHD라는 병명을 얻게 된 일론머스크, 스티브 잡스, 존스홉킨스대학 지나영교수는 존재 자체로 내게 위로가 되었다. 이들 어머니의 공통점은 세상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토마스 에디슨까지 가지 않더라도 ADHD 성향이 다분한 아이들은 여러가지 재료를 펼쳐놓고 다른 카테고리를 조합하는 형식으로 창의력을 발현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누구나 불안은 있고 불안이 있어야 위험으로부터 살아남는다. 그러나 방바닥을 깨끗하게 닦다 못해 자신의 몸을 비춰 보았다는 외할머니의 사례가 기준인 엄마는 극단적인 정리정돈을 통해 삶을 통제 범위에 놓고 불안을 해소하였고 거기까지 하면 참 괜찮았을텐데 자신의 기준대로 타인을 평가하고 비난했다. 물과 기름같은 엄마와 자녀의 궁합이 죄라면 죄였다. 


"애가 느리대. 산만하대~." 어른이 입조심한다고 해도 세월이 쌓이며 눈치코치로 형성된 부정적인 자아상은 내가 손을 대는 일들 족족 힘을 얻지 못하게 만드는 최면과도 같았다. 산만이라는 귀한 재능은 전두엽이 다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면 감정조절, 주의력, 만족지연능력을 겸비한 산업혁명 때의 근면성실보다 창의적인 사고를 추구하는 AI 시대가 추구하는 폴리매스로 자랄 상이다.


얼마 전 불금 외식을 위하여 아이와 함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퇴근할 아빠를 기다렸다.

아이들 책 하나씩 골라주고 스티커도 사고 서점을 나가려는데 뒷통수가 찌릿했다. 누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는데 뒤를 돌아보니 전면 선반에 <모든 것이 되는 법> 이라는 거의 검정에 가까운 진회색 바탕 위에 형광 연두칼라로 제목이 입혀진 책을 운명처럼 발견하였고 나와 같은 사람의 정당성을 얻게 되어 무척 기뻤다.


그 책에는 한가지 직종이 아닌 다양한 직종에 대한 관심과 꾸준히 갈고 닦고 있는 자들에 대한 분석이 있었다. 한가지를 시작하여 끈기있게 몰입하라는 자기계발 서적이 즐비한 가운데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을 갖는 자들에 대한 분석은 흥미로웠다. '재주가 많으면 굶어죽는다잖아.'라는 저주에 걸렸던 나는 디자인회사를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 그림 작업을 하기 위한 밥벌이로 뒷받침해주고 있었는데 하나에 몰입하지 않는다는 죄책감을 갖고 나를 부정했다.  그런데 그런 성향은 바꾸려고 노력해도 바뀌지 않았다. 돌이켜 보니 바꾸려는 노력보다 나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늘 그려지는 그림스타일에 만족하고 완성했다면 고민할 시간에 더욱 다작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을 부러워하는 습관은 분야를 막론하고 적용도 잘 되어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남의 그림을 부러워 하느라 그림에 순수하게 집중을 못했었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개별 구조에 대해 분석했다면 이번엔 생애 연령층에 따른 분석이다.

개인의 심리적 구조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심리학자 카텔은 인간의 두가지 지능에 대하여 연구했다.

이는 인생의 시기별로 작동하는 지능이 있는데 인생의 초기에는 '유동적 지능' 후기로 갈수록 '결정적 지능'이 활용된다고 주장하였다. 

타고난 지능, 부모가 만들어 준 환경설정, 운 등으로 성공을 이루어 낸 사람은 유동적 지능이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30~40대에 감소한다. 결정적 지능은 사회화, 학습을 통해 배우고 과거의 경험으로 쌓아 온 지혜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40대 이후부터 증가하는 지능이다. 타고난 유동성 지능에 통찰까지 겸비한 결정적 지능을 활용하여 살아간다면 쇠퇴기를 멀리 날려보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묶어두고 소멸될 날만 기다리는게 아니라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융합하여 통찰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 곧 결정적 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론머스크의 어머니 메이 머스크는 인터뷰에서 그녀는 연로해 질 것에 대해 자각시키는 사람의 언어에게서 거리를 두라고 추천했고 건강하게 사는 백발의 자신이 인생의 전성기라고 말했다. 

메이 머스크는 치열하게 사느라 매우 바빴고, 세 아이들에게 지나가는 말로도 숙제를 했냐고 물어보지 않았고 스스로 책임지도록 독려했다고 했다. 세 아이는 가고자 하는 학교를 직접 골랐고 학자금대출신청서도 직접 작성했다. 메이 머스크는 생계를 위하여 10대부터 70세까지 수많은 직업을 거쳤지만 가장 전성기는 일흔이라고 하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고 90세인 자신의 어머니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했다. 가족의 식탁은 언제나 웃고 떠드는 즐거운 자리였고, 가정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끝내 이혼을 결심한 일을 가장 잘한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했고 임대아파트를 전전하며 살 만큼 가난했지만 일론은 성장하며 가난을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자신이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은 행복한 가정을 물려줄 수 있는 것 그 뿐이었고 그걸 해줄 수 있어 기쁘다고 인터뷰에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는 이들에게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이므로 스스로 머리보다 몸을 먼저 움직이면서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일을 하는 데 집중해 보라고 했다. 


현재 나는 디자인하며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있다. 

한 때는 모든 것의 가치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한데 모으니 이보다 더한 나만의 무기가 없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도구가 숟갈, 젓가락 외에도 다양한 도구가 있는 느낌이랄까.

과거에는 내가 하는 일들을 눈 앞에 두고도 몰입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중요한건 꺾이지 않고 내 시간을 들이고 있는 일을 좋아한다고 믿고 계속해 나가는 마음.

중꺾계마, 오늘을 즐거이 살아가자. 인생에 정답과 종착역은 원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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